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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와 천국

유앤미나 2010. 9. 1. 15:39



그리스와 천국(天國)


그리스는 이번 월드컵 때
처음 싸웠던 팀이고,
6.25때는 우리를 위해 파병해준 고마운 나라며,
서양문명의 발상지라는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스는 관광산업이 잘 발달 된
유럽 국가 중 하나인데,
가장 큰 자원(資源)은 아마도 섬(島)일 것이다.

그리스에는 약 6천개의 섬이 있는데
그 중에 227개가 사람이
거주하면서 관광객을 받고 있다.

섬마다 모래 언덕이 어우러진 해변과
자갈 기슭과 깎아지른 듯한 바위로 둘러싸인
해안의 동굴들, 그리고
화산토로 이루어진 특이한 검은 모래,
해안 습지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중에서도 산토리니섬은
이미 영화에서도 여러 번 보았던 유명한 곳이다.
얼마 전 연극으로도 유명했던 ‘맘마미아’를
찍었던 그 곳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노을을
보기위해 신혼부부까지 몰려든다.

어딜 가나 영화보다 더 화려한 쪽빛 하늘과
그림 같은 푸른 바다와 흰 건물들,
지중해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그리스 국기는 여기가
천국(天國)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신비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그리스는 자연과 함께
자유(自由)의 대명사다.

일찍이 조르바는
‘나는 아무것도 원치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라고 말했듯이,

그리스 하면
자유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자유는 고대그리스 때부터
가장 중요한
정신적 바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자유가 지금에 와서는 심히도
부정적으로 모습으로 비추어짐에
안타까울 뿐이다.


먼저 그리스는 흡연과 개들의 천국이다.

2004 아테네 올림픽 때
선수들과 관광객들이 방독면이라도
가져가야 할까할 정도로
그리스 사람들은 1인당 하루 24개비의
담배를 피워 2위인 벨기에 19개피를
일찌감치 따돌리며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국제공항과 지하철을 제외하곤
공공장소에서 어디서든지 흡연이 가능하기에
경찰은 물론, 택시기사, 은행원까지
담배를 물고 일을 본다.

어쩜 흡연은 그리스 사람
일부분이 된 듯 하다.
아니 천국이 연기가 자욱한 매케한 곳이였단
말인가.





그리스는 이렇게 흡연과 함께
개들의 천국이다.

사람들과 함께 인도를 걷는 개도 있지만
대부분은 잘 데워진 대리석 위에
혀를 축 늘어 뜨리고
그늘을 차지한 뒤 꿈쩍도 않고 자고 있다.

이렇게 풀어 놓은 개들은
대부분 주인없는 잡종 개라고 한다.
사람을 봐도 짖지도 않고 온순한 그들에게
그리스는 분명 천국이다.

개도 어느 정도껏 있어야지
너무 많다보니 주객이 전도 되었듯이
외계인이 인간세상을 점령한 느낌을 받았다.


다음으로 그리스는
시위(示威)와 테러의 천국이다.

국가 부도를 선포할 뻔했던 그리스는
자국책으로 너무 방만한 연금과
임금 감축 등
긴축(緊縮)안을 발표하자,

과격시위는 연일 계속되어
우리가 아테네를 방문한 다음 날엔
은행까지 불 지르고
총파업을 앞두자
해외관광객들은 줄줄이 예약을
취소하고 있다.

무장단체들은 그리스를
전쟁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선포했는데,
이미 무차별한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

지금 그리스 상황은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전이나
이탈리아의 붉은 여단 테러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그리스는
사람도 개조차 제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지만,
문제는 그들이 누리는 자유 때문에
타인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진정 알고 있을까.

나는 그리스를 통해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苦悶)해 보았다.


모든 인간은 자유를 갈망 한다.
패트릭 헨리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인간의 자유 중요성을 역설했다.

역사는 어쩜 자유를 향한
피나는 투쟁의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천국과 지옥도
결국 자유의 유무에 따라
차별하는 것이다.





하지만 천국이라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곳이 아니다.

진정한 천국이란
첫째로 질서와 규율(規律) 속에 있다.

19세기 말 미(美) 미주리주에
어떤 사람들은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나자는
의미로 ‘Liberal’이라는 도시를 만들었다.

독특한 것은 그 안에는
교회도 성당도 성직자가 없었다.
그들은 천국도 지옥도 없다고 믿고
원초적 본능대로 살았는데,
얼마 안 가서 이런 글이 잡지에 게재되었다.

‘스스로 천국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은
자유가 아니라
지옥과 악마보다도 더 못한 곳,
죄악의 소굴이 되어버렸다.
호텔에는 창녀들로 득실거리고, 정직, 덕이란
찾아볼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인간의 불행은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할 때 일어난다.

그리스는 사회주의 정부로 그동안
아낌없이 주었는데
국민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다가
국가가 어려워
조금 줄여주니까 불만을 터뜨린다.

사람은 이상하게도
지나치게 잘해주면 당연하게 생각하다가
거기에 못 미치면 탈이 생긴다.

천국은 그리스처럼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곳이 아니라,
최소한의 규칙 속에 규율을 지켜야만
자유가 보장되고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나타날 수 있다.





둘째로 진정한 천국이란
무슨 일이든 같이 협력(協力)할 때 생겨난다.

오늘의 그리스 위기는
중산층 탈세와 부패도 나라살림을
거덜 내는 데 한몫 했지만,
근본적인 요인은
빚더미 속에 벌인 복지(福祉)잔치 탓이다.

국가부채는 GDP의 120%나 되는데
연금을 재직 시 임금의 95%나
받았으니 재정이
거덜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난국을 함께 풀어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시위(示威)를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리스는 긴축 정책이 아니고는
다른 대안이 없기에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임에도
전통적인 표현의 자유란
미명하에 시위했지만
그 결과로
사회적 불안은 점점 더 증가하고
높은 실업률,
청년층의 급진화 등 반체제 그룹이
테러 단체들의 양성화라는
악성(惡性) 열매를 맺게 한 것이다.


어떤 교파에서는
‘천국이란 신의 삶에 끝없이 동참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내 놓았다.

그렇다.
어떤 일이든 함께 풀어나가고
함께 고난을 짊어질 때
천국은 만들어진다.

하늘과 땅,
국가와 국민,
나와 이웃이 함께가는 길이
천국이요
진정한 자유라 할 수 있다.





셋째로 진정한 천국은
자기 십자가(十字架)를 지는 일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천국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맘대로 하는 곳이요,
오로지 자아(自我)라는 왕국이라
생각하지만,

실제 그런 곳이 있다면
그 곳은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 될 것이다.

천국은 막연한
이상적인 유토피아가 아니다.
천국처럼 현실(現實)적인 곳도 없다.

곧 뿌린 대로 거두고
생각대로 열매가 나타나는 것이
세상이듯이
천국(天國)도 마찬가지다.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들의 공통점(共通點)이
무엇인가.

그것은
‘뿌린 대로 거둔다’는
자연의 진리를 특별히 설명하지 않아도
나이가 들수록
더 절박하게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인생에서 자기십자가만큼
중요한 주제도 없다.





새가 날개가
무겁다고 잘라버린다면,
배의 돛이 거추장스럽다고
떼어버린다면,
시계 추가 무겁다고
빼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새는 날개를 통해 하늘을 날아간다.
배는 돛이 있기에
바다를 항해할 수 있다.
시계는 추가 있기에
시간을 알릴 수가 있다.

자기십자가란
새 날개처럼 내일에 대한 꿈을 갖게 하고,
배 돛처럼 오늘 일하게 하고,
시계 추처럼 자아와 역사를 알게 한다.


무덤 앞의
십자가는 영생을 약속하고,
병원의 푸른 십자가는
질병을 치유할 것을 약속하고,
적십자가는 고난에 동참한다는 약속이다.

내 십자가,
고난도 굴욕도 아니다.
오직 내 삶의 지표요
내일에 대한 가장 확실한 보장이다.





주여,

눈에 보기에는
그리스는 분명 천국이었지만
실제 가보니
그 곳을 결코 천국이 될 수 없었습니다.

천국은 맘대로 하는 곳이 아니라,
규율과 협력 속에
함께 더불어 가는 곳임을
다시 한 번 깨달게 되었습니다.


옛날 사형수가
자기 십자가를 지고 형장으로
가야했듯이,

십자가는
죽으로 가는 길 같지만,
실상 그 길이야 말로
자신이 사는 최선의 길임을
알게 하소서.

‘죽어야 산다’는
당신의 말씀을 오늘도 실천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2010년 9월 1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립니다.


◆중국 미종족봉사 후원자◆

이수엽 김점완 김월선 고영식 권기봉 강금주 김현창 김현태
강릉하늘교회 국화차 정병해(심상옥) 한성호 박인정 김정운
최명희 이정순 김영순 기쁨의교회 ♥ 감사합니다!


사진허락작가ꁾ이요셉님, 갈릴리마을(메아리님, 우기자님), 포남님
^경포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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