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커다란 게임 판
도대체
피카추가 뭐 길래
세계가 밤을 잊고 있단 말인가.
포켓몬 고의
열풍은
2주 만에 다운로드 횟수가 3천만 건을
넘었다는 것과
벌써 유사게임이 나온다는 것만 봐도
알겠지만,
우리 작은 딸이 친구와 속초에
다녀와 잡은 몬스터를
보여줄 때
나는 그 인기를 한 순간에 실감할 수 있었다.
한밤중에 갑자기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특이하게도 전부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신고했는데 알고 보니
포켓몬 때문에 모인 것이었다.
이러한
포켓몬 고(Pokemon Go) 게임은
미국에서 시작되어
유럽 각 국을 거쳐 어느 덧
우리나라 속초까지
오더니
연일 속초행 버스표까지 매진되는 사태에
이른 것이다.
포켓몬 게임은
현실 이미지에 캐릭터를 덧씌워
실제 사냥하는 것처럼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방식이다.
무엇보다도
현실과 가상의 절묘한 조화라
할 수 있는
증강현실(AR) 기법은
그 동안
영화에서만 부분적으로 사용해
왔었는데,
이제는 안경처럼
착용하여
상대를 바라보며 싸우기도 하고
걸어가면서도
검색은 물론이요 주변 상점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일상 속에
만날 수 있는 친구가 되어버렸다.
이것은 오늘 날
IT산업이
현대인의 소비성향과 생활 패턴까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2의 산업혁명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게임의
새로운 리더로
세상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나는 포켓몬 고 게임은
단순한 게임 패러다임을 바꾼 정도가
아니라 현실 속에 가상이라는
증강현실의 도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20C를
지배한 산업 패러다임이
‘빠르게, 싸게, 크거나 작게’였다면
21C에는
‘스마트, 안전, 그린’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런데 이제 포케몬 세상을 통해
‘증강현실’이라는
생각지 못했던 또 하나의
패러다임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상상으로만 생각했던 일들이
이제 가상을 넘어
현실 속에 이루어지고 있다.
포켓몬을 통해
가상 세계를 당당하게 현실 속에
완벽하게 실현시킨
첫 번째
사례로 전 세계에 당당히
성과를 알린 셈이다.
나이앤틱이 이 게임을 만들 때
몇 가지 원칙 중
하나였듯이
세상은 온통 게임 천국이
되어가고 있다.
포켓몬은 게임과
현실 세상을
이어주는 문을 열어 준 셈이다.
세계지도가 게임 지도로 바꾸어
역사적 장소들이
게임 안에서
또 다른 의미를 지닌 장소가 되어
현실이 게임이 되고
게임이 현실로 하나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좋게 평가하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조화를
이루었고
또 증강현실이
새로운 IT산업과 접목되어
게임 유저들을
세상 바깥으로 데리고 나왔다는
특이한 점도 물론
인정하지만
문제는 게임중독자들은 실내든 실외든
게임 속에 갇혀
일상적 삶을 어렵게 만든다는
약점이다.
올 해 WHO에서
게임중독을 정식으로
질병으로 등재 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자기 절제에 미숙한
청소년들이 게임 중독에 빠진 것은
조금 이해가 가지만
지금은 나이불문하고
유아부터 노인까지 게임에 빠져든다는 것이
문제다.
중독은 일종의
심리적 이득을 위해 게임 속에서
친밀한 관계를 누리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정상적인
친밀한 관계는
사람과 사람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게임 외에는 친밀한 관계를 평소
그 어디에서도
못 얻었기에 중독에 빠진 셈이다.
쌓인 스트레스나
기본적 욕구불만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게임에 몰입할수록 정상적인 인간관계는
더욱 어려워지게 됨을 알아도
다른 대안은 없다고
중독자들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게임 이면의
약점을 의식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게임회사에서는
게임을 하려면 방을 나와 게임 속
인센티브를 활용해 더 많이
움직이면서
활동량을 늘리게 했다.
또한
게임 레벨일 올라갈수록
다른 이들과 함께
게임하게끔 만든 것은 기존 게임
방식과
상당히 차별화를 두고
있기에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서로 몰랐던 게이머들을
만나므로
평소 친밀한 관계를 목말라 했는데
게임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남으로 친해지고
친구가 되게 한다는 것은
게임이 아닌
거창한 인간성 회복 프로젝트 같은
보통 수준 높은 전략이
아닐 수가 없다.
보통 게임은
타인의 것을 빼앗아야 레벨이
올라가게 되었지만
포켓몬은
다양한 캐릭터를 무한정 공급해
주기에
남의 것을 빼앗지 않아도
재미를 추구할 수 있다.
아니 이처럼
남과 경쟁하지 않으면서도 재미라는
심리적 가치를 누릴만한
게임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게임은 게임이다.
현실은 현실이다.
게임이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게임 판에 빠지다보면
현실감각은
더욱 떨어져 낙오자가 되기 쉽다.
현실에서는
게임과 달리 자원도 그렇지만
기회도 한정되어 있다.
가진 자는 더 많이 갖기에
더 많은 기회를 얻지만
없는 자는
가긴 것이 적기에 잘못하면 무모한 도전이
되기 쉽다.
현실에선
정반대 무한도전이 판치고 있다.
설령 자원이 적다해도
꿈꾸는 자는
반드시 인생의 무한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포켓몬은 싸워서 다음 단계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즐기다보면 어느 순간
닌텐도로 진화된다.
마지막 단계에선
희귀한 몬스터를 잡으려면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올라가야 잡을 수
있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인생의 무한도전은
사랑과 소망이라는 증강공간이
실생활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얻어진다는 것이다.
존 행키 CEO는
바닷가에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바다 깊은 곳에
배가 숨어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고 했듯이,
내 안에
무한한 잠재력이 있음에도
공상 속에서만
고래를 잡고 있을 뿐 현실 속에서
탐험가보다 농부의 심정으로
더 활동적으로
살아야만 몬스터가 아닌 현실 속에서
생의 열매를 거둘 수 있다.
‘Life is you reap what you sow.'
2016년 7월 31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립니다.
사진허락작가(포남님, 원강.고해진님, 이요셉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