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리고 회사원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전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사람의 욕망이란 것에는 정말 무서운 구석이 있습니다. 나는 그걸 회사원이 되고 나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만족한다'는 것이 의외로 어려운 일입니다." (30쪽)
(예병일의 경제노트)
적절한 선에서 만족하기... 이것이 행복의 비결입니다. 어느 선에서는 멈춰야하지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욕심 때문에, 아니면 지금까지 그래왔으니 별 생각 없이, 멈추지 않고 계속 더 많은 것을 추구하다 몰락을 합니다. 경제건 정치건 많은 분야에서 그렇습니다.
일본의 유력지인 아사히신문 기자였던 이나가키 에미코(51). 이 책의 저자인 그녀는 마흔 살이 됐을 때 사표를 쓰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당장은 아니고 10년 후인 쉰 살이 됐을 때 아사이신문사를 그만두기로한 겁니다.
그녀는 그 결심 이후 우선 소비를 줄였습니다. TV와 냉장고를 없앴고, 도시락을 싸서 다녔습니다. 소비를 줄였더니 나중에는 월급 없이도 살 자신이 생겼습니다.
"그때껏 나는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끝없이 손에 넣는 것이 자유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정반대였습니다. ‘없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런 내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유였습니다."(107쪽)
그러다 보니 의외로 회사 생활도 즐거워졌습니다. 인사고과나 월급의 액수에 민감해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더군요.
"TV·에어컨·냉장고를 없애고 나니 전기세가 1500원 정도만 나오게 됐고요. 예전엔 퇴근하고 집에 가면 TV부터 켰는데, 이 무렵의 나는 퇴근하고 어두컴컴한 집에 가만히 앉아 창밖의 별을 보고 있더라고요. 그때 깨달았던 것 같아요. '아, 나 지금 뜻밖에도 참 행복하구나' 하고요."
그리고 이나가키는 실제로 10년 후인 쉰 살에 사표를 냈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달라진다고 했잖아요. 퇴사한 뒤 아주 싸고 작은 집으로 옮겼어요. 33㎡(약 10평)짜리 집이에요. 집이 좁으니 뭘 들여놓을 수가 없어서 아무것도 안 들였어요. 집에 있는 것이라곤 전등, 라디오, 노트북, 휴대전화뿐이에요. 도시가스 신청을 안 했어요. 필요할 때만 휴대용 버너를 써요. 옷은 열 벌쯤인가 그렇고 화장품도 거의 없죠. 책도 다 읽고 나면 근처 북카페에 갖다주니 제 집엔 쌓아놓은 게 없고요. 목욕은 집 근처 공중목욕탕에서 하고 운동은 동네 공원에서 합니다.”(조선일보)
물론 저자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직장을 그만두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적당한 선에서 만족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끝없이 무언가를 손에 넣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없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진정한 자유였다고 말하는 전직 아사히신문 기자. 그녀의 모습을 보며 행복은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기'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