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면서 책을 읽는 까닭은 단순히 탈것 안에서 한가한 시간이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독서와 여행 사이에는 매우 깊은 관계가 있다.
여행은 평소의 낯익은 풍경이나 지인의 얼굴, 일상생활, 혹은 평소 품고 있는 근심이나 회망에서조차 다소간 거리를 두고 낯선 세계로 떠나게 해준다. 마찬가지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활자에 얼마간의 상상력을 보태서 우리 신변에서 다소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것이다. 그 세계에서는 미남미녀가 꿈같은 사랑을 나누고 있을지 모르고 영웅호걸이 숨막히는 모험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 머나먼 타국의 기묘한 풍속이나 은하수 너머의 우주,육안으로 볼 수 없는 극미 세계의 신비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여행을 떠나는 것,책을 펼치고 첫 페이지를 읽는 것은 주변 세계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애초에 여행과 독서는 정서적으로 매우 닮은 행위이다. (29쪽)
(예병일의 경제노트)
항상 가방에 책 한 권을 넣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회사 대표인 한 선배도 만날 때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을 한 권 들고 나타납니다. 저도 그러려 노력하는 쪽입니다.
장점이 많습니다. 우선 그 책이 훌륭한 대화 소재가 됩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 읽었던 책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며 새로운 지식이나 관점을 알게 되고, 공감대도 넓힐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저자도 비슷했습니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책 없이 외출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더군요. 윗사람에게 "잠깐 기다리게"라는 말을 듣고 한 시간쯤 기다려야 하는 일이 언제 생길지 모르는데, 그 때 책이 훌륭한 '대비'가 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품에서 모리 오가이의 소설 한 권을 꺼내서 읽을 수 있다면 내가 곧 만날 사람이 대단히 높은 사람이라도 오가이만큼 대단할 수는 없게 마련이다. 기다려야하는 것이 유감스럽기는커녕 도리어 만날 시간이 돼서 오가이의 문장을 중도에 접어야 하는 것이 유감스러울 따름이겠다."
항상 가방 속에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책 한 권을 넣고 다니시기 바랍니다. 어쩔 수 없이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시간들이 무료하거나 짜증나는 것이 아닌 '소중한 순간'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