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일반 기업이라면 작년에 한 공연이 전석 매진을 기록했을 때 비슷한 수준의 사람을 데려와 비슷한 형식의 공연을 또 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올해 일을 진행하는 동시에 내년에 어떻게 다른 것을 보여줄지 기획한다. 지금까지의 자신에게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는 게 예술가의 숙명이며, 예술 조직의 숙명이다. 예술 기관이나 단체를 이끄는 사람은 조직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바라보고 사업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윤예나의 '125년 역사… 카네기홀의 장수 비결' 중에서(조선일보,2016.12.31)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1891년 세운 뉴욕의 카네기홀. 차이콥스키가 첫 지휘를 한 이후 120여 년 동안, 음악가라면 누구나 한 번 서 보고 싶은 '꿈의 무대'이지요.
이 카네기홀의 관장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의 첼리스트였던 클라이브 길린슨입니다. 그는 적자에 허덕이던 런던 심포니를 단장을 맡은지 2년 만에 정상화시키기도 한 음악가 출신 경영자입니다.
그가 인터뷰에서 카네기홀의 장수 비결을 이야기하면서 한 말이 인상적이더군요.
"만약 일반 기업이라면 작년에 한 공연이 전석 매진을 기록했을 때 비슷한 수준의 사람을 데려와 비슷한 형식의 공연을 또 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올해 일을 진행하는 동시에 내년에 어떻게 다른 것을 보여줄지 기획한다."
자신에게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는 것이 예술가와 예술 조직의 숙명이라는 말입니다. 기업도 개인도 마찬가지이겠지요.
같은 의미로 그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조직의 생태는 사람과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지 않으면 조직은 죽는다. 제자리에 안주하면 지루해지고, 결국은 정체되고 만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태도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위험하다. 특히 문화·예술 조직이 정체하면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다.
만약 작년에 성황을 이룬 프로그램이 있다고 치자. 아무리 엄청난 찬사를 받았더라도, 여기에 새로운 것을 가미하지 않고 반복하기만 하면 사람들은 질리고 만다. 그럼 누구도 카네기홀의 기획 공연을 찾지 않을 것이다...어떤 형태로든 변화와 발전을 끊임없이 추구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카네기홀이 새로운 문화 흐름을 주도하는 리더가 돼야만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길린슨은 21년 동안 LSO를 운영하면서 흥행성 있는 프로그램과 런던 심포니의 명성을 높일 수 있는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균형 있게 구성해왔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길린슨은 돈이 사업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비전이 사업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렇게 되면 필요한 자금은 후원자를 통해서든, 관람료를 통해서든 채워진다는 생각입니다.
"진정으로 매력적인 프로그램에는 비평가는 물론 관객도, 후원자도 몰려든다. 그러므로 새로운 기획을 할 때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아니다. '누구나 끌려올 만큼 매력적인 프로젝트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해야 한다... 만약 계속해서 재정적으로 풀리지 않는 사업이 있다면 스스로 훌륭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까닭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제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도전'하는 2017년을 만드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