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차통보
최양락 씨가
14년 동안 진행해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갑작스런 하차통보에
충격을 받아
외부인과 접촉을 차단한 채
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주차 관리만 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
벌써 4개월이 지났음에도
그는 여전히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술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 방송에서도
‘다음 주 월요일 8시 30분에 생방송으로
돌아오겠다’라고 인사 한 것을 보면
본인도 하차통보를 미리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애기가 된다.
물론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방송을 그만두기 전
간부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인사도 받지 않고
딴청을 피웠다는 것을 보면
이미 회사에서는
본인이 알아서 그만두라는
사인을 보냈건만
설마 누가
그런 쌀쌀한 태도를 하차통보와
연결 지어 생각하고
대처했겠는가.
방송에서는
정기 개편의 일환으로 프로그램이
폐지됐을 뿐이라는
의례적인 답변만 했지만
청취자들에게는
극과 극의 반응들이 나타났다.
‘그동안 재미있게 들었다’,
‘이제 재충전의 기회로 생각하라’,
‘최양락의 재능이 아깝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1년 다닌 직장에서도
명예퇴직당하는 사원이 있는데
이런 배부른
애기가 기사거리라도 된단 말인가?’,
‘그 나이 정도 했으면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알아야지 무슨...?’,
‘허접한 내용, 경망스런 말투...
그 동안 방송에서는
청취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라는
부정적 100자평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양락씨 뿐 아니라
방송인들에게
하차통보는 사직통지나 다름없기에
오래 진행했을지라도
당연하게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불가능할 일로 여겨진다.
심지어 어떤 이는
전 날 본인이
회식을 쏜 후에 프로그램
하차통보를 받을 정도로 그 일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하차이유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기에 을의 입장에서
하차통보는 무자비한
폭거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한 평생 살면서
우리 역시
예측치 못한 수많은 통보를 받는다.
합격통보,
유급통보,
이별통보,
입대통보,
퇴직통보 등이 있지만 생각해보면
기쁜 일보다
가슴 아픈 통보가 많기에
개편을 기다리는 방송인들처럼
날마다 마음 졸이며
사는 것이 통보인생의 단면도인 모양이다.
트레이드 통보를 받은 어떤 선수는
사실 그 팀에서 꼭 필요한
재원이었음에도
어느 날 인생에서 가장 치욕적인
순간을 맞이할 때,
그는
‘나그네 인생에서
이런 일은 다반사지...‘라고 말하면서
오히려
충격적인 통보 소식은 그에게
인생을 깨우치는
알람이 되었다고 고백했지만
과연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든 인간에겐
생존, 사랑과 소속감, 힘과 성취
그리고
자유, 즐거움이라는
기본적인 다섯 가지 욕구가 있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다섯 가지 욕구 중 ‘생존’과 연결되는
퇴직통보가 당시에는 인생에서
가장
큰 충격을 주겠지만,
살다보면
생존이 해결 된 이후
소속감이나 성취도
그리고 자유에 대한 욕구는 차원이
다른 고민들로 괴롭히지만
거기에는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자세가 있다.
‘비온 뒤 땅이 더 굳는다.’라는
말처럼
오늘의 시련은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되게 하는
변곡점으로
해석하는 삶의 자세가 요구된다.
변곡점이 왔다는 것은
어느 덧
실물 장악력이 그만큼 줄었다는
신호요,
또한 실물 세력의 한계에 이르렀다는
증거이기에 우리는
이 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고
스스로
무언가를 빨리 결단할 수 있는
최선의 때라고
여긴다면
그 어느 통보든
초조해 하지 말고 여유 있게
당당하게
맞이해야 할 것이다.
성실하게 살았음에도
왜 내게
달갑지 않는 통보들이 하이애나처럼
덤벼든단 말인가.
항변하고 싶지만
해 아래 새 것이 없듯이
해 아래 나와
무관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실수를
해서 생긴 일이든
나와 전혀 무관한 일을 만나든
그것은 어느 때
어떤 상황 속에서든지
갑작스럽게 하늘의 부름을 받는다
해도
당황하지 않고
그 앞에 설 수 있도록
수없는 전천후 통보를 통해
지금도 마지막 그 날을
준비케 하는
자비로운 신의 선물이라는 사실이다.
다이아몬드는
고가라는 이유가 아니라도
가장 빛나고 강한 보석이기에 모든
여성들의
로망이 되고 있다.
큐-빅은
그러한 여성들의 기본적 욕구를
채워주면서도
저가이기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둘의 차이를 쉽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은
다이아몬드는 58각이고
큐-빅은 42각이므로
커팅이 정교할수록 빛이 화려하기에
그들은 쉽게 다이아몬드를
구별했던 것이다.
인생의 수없는 통보들은
어쩜
마지막 그 날
영롱한 58각 다이아몬드를 만들기 위한
아픈 커팅 작업일지
모르겠다.
배우에게
무대 위에선 어떤 일이 벌어져도
가벼운 일로 넘겨야지
모욕당했다고 생각하면
그는
인생의 무대에서 끝까지 남는 프로가
될 수 없다.
질병이 와도
이별을 경험해도
실패를 당해도
배신을 만나도
숙명으로 여기고 밝은 면만 보기로 작정해야만
인생에서
가장 두려운 죽음통보 앞에서도
침대 붙잡지 않고
홀로 나갈 수 있게 된다.
이 한 가지를 위해
오늘도
수많은 통보들이 우릴 고뇌케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이가 들어도 좋은 점이 있다.
자신의 한계를 알기에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하므로
젊으면 젊은 대로
나이 들면 든 대로
오늘을 통해
내일을 준비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다.
2016년 9월 8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립니다.
사진허락작가:포남님, 제임스박님, 이요셉님^경포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