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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표지판

유앤미나 2010. 7. 15. 13:00



인생 표지판


이번 주 우리 멤버들의
대화 주제는 단연 인천대교 추락사였다.

개통 이후 최초 교통사고는
13명 사망과
11명 중경상이라는 참사소식은
안타까움과 함께
부끄러운 생각이 더 들게 했다.

인천대교는 순수하게
우리 기술로 만든 동양 최대 다리라고
자랑했지만 문제는 그 다리를
이용하고 관리하는
우리네 의식은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기에 이런 사고가 났다는 생각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 사고를 담당하는 경찰서에서는
일차적으로 전방 주시 의무와
안전거리 미확보로
고속버스 기사에게 책임(責任)이 있고,

다음으로 엔진고장으로 도로(道路) 한가운데에
차가 멈출 때 비상등만 켰을 뿐
후방 안전조치가 미비했던
마티즈 운전자에게는
형사입건 키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도로공사는 길 한복판에
15분가량이나 차가 멈추었음에도 차량을
발견하지 못 했다는 점,
추락을 막지 못할 만큼 약한
가드레일에 대해
강한 불만이 여기 저기서 표출되었다.





우리는 이런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100% 인재(人災)였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볼멘소리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사고 분석에 들어가면 환경적인 요소와
시스템을 탓하는 것이 우리네의
현실이지만,

좀 더 진실하게
각각 이번 사고로 인해 우리의
운전습관과 안전의식 등을
점검(點檢)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힘든 것은 사고 지점은
매표소에서 불과 전방 400m 거리였다.

만약 제한속도를 지키고,
안전거리만 바로 유지했다면
그런 사고는 작정하고 달려들지 않고서는
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결국 가장 기본적인 안전수칙 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일어난
인재(人災) 드라마 한 편과 같은 사건이었기에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이렇듯 우리나라 교통안전은 아직도
김여사 수준인데
기술(技術)은 국내 최대, 세계적 수준이라
자랑하면 뭐하겠는가.

기본적인 교통법규를 무시하고
소통에 방해를 주고
아무데나 주차(駐車)하는 무개념 운전자를
보통 ‘김여사’로 통하지만,
운전하다보면 그 김여사보다
더 막무가내인 사내들도 수두룩하다.

사고 대부분이 부주의도 문제지만
이기심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례가 더욱 늘어만 가고 있다는 자체가
더 큰 문제다.

이런 사고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
제도적인 것을 따지기 전에 자신부터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는 기본적 점검(點檢)이 필요하다.

운전 기술에서
가장 기본적인 일은 점검(點檢)이다.
단거리든 장거리든 운전경력과 상관없이
차량점검은 필수사항이다.

점검은 차량 건강 진단과 같다.
자동차는 많은 부품으로 만들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각 부분이 마모되거나 열화(熱火)되어 가기에
차량의 성능을 유지하고
안전하게 오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보수와
정기적인 점검(點檢)이 필요한 것이다.


차량 점검은 오일 점검부터 시작된다.
아울러 벨트나 호스같은
고무부품도 정기적인 점검이 요구(要求)된다.

물론 타이어나
브레이크패드 등 마모성 부품도
주기적으로 체크하며 교환(交換)해야 한다.

자꾸 미루다 보면 한 순간에
마(魔)의 사고지역에 빠져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


우리나라 운전자는 김여사가 아니더라도
운전만 배웠지 기본적인 점검을
배우지 못해 경력이 늘어나도
점검은 정비소에 맡기고
자신은 현란한 운전솜씨만 자랑하고 있다.

부자가 주치의가 있다고
그 의사가 자신의 건강까지 책임져 주지는 않는다.
건강은 의사가 챙겨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알아서 관리해야
건강한 생을 살 수 있다.





인생(人生)의 바다를
항해할 때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나침반,
바람의 방향과 세기,
바다물의 흐름 등을 매일 점검해야만
안전하고 행복한 항해(航海)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외적인 준비는 물론이요
키 잡는 기술,
위기대처능력까지
익혔다 해도 정작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출항한다면
그 선장만큼 어리석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작가미상인 ‘잃어버리고 사는 것들’
글은 현대인에게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 졌고,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졌다.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외적인 부요를 누리고 살지만
자신의 삶의 주소는
잊어버리고 오늘도 도로를 달리고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목적지가 분명하다면 삶은 고단하지
않지만, 목적지가 없다면
만사(萬事)가 귀찮고 짜증이 난다.

나는 다시 한 번
내 삶의 목적지를 점검하고 있는가.
되물어 보아야 한다.





둘째는 주행(走行)이다.

정기점검이 자동차의 기본이라면
주행은 본론에 해당된다.
아무리 점검을 잘 했다 해도
주행을 잘못하면 한 순간에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소유자가 된다.

2006년도에 서해대교에서는
30중 추돌사고로 11명이 사망한
대형사고 역시 짙은 안개 속에서 과속과
안전거리 미확보가
가장 큰 원인(原因)이었음이 밝혀졌다.

한 해에 약 6천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는데,
대부분 차간거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앞차와 차간거리 100m 유지,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데
우리는 왜 간단한 그 규칙을 지키지 못할까.


새들은 서로 부딪히는 법이 없다.
가끔 ‘경포호수’에서 검은 구름 같이 떼로
빙빙 도는 새들을 본다.

그들은 무질서하게 보이나
질서에 따라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심지어 먹이를 향해 달려들 때조차도
부딪히지 않고
간격(間隔)을 유지하며 날아가고 있다.

하지만 새와 비할 수 없는
인간은 어찌하여 차를 운전할 때나
일상 관계 속에서
그리도 자주 부딪힌단 말인가.





자동차는 제 속도보다 빨리 주행하다가
사고를 내듯이,
사람도 상대(相對)보다 앞서려다
충돌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급하다.
지기 싫어하고,
남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일반적인 심리가
조급증과 우월감(優越感)을 만들어
사고를 내게 한다.

무슨 자동차 레이서모양
간격과 속도를 무시하고 앞차 엉덩이에
코를 박고 달리다보면,

남들보다 빨리 도착할지는 몰라도
도대체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산단 말인가.


내가 존재하는 이유와
인생이라는 여행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진정으로 알았다면,
속도(速度)는 절대로 중요치 않다.

160km 속도로 죽어라 일했지만,
자신의 소박한 꿈 하나 이루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사람은 결코 음식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라,
계절의 풍성함을 먹고사는 존재다.

주행 중 흐르는 강물과
스쳐 지나가는 자연 속에서
자신과 생의 사명을 새롭게 발견하는
솔솔한 재미는
인생의 참된 멋과 열매라 할 수 있다.





셋째는 가다가 멈출 때 일이다.

차는 운전 중 얼마든지 멈출 수 있다.
타이어에 구멍이 나거나,
기름이 없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로도
멈출 수 있는 것이 차(車)다.

이 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고난도 기술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단계임에도 우리는
사고를 당하고서야
대처 능력이 생기는 것은
평소 기본적인 재난훈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차가 설령 주행 중 결함(缺陷)이 있어
엔진이 멈춘다 해도
완전히 멈추기 전
관성에 의해 차는 어느 정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그 짧은 순간,

상황을 판단하고
재빨리 주행차선을 바꿔
차가 완전 정지(停止)되면 차에서 내려
삼각대를 세운 후,

사고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 훈련이 안되었기에 이번처럼
대형사고가 나는 법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누구라도
잘 나가다가 멈출 때가 있다.

차가 그리하듯이
인생도 완전히 정차하기 전
느낌이 올 때 차선을 바꾸고 재빨리
정차를 대비해야 한다.

교통사고도 타인에 의해
사고가 일어날 경우도 있지만 평소
자신의 운전습관에 따라 일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듯이 인생도 그리하다.

퇴직(退職)은 가장 확실하게
느낌이 온다.

80세 까지 산다면 1/3이나 걸린다는
암(癌)도 생활습관에 따라
오는 것이므로 자신은
동력이 끊어진 자동차처럼 알 수 있다.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인생을 멈추게 하는 수많은 조건들은
반드시 먼저 자각증세를
동반하기에 지혜롭게 대처해야만
대형사고를 면할 수 있다.

똑똑한 채 다하면서
정작 인생이 멈출 때 위험을 알릴
인생 삼각대나 있는지
늘 돌아봐야 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이 시대에 살면서
내 인생의 차가 방전되기 전,
인생 삼각대와
안전봉을 미리 준비해 놓고
멈출 때 세울 완전한 주차장이
어디인가를 알아두는 것이
최소한의 인생 지혜(智慧)가 될 것이다.





주여,

차를 운행하기 전
점검이 필수이듯이,

제 인생도
말씀과 기도로
점검(點檢)하게 하소서.

점검했음에도
자동차는 주행 중 멈출 수 있듯이,

인생도 멈출 것을
대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라고 고백했던 바울처럼
인생의 오메가 포인트를 향해
정진하게 하소서.

2010년 7월 15일(수)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립니다.

사진허락작가ꁾ이요셉님, 갈릴리마을(우기자님), 포남님
^경포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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