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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유앤미나 2014. 7. 26. 21:48

이게 뭐야 이른 아침부터 헬스장 여기저기서 괴성이 들렸다. 전 날 있었던 월드컵 4강전에서 브라질이 독일에게 실점을 당하자, 회원들은 운동을 멈추고 TV 앞에 모여들었다. 언제나 강자였던 브라질은 순식간에 4골이 먹히자 패닉상태에 빠진 것처럼 독일의 전차 같은 강공 앞에 어디로 패스할 줄도 모르는 신출내기 같은 브라질 선수들을 보고선 전 세계 축구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아무리 주 공격수가 빠졌다고 동네 축구 같은 점수를 내어줄 수 있단 말인가. ‘역시 공은 둥글어. 해 봐야 알아!’ ‘축구는 팀 플레이야. 혼자 아무리 잘해도 이길 수 없어!!’ 여기저기서 한 마디씩 거둔다. 4강전에서 7실점한 나라는 브라질이 처음이었다. 또한 29분 만에 5골을 허용하는 등 브라질은 이 날 온갖 불명예 기록을 다 세우며 역대 최악의 국가적 비극을 맞이했다. 급기야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 본 팬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후반에는 독일 골을 넣자 기립박수까지 보내기까지 했다. 어느 해설위원은 ‘축구를 봐온 반세기 동안 가장 충격적이고, 놀라운 경기였다.’고 말할 정도이니 브라질 팬들의 가슴은 오죽했겠는가. 급기야 경기 후 상파울루에선 수십 대의 버스가 방화로 불탔고, 무장괴한이 나타나 총을 쏘면서 강도사건까지 발생했고, 또한 흥분한 관중들이 서로 싸움을 벌여 수십 명이 다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선수뿐만 아니라 팬들도 패닉 상태에 빠져 모든 것이 낯설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나중 치루어진 3, 4위전에서도 또 패했으니 브라질에겐 축구가 당분간은 원수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하게 되었다. ‘아니 왜 이토록 사람들은 축구에 열광하게 될까.’ 축구 규칙은 전부 합쳐봐야 18조에 지나지 않고, 특별한 장비나 도구도 필요 없이 아무 곳이나 골대만 만들면 시작할 수 있는 단순성만큼 국적, 종교, 이념을 초월하여 가장 손쉽게 하나가 될 수 있는 공통성과 함께 공 하나를 갖고 열심히 뛰지만 골을 넣는 사람과 못 넣는 사람이 있는 유사성이 인생과 너무 닮았기에 이리도 열광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축구나 인생은 겉보기엔 쉬운 것 같으나 직접 뛰어보면 만만치 않기에 승리를 걸머지기 위해서는 철저한 전략이 필요하다. 나는 우리 팀의 여러 예선전을 보며 느낀 점은 한 마디로 '기본부터 다시 쌓자!’였다. 축구는 체력, 순간 달리기, 패스, 개인기 그리고 공간 확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패스(pass)는 가장 기본기에 속한다. 우리 축구는 한결같이 똑같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상황에 따라서 빠르거나 짧거나 길게 패스해야함에도 수비위주의 소극적인 모습과 백패스를 주고받다가 상대팀에 뺏기는 경우가 이번에도 빈번했었다. 축구에서 패스가 이렇데 가장 기본이 되듯이, 인생에서도 패스에 해당되는 의사소통은 인간관계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진짜 패스 기술은 원터치에 있다. 곧 한 번에 바로 다음 선수에게 연결하는 원터치 기술이 우리선수들에겐 아직도 요긴하듯이, 대화할 때도 혼자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바로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다른 이들과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한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자기표현이다. 그것은 단순히 말을 잘한다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뜻이 한 곳에 정체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의 의미가 잘 전달되도록 바로 바로 패스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화에서 ‘1-2-3기법’이 있다. 1분 말하고, 2분 듣고, 3번 이상 맞장구를 쳐주는 기술이다. 무엇보다도 두 배로 들어주는 경청을 강조하므로 상대에게 신뢰감과 함께 호감을 살 수 있는 기법이라 할 수 있다. 경청을 할 때에도 적당한 제스처로 반응을 보임으로 화자를 신나게 만들어준다. 또한 모임 중 약한 자를 배려하면서 대화와 모임을 잘 이끌어가는 사람이 관계패스를 잘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밝은 미소로 인사도 잘하고 인정과 칭찬이 가득 차 있기에 어딜 가나 존귀함을 받는다. 패스를 이렇게 잘 한다면 이제 다음 할 일은 공격과 수비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팀은 공격과 수비에서 B학점 이하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설마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수비는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가장 기본적인 대인마크라는 포백 수비부터 무너지면서 상대에게 쉽게 공간을 내주면서 곳곳에 구멍이 많다는 것을 평가전부터 본 게임을 예시라도 하듯 국민들은 경기 내내 답답한 가슴을 쓸어 담았다. 나는 그 날 어느 축구해설위원이 ‘공(ball)에서 시선을 떼지 말라’는 말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인생에서 수비란 인내와 절제에 해당된다. 패스를 아무리 잘 해도 수비를 잘 못하면 골을 낼 수 없듯이, 상대의도를 아무리 잘 알아도 끝까지 인내하지 못하면 열매 없기는 매 한가지다. 재테크에서 타이밍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듯이, 인생에서도 한 템포 늦추는 타이밍은 참지 못하고 바로 말하는 것보다 몇 배 큰 이익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너무나 허다하다. 축구에서 수비란 상대선수를 막는 것이지만, 인생 수비에서는 자신을 마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을 잘 수비하므로 상대를 이기지 말고 오히려 세워주고 인정해 주어야만 자신이 나중에 결정적일 때 그 사람으로 인해 쉽게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패스, 적극적인 수비 그리고 역동적인 공격력이 축구의 3요소라 할 수 있다. 자기자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움직임 없는 밸런스 유지는 오히려 팀플레이를 해치므로 득점과 멀어지게 만들어 준다. 쉼 없는 자기변경과 교란작전을 통해 역동성을 살려주어야만 골과 연결하기가 쉽다. 인생에서 공격이란 미래를 위한 자기개발인데 그 첫 키워드는 자신을 바로 아는 일이다. 알면 알수록 자신은 아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것과 여전히 아이처럼 실수가 많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한다. 그래야 늘 배우려는 자세를 가질 뿐 결코 남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기에 겸손한 사람이 되어 어떤 풍파에서도 견디는 사람이 된다. 그 바탕위에서 3P공식을 적용하여, 자신(Personal)은 현재(Present)속에서 긍정(Positive)적으로 내일을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며 살아간다. 이렇듯 축구는 패스와 수비, 공격이 인생과 유사하다면 마지막으로 전반전과 후반전이 남아있다. 홍명보 감독이 마지막 최종엔트리 23명을 발표할 때 발탁이 유력시 되었던 선수도 포함되었지만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선수는 탈락이 되었다. 나중에 기자가 그 이유를 물어보자 우회적으로 말하길, 이번에 발탁된 선수들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모든 역할을 잘 할 수는 없지만 먼저 자기 포지션에서 잘 뛰는 선수가 상황에 따라서 다른 자리도 잘 메워 준다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 부터 여러 배경과 조건들이 있지만 인생 경기장에 들어오는 순간 휘슬은 울리기 시작한다. 인생의 전반전이란 기반을 잡혀가는 시기를 말하고, 인생후반이란 그 기반을 잘 유지하고 이웃에게 베풀며 사는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공식일 뿐이고, 어떤 사람은 전반은 무가치하게 보냈지만 후반부터 정신 차려 전반까지 만회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끝까지 뛸 수 있도록 체력과 경제력, 인간관계 등을 잘 분배해야만 전반전보다 더 중요한 후반부 인생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다. 그래서 생전에 어느 분은 사람들이 후반전에 특히 조심해야할 세 가지 병(病)이 있는데 그것은 돈, 이성, 명예로 꼽았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자신이 가장 약하다고 생각하는 그것을 조심하지 않으면 의미 없는 생을 살다가 마지막 그 분께 레드카드를 받게 될 것이다. 의미 있는 삶이란 신이 나에게 주신 사명을 감당하는 일이다. 적어도 후반부 내 인생목표는 그곳에 초점을 맞추어 달려가는 자만이 인생의 면류관을 얻게 될 것이다. 주여, 관계의 패스, 자아관리의 수비, 자기개발이라는 미래를 공격 ... 축구와 인생의 유사성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 중에서도 골키퍼가 있어도 둥근 공은 들어가듯이, 과거가 어떠해도 미래란 열심히 뛰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진리입니다. 주여, 그러기에 전반부도 그러했지만 후반부는 더더욱 중요하기에 잘 감당할 지혜를 주소서. 2014년 7월 17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 올립니다.
사진허락작가ꁾ우기자님, 포남님, 이요셉님
^경포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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