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하이팅크 등 동료 지휘자들의 리허설을 참관하는 그는 "지휘는 완성이 없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니까 볼수록 새롭고 신기하다"고 했다. "나는 좀 더 배워야 해요. 초심을 잃을까봐 그게 제일 두렵습니다." 이 시대 최고의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얀손스의 말이었다.
김경은의 '名지휘자의 고백 "난 좀 더 배워야… 초심 잃을까 두렵다" '중에서(조선일보, 2016.12.7)
'초심'을 유지하기란 어렵습니다. 실력이 좋아지면 자만심 때문에, 실력이 향상되지 않았더라도 단지 시간이 흘러 연륜이 쌓였다는 착각 때문에, 풀어지고 나태해지기 쉽습니다. 자주 돌아보고 반성해보지만, 저도 어느새 풀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오늘 아침 자극을 주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의 상임지휘자 마리스 얀손스(73). 그는 세계적인 지휘자입니다. 2008년 영국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선정한 세계 20위 오케스트라에 로열 콘서트헤보(RCO)와 BRSO가 포함되었는데, 얀손스는 당시 두 곳에 상임지휘자로 이름을 올린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2004~2015년에 로열 콘서트헤보의 상임지휘자를 겸임했었지요.
연습벌레로 유명한 그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깊이 공부해야 한다. 악보는 그냥 표시일 뿐, 그 너머로 파고들어가서 작곡가가 암호화해 놓은 고백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악보를 볼 때마다 20층짜리 건물의 맨 밑바닥에 내가 있다고 가정하곤 끝까지 밀고 올라가요. 그 위에 뭐가 있을지는 나도 모르지만 그나마 노력이라도 해야 꿈꾸는 걸 시도해볼 수 있을 거라 믿는 거예요."
제 마음에 제일 와닿은 건 얀손스가 지금도 하이팅크 등 동료 지휘자들의 리허설을 참관하며 배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휘는 완성이 없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니까 볼수록 새롭고 신기하다."
"나는 좀 더 배워야 해요. 초심을 잃을까봐 그게 제일 두렵습니다."
73세의 거장도 '초심'을 잃지 않고 다른 지휘자들의 리허설을 참관하며 배우고 있었습니다.
나도 지금 겸손한 마음으로 더 배우려하고 있는지, 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