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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세상'을 경험하려 용접공이 된 토플러

유앤미나 2016. 6. 30. 20:16



'진짜세상'을 경험하려 용접공이 된 토플러
예병일 이 노트지기의 다른 글 보기 2016년 6월 30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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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년으로서의 동기도 있었죠. 존 스타인벡은 포도 농사를 지었고, 잭 런던은 바다로 나갔죠. 제가 존경하던 다른 소설가들도 트럭을 몰거나, 다른 많은 노동을 했고요. 저는 현장에 나가 노동을 한다는 것이 낭만적으로 느껴졌고, 또 언젠가는 노동 계급으로서의 삶에 대한 위대한 소설을 쓸 수 있을 거라는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269쪽)
 
 
(예병일의 경제노트)
대표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별세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그가 1980년에 출간한 '제3의 물결'을 읽고 놀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가 쓴 책들 중 '미래의 충격'(1970), '제3의 물결'(1980), '권력이동'(1990), 이 세 권이 대표작이지요. 토플러는 오래전부터 우리가 제조업 중심의 경제에서 지식과 데이터 위주의 사회로 이동해 갈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1980년에 이미 '재택근무' 같은 개념을 이야기했습니다. 
 
토플러의 이력을 보면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뉴욕대를 졸업한 뒤 중서부 공업지대에서 용접공으로 5년 동안 일한 것입니다. 이후 기자로 활동하다가 저술가, 미래학자의 길을 걸었지요. 
 
토플러가 '공장 노동'을 선택한 이유는 '진짜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책(인터뷰)에서 그는 집을 떠나 다른 세상에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다는 젊은이의 호기심에 용접공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더군요. 토플러는 제대한 제2차 세계대전 참전군인들과 함께 대학을 다녔습니다. 노르망디 등 다른 나라들을 경험했던 제대 군인들은 토플러보다 나이도 많았고 성숙했고 생각도 깊었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토플러는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진짜 어른이 되는 길, 진짜 세상을 경험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위에서 소개해드린대로 '작가의 꿈' 때문이었습니다. 포도 농사를 지은 조 스타인벡처럼 현장에서 노동을 한 것입니다.
 
작가의 꿈과 관련해 토플러는 예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런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청소년 시절 시를 쓰는 숙모와 출판사에 다녔던 숙부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고, 지금도 숙모가 글을 쓰라며 선물해 준 사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작가의 꿈을 꾸었기에 기자가 될 수 있었고, 변화의 시기에 기자를 하면서 미래를 꿈꾸었기에 미래학자가 될 수 있었다."
 
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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