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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환상

유앤미나 2014. 7. 16. 17:31

현실과 환상 어느 조직폭력배 두목의 고백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우리들의 모습은 멋있게 나오던데 그렇게 영화대로 된다면 지금도 우리는 그 생활을 계속 했을 것이다. 조양은이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김태촌은 지금 뭐하고 있단 말인가. 조폭 생활 30년하고서 남은 것이라곤 문신과 흉터들 그리고 전과와 부모에게 씻지 못할 죄 밖에 없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자신들의 이야기는 멋있게 채색되어있지만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젊은이들은 이런 영상물을 보고 조폭을 동경하고 또 실제로 그 길로 들어서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큰 별들이 많기로 소문 난 안동교도소와 청송감호소에서 나는 몇 년 동안 상담과 예배를 인도한 적이 있었다. 새 학기가 되면 교무과에서는 대학생처럼 새로 담당할 재소자들의 수인번호와 죄명이 적힌 출석부를 주는데, 그 중에서 너무 어이없는 범죄동기 때문에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어떤 젊은 재소자가 있었다. 그는 학생 때부터 폭력영화를 즐겨 보면서 유명한 킬러(killer)가 되고자 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자신의 소원대로 대학 다닐 때 정말로 사람을 죽여 15년을 언도 받고 교도소에서 복역 중에 있다가 신앙에 귀의하여 나를 만난 것이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고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려고 할까. 그것은 자신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영상물에 나오는 주인공을 통해서라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꿈이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꿈을 이룰 수 없는 자신이 얼마나 무능한 존재인가를 깨닫기 시작한다. 나도 초등학교 땐 꿈이 과학자였지만 20대가 되어서는 그 꿈은 ‘평범한 사람’으로 바뀌었다. 이렇듯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영상물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누리고자 한다. 적어도 영화 보는 시간만은 자신이 초능력자가 되어 악당들을 물리치기도 하고 또한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도 이루고 평소 자신이 그렇게 부러워했던 성공한 사람도 될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또 다른 이유는 아주 적은 돈으로 손쉽게 환상에 빠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날마다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지만 부분적으로만 그들을 이해할 뿐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아니 자신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서로 간에 알지 못하는 부분들이 어느 덧 환상으로 채워지게 된다. 이렇게 현실에서 갖지 못한 것과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욕망의 발로로 무언가를 찾고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손쉬운 방법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식의 환상은 현실에 대한 감각을 더욱 무디게 만드는데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오늘도 우리에게 환상을 제공해 주는 수많은 영상들과 광고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자세하게 살펴보라.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왜 소중하다고 말할까요? 분명 이유가 있다. 「You First!」 사실은 자신의 회사 이익이 우선인데 말은 이런 식으로 하고 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그래, 지금 우리 사회는 그 말대로 되어버렸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퇴직 당하여 그 광고주 소원대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결국 이런 식의 환상들은 무서운 현실을 무디게 만들고 더 나아가 현실을 왜곡시켜 현실에서 정상적인 삶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해리포터」주인공 다니엘은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약물 중독으로 치료를 받았고 지금도 발달장애로 고통당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마법의 주인공으로 착각하고 살았는지 혹독한 현실의 벽에 부딪치면서 이기지 못해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괘씸한 일은 그 책 저자인 조엔롤링은 공개적으로. ‘나는 어떤 마법도 믿지 않는다.’고 말을 했었다. 그녀는 소설이라는 매체를 통해 단순히 돈만 벌었지 그 책의 독자나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발생되는 이런 역기능적인 일에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설령 안다 해도 그녀가 어떻게 그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현대인들에게 영상매체는 이미 오락의 기능을 넘어 잠재의식의 발로가 된지 오래되었다. 그러므로 영화나 드라마를 거절하며 살아갈 수는 없지만, 현재의 삶이 너무 힘들고 고달파도 잠시 동안 피난처로써 환상에 빠지고 싶어 보게 되는 영상은 마치 마약을 마시는 것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 평소에 낮잠을 많이 자는 사람, 평소에 한 가지 일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일수록 현실성이 다른 사람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런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지 않고 세상에 있는 것처럼 제도적인 모순들을 들먹이며 세상과 타인을 원망하기가 일쑤다. 그것은 내 자신을 돌이켜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하늘 아래 부끄럼 없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때는 세상 모든 일에 대해서 감사와 사랑이 넘쳤었다. 마치 내 이웃들이 나를 돕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지만, 반대로 내가 현실에 충실하지 않고 환상적인 일에만 빠지고 싶을 때는 세상 모든 것들이 원망스러웠고 사람들 자체가 싫었던 것이다. 나는 오늘도 싸워야만 한다. 화가 난다고 일이 막힌다고 생각과 다른 현실로 고통 당한다고, 외롭다고 지극히 자연스럽게 환상이라는 마약에 빠지지 않도록 현실과 싸워야 한다고... 주님, ‘말씀’이었던 당신은 날마다 삶 속에서 허덕이는 인간의 눈에는 어쩜 한낮 ‘환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환상’이 어찌 인간을 구원할 수 있겠는가. ‘환상’이 어찌 인간에게 영원한 행복을 줄 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인간들을 위해 당신은 2,000년 전에 결단하셨습니다. 말씀이라는 ‘환상’을 깨고 육신이라는 ‘현실’로 오셔서 이제 우리 모두의 진정한 ‘환상’이 되셨던 것입니다. 때론 환상에 빠지고 싶을 정도로 힘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 때마다 지금 현실 속에 계신 당신을 바라보렵니다. 당신은 저의 영원한 환상이 되십니다... 2014년 7월 8일에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이 드립니다.
사진허락작가ꁾ우기자님, 포남님, 이요셉님
^경포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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