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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이변

유앤미나 2010. 6. 15. 19:24




준비된 이변(異變)


이번 지방선거는
천안함 정국 속에 치루 어진 터라
처음부터 집권당에게
손쉬운 게임이 될 것으로 예상(豫想)되었는데,

출구조사는 기쁨과 절망이 함께
섞여 나왔고,
결과는 여당(與黨)의 전멸이었다.

사람들은 이구동성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요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현 정부의 독주에 대한
국민의 당연한 저항(抵抗)의 결과였다고
스스럼없이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시작부터
천안함 복병이 나타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년을 맞아
불기 시작한 노풍과
세종시에 대한 충청권의 민심,
4대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 등
어느 때보다 많은 변수(變數)를 갖고 출발했다.

이러한 변수가 있다 해도
민주당 관계자 말대로 이번 선거는
기적에 가까웠고
그들 입장에선 분에 넘치는 선물(膳物)을
분명 받은 것 같다.

그럼에도 특정인을 겨냥하면서
누군 1억 원짜리 생수회사하나 제대로
운영 못했던 사람을 오로지
자신들의 유익(有益)을 위해 뽑았다는 등
비판 여론도 많았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렇게 끝났지만
결과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승자든 패자든
다음 과제(課題)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만
선거가 민주주의 실현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정치적 일방통행(一方通行)에 대한 경고다.

4년 전 여당은 수도권 기초단체장
66곳 중 61곳을 석권했지만,
야당은 단 1곳,
무소속이 3곳을 차지했는데
이번에는 66곳 중
44곳을 민주당이 거두어 갔다.

초반부터 여당에
유리(有利)한 조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드러난 것은
민심을 무시한
일방통행 정책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과 여야 관계자들은 가장 먼저
견제심리와 일방적 리더십을
꼽았었다.

오만으로 비추어진 국정운영 스타일과
보수의 분열, 전략의 부재,
감성정치의 실종 등
정부 여당의 전면적인 인적 개편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현 정부는 2008년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했다는 긍정적인
점수를 줄 수는 있으나,

세종시 문제, 4대강사업 그리고
금융정책 등에서
너무 일방적인 독선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모든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단순한 투표성향이 아닌
더 현실적인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알았다 해도 정책 방향에는 적용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어떤 정책이든지 분명한 타당성이 있다면
조금 늦더라도
거기에 대한 근거(根據)와 이유를
소상히 알려줌으로
국민과 소통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시대는 포스트모던이즘 특성대로
공동체 이익보다는
개성과 자율 그리고 다양성에
가치를 두느라,
권위란 무슨 전근대적 사고처럼
아예 무시되기에
어른 노릇도 어렵지만,
그것보다 소통(疏通)은 더욱 어렵다.

지금은 새가 재잘거리듯
하고 싶은 말을 웹상에 짧게 바로 올리는
트위터가 생겨나면서
간소하게 친구를 맺거나,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실시간 교류하는 세상임에도

아이러니한 일은
개인과 개인,
리더와 구성원 사이의
소통의 벽은 오히려 더 견고(堅固)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비전은 결코
리더의 전유물(專有物)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배는 이전에 선장이었던
현대 배와 사뭇 다르다.
같은 배를 탄
선원들의 협조(協助) 없이는 우리나라
미래는 밝을 수가 없다.

답이 보여도,
국민들과 동역하는 모습을 보이며
때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성숙한
시민의식(市民意識)이 요구된다.

지방선거는 항상
대통령에 대한 견제심리로 나타나
2006년 때는 한나라당이,
이번에는 민주당이 싹 쓸었다.

우리는 지금 당장 이러한 결과만 갖고
흥분할 것이 아니라
이번 선거에 나타난 몇 가지 특징들이
우리에게 더욱 성숙한
시민의식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먼저 진보(進步)성향의 증가다.

유권자 정치적 성향이
보수보다 중도나 진보 쪽이 더 많아졌고,
당선된 사람도 진보적 성향이
더 많았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와 진보진영에서는
4대강사업 반대,
세종시 원안대로 추진, 학교무상급식 등을
중심이슈로 내세웠다.

문제는 지금 우리 경제의 추락(墜落)과
고용문제의 확대 필요성에서
어떤 정책이든
소수의 권력유지를 위하여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행태라는
포퓰리즘이 될까 두렵다.

국가채무는
무섭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빚을 내서라도
명분을 지키고 경기 회복(回復)을 꾀한다면,
지금의 그리스나 유럽 경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두 번째로 여론몰이에 대한
성숙한 시민의식에 대한 요구(要求)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야 모두 여론몰이를 십분 활용했다.

집권당은 여론조사에 의한 언론플레이를
이용했고,
야권이나 젊은 유권자들은
네이트나 싸이월드를
통한 여론몰이가 큰 성과를 가져오게 했다.

사람은 어떤 문제든
복잡(複雜)하게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여론의 주도권을 다투는
이슈 중 대항하는 하나를 내면화하여 의외로
쉽게 결정해 버린다.

정책이 아니다.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한 것도 아니다.
다만 감성적인 그 어떤 것이
좋아 선택하지만 책임은 질 수가 없다.





셋째는 지역주의에 대한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要求)된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지역주의에 기댄 선거를 치루고 있다.

각 지역마다
무소속이 당선된 것을 보고
지역주의를 타파(他派)했다고 하는데,
그들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할 수 없어 무소속으로 출마한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정부수립이후 여러 굴곡을 경험하면서
발전해갔지만, 1987년
민주항쟁 이후 제도적인 민주화가 시작되면서
사회적 갈등과 과도한
지역(地域)갈등구조가 야기되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순수한 의미의 지역주의는 나쁘지 않지만,
이러한 의식을 갖고,
자신의 이익에 악용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이번 선거를 준비된 이변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느 때나 마찬가지였지만,
정치적 일방통행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가 진보성향을 증가시켰고,
여론몰이 그리고
지역주의 바람이 불면서
이변(異變)을 가져 왔겠지만,

다른 측면으로 본다면
이런 결과는
오히려 새로운 국면의 시작이요,
무엇보다도 당선자들의
겸손(謙遜)이 과제로 남겨져 있다.


최근 기업에서는
CEO형 리더십에서 새로운
부드러운 섬김의 리더십으로 바뀌고 있다.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봉사와 헌신으로 남을 존중하면서
자연스럽게
권위를 얻는 리더십을 말한다.

이러한 좋은 예가 김성근 야구감독이다.
당시 그가 맡은 SK가
6위였을 때 그는 선수들의 장점을 키워서
팀플레이에 역점을 두었다.

명령이 아닌 권유를,
겁이 아닌 희망을 주는 섬김의 리더십이
선수단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부임 첫 해 1위로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당선자들의 과제는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근본적인
섬김을 통해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하길 소원한다.

섬기는 자가 진정한 리더다.
섬김이란 남의
뒷바라지나 하는 처세술이 아니라,
섬김을 통해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여 영향력을 발휘(發揮)하게 하는
21c형 리더십이다.


권력을 지닌 자는 겸손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권력을 소유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교만에 빠지기 쉽다.

모름지기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더 세지는 경향이
있지만,
60이 넘어서도
공자처럼 귀에 순하게
들린다는 이순(耳順)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면,
남을 포용하고 섬기는
모성애적 리더십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지금 우리에겐
강한 카리스마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수평적인 구조에서 리더의
덕목(德目)을 드러내는 그런 사람을 요구한다.





주여,

선거를 통해
자신(自身)을 돌아봅니다.

저는 지금
일방통행이 아닌
양방향통행으로 운전하고 있는지요.

거울처럼
그들을 통해 자신을
보게 하소서.

심는 대로 거둔다는
가장 평범한
인생의 진리를 진정으로 믿는다면,

더디더라도
조급해 하지 말고,
범사(凡事)에 최선을 다하게 하소서.

2010년 6월 13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림


사진허락작가ꁾ이요셉님, 갈릴리마을(돌팔매님, 느티나무님, 우기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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