그룹명/피러한님의 글모음

공부 이후의 세상

유앤미나 2016. 7. 17. 17:59

공부 이후의 세상 어느 외국인이 한국 친구와 함께 카페에 갔는데 놀라면서 말하길, 카페는 커피 마시는 곳인데 도서관처럼 공부하는 사람이 많으니 대화하기가 눈치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우리의 일상을 정신과 의사 하지현과 사회학자 엄기호의 대담집 <공부 중독>에서는 카페 공부열기를 이렇게 꼬집어 평했다. 한국인은 끝없이 공부한 덕에 머리는 똑똑할지 모르나 삶은 멍청하기 그지없는 것은 남은 잘 평가하면서 정작 자신을 성찰하는 데는 무디고, 시험문제는 잘 풀지 몰라도 삶의 문제를 대처하는 데는 형편없고, 배울수록 무능하고 배울수록 불평 맨이 되면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 어리석게 또 공부하는 헛 똑똑 인생들이라고 말했다. 우리 주변에 30대, 40대가 되었음에도 결혼하지 못한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결혼 이전에 먼저 유학, 취업, 자격증 등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아 오래 전부터 카페가 도서관이 되었는데 그 외국인이 이런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을 어찌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그 책에서는 486세대까지는 자식이 부모보다 잘 되는 경우는 어렵지 않았지만 그 이후론 환경적으론 불가능하기에 오로지 공부를 통해서만 신분상승이 가능하기에 어느 덧 우리나라는 공부중독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역설하고 있다. 목적한 바를 이루기 전까지는 여전히 어떤 인생이든 마치 청소년들이 방송국 오디션 프로그램에 수 없는 도전하듯이 정규 학업과정을 다 마쳤음에도 아직도 준비가 안 된 뭔가 부족한 인생처럼 내일에 대한 설렘도 없이 그냥 막연하게 유예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대한민국엔 얼마나 많던가. 하지만 딱히 다른 방도도 없기에 취직과 결혼이라는 당면 과제를 성취하려 공부라는 무기로 잡으려하지만 보란 듯이 매번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오로지 대기업이나 안정된 직종만 고집하며 우회를 용납하지 않고 최적화된 상황만을 유지하려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동안 캥거루족이 되느라 부모는 어느 덧 자신들의 노후도 없이 여전히 나이 먹어가는 캥거루 자식을 봉양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그들은 도대체 많이 배웠음에도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들은 공부에만 올인한 덕택으로 공부와 삶은 이미 분리된 채 더 빈약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삶의 무능력자가 되었건만 이러한 생의 기본적 원리도 잊은 채, 막연하게 오늘도 내일의 파랑새를 꿈꾸며 소중한 시간을 그렇게 소비하고 있는 또 다른 중독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런 그들을 감히 누가 탓하겠는가. IQ 187인 어느 화성인은 52장 포커카드를 무작위로 섞은 뒤 한 번만 보고선 다시 모든 카드를 다 외웠다. 몇 가지 테스트를 더 해 보았지만 기대 이상의 결과 앞에 혀를 찰 뿐이었다. 허나 그런 좋은 머리를 갖고도 나이 40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결혼은 물론이요 직장도 없이 일상적 삶을 거부한 채 혼자 수도승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오히려 자신의 IQ는 자기 성에 오랫동안 갇혀있게 했고 더불어 삶을 방해하는 1등 공신이었다고 했다. 그가 인수분해 해 본 인간은 결국 다 비슷하더라는 결론을 도출했지만, 10년 동안 집 안에서만 생활해 온 그에게 너무 뛰어난 뇌는 호기심을 넘어 사고의 능력을 다운시키므로 더 무능한 사람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사실 인생살이에서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느냐 보다는 어떠한 공부를 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은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아무리 공부를 많이 했다 해도 삶 속에선 지식을 적용할 줄 아는 능력이 더 중요함에도 공부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경험’을 가장 두려워하느라 그 천재처럼 ‘멈춤’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고 있다. 인생은 공부를 통해서 먼저 배우지만, 경험은 알고 있는 지식을 더 온전케 만들어주는 과정임에도 공부에 능한 자들은 인간관계까지 공부로만 배우려고 하기에 삶은 갈수록 더 획일화되어 가면서 나다운 맛도 없고 세상사는 멋도 찾지 못하기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리는 자식들이 늘어가면서 노인문제만큼 심각한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인생은 공부가 전부가 아니다. 공부는 하나의 과정일 뿐 공부이후에는 노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일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공부야말로 커리큘럼에 없는 인생에서 꼭 필요한 과정인 셈이다. 세상은 말과 글로써 설명할 수 없고 오직 실습으로만 배울 수 있기에 책상 위 공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끝내고 세상 속에서 공부를 해봐야 나를 알고 세상을 알고 인생을 알게 되는 법이다. 이스라엘은 애굽 430년 혹독한 종살이를 통해 세상을 배웠지만, 그들은 광야 40년을 통해 애굽에서 보질 못한 것을 보면서 느끼며 진정한 ‘인생’이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경험한 이후에야 비로써 가나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성공이란 눈에 보이는 무엇 가를 성취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인생광야를 통과하면서 알게 되는 일상의 감사를 터득해 갈 때 어떤 환경 속에서도 더불어 삶의 태도를 갖고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내 자녀에게 공부도 중요하지만 광야 같은 세상에선 정직과 겸손은 더 가치가 있음을 알게 하여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할 줄 아는 당당한 인간으로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2016년 7월 16일 제헌절 하루 전에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 드립니다. 사진허락작가(포남님, 우기자님, 이요셉님), 음악소스제공(아굴라님)
^경포호수^


'그룹명 > 피러한님의 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잡으라! 그러나 즐겨라!   (0) 2016.08.13
세상은 커다란 게임 판   (0) 2016.08.04
행복의 지혜  (0) 2016.06.19
자장과 짬뽕  (0) 2016.05.02
버려야 얻어지는 행복  (0) 201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