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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아톤 인생

유앤미나 2010. 3. 23. 14:49




말아톤 인생


매년 3.1에는 강원일보사 주최
단축마라톤이 강원도
모든 시와 군에서 열리는데,
올핸 당일에 눈과 비가 많이 내려
진행할 수 있을까싶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이 참여(參與)하였다.

눈과 비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경주(競走)자들을 괴롭혔지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며
전문꾼들과 보통 시민들 천여 명은
그렇게 10km를 뛰었다.


마라톤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남녀노소, 지위고하 막론하고
함께 뛰기에 흔히
인생을 마라톤으로 비유(比喩)한다.

분명 출발은 같았지만
얼마나 훈련했고
얼마나 열심히 달리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에야 나는 10km를 뛰었지만
마라톤 풀코스 42.195km는
마음만 갖고 안 된다.

스피드와 함께
끊임없는 체력이 요구되기에
인간 한계에 도전(挑戰)하는 경기이므로
철저히 준비해야만 할 수 있다.





나는 평소 달리기를 좋아한다.
자신을 훈련하는데
이것만큼 좋은 운동(運動)도 없는 듯 하다.

10km, 20km 정도는
어떤 상황에서든지 얼마든지
뛸 수 있지만 30km부터는
단단히 준비하지 않고는 쉽지 않는 거리다.

난생 처음 풀코스에 도전(挑戰)할 땐
마지막 3km를 남겨두고는
너무 힘들어 그냥 걸어왔다.


나는 마라톤을 할 때마다
왜 사람들이 마라톤을
인생과 비교(比較)하는지를 생각해 본다.

마라톤은 처음부터
빨리 달린다고
결승점에도 일등 한다는 보장이 없다.

인생도 아무리 똑똑하고
가진 것이 많다 해도
반드시 1등 인생이 된다는 법은 없다.

무엇보다도 장거리 인생에서는
속도(速度)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페이스 유지가 중요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속도를 유지하는 사람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것이지,
속도가 일정치 않는 사람은
좋은 성적은 커녕
완주(完走)하기 조차 어렵다.





페이스 유지를 위해서는
첫째 철저한 훈련(訓練)이 필요하다.

마라톤은 마음만 갖고 안 된다.
평소 훈련하지 않고
당일에 그냥 뛰다가는 1km도 못 가서
쉽게 지쳐버린다.

하루에 몇 km라도 꾸준하게
연습(練習)해야만
원하는 목적지까지 뛸 수 있다.

나는 ‘경포호수’ 4.3km를 하루에
한 바퀴씩 1년 동안 돌면서
마라톤을 준비했다.

처음엔 한 바퀴 도는데
40분 걸렸는데,
나중엔 20분이 걸리면서 풀코스에
도전했는데 힘들었지만
충분히 할만 했다.


세상만사 훈련이
성패(成敗)를 좌우한다.
자신감은 철저한 준비에서만 온다.

인생은 장거리다.
85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1km씩만 계산해도 31,000km를
달려야하는 긴 거리다.

이 장거리를
어찌 마음만 갖고 되겠는가.
하지만 우리 시대의 모토는
안전(安全)제일주의다.

할 수만 있으면 안 뛰고 편히
있으려고 한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사람들은 되도록 땀 안 흘리고 쉬운 쪽으로
쏠리기 마련이다.





한국 단거리 코치로 왔던 자메이카 코치는
고국으로 떠나면서 한국육상계에
쓴 소리를 뱄었다.

1년 전 그는 한국도 할 수 있다는
소신(所信)을 갖고 시작했지만,
세계 최강 자메이카의 육상훈련법이
한국에선 통하질 않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한국 선수들은 전국체전에서
괜찮은 등수만 들면
꼬박꼬박 월급 받고 대접받기에 세계와
경쟁하려는 생각이
아예 없다는 그의 지적이었다.

육상은 끝없는 고통이 필요한 종목임에도
훈련을 외면하는 풍토 때문에
그는 떠나야만 했다.


인생은
광야(廣野)를 지나는 여정이다.
광야는 훈련의 장소다.

쉽게 지나가느냐
어렵게 지나가느냐는
본인의 스타일에 달려있지만,
고된 훈련을 쌓은
인생만이 좋은 결실을 기대할 수 있다.

육상에는 끝없는 고통이 필요하듯,
인생도 고통이 필요한 것은
승리엔 우연(偶然)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연습량의 결과로 심판 받는 것이 인생경기다.
3분 경기를 위해 4년을 훈련했듯,
우리도 한 평생
정욕과 유혹, 타성, 게으름을
쳐서 길들여야만,
마지막 그 날 그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다.





둘째는 실제 레이스다.

평소 충분한 훈련을 한 후
실전에 임할 때
몇 가지를 염두 해두고 뛰어야 한다.

먼저 선두그룹과 거리다.
아무리 자신의 페이스대로 뛴다 해도
선두그룹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면 나중에
만회(挽回)하기가 힘들어 좋은 성적을
거둘 수가 없다.

시야에서 사라지는 거리까지 가면 안 된다.
선두그룹에만 붙어만 가도 우승은
못해도 적어도
그들에게 품어 나오는 에너지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인생도 항상
적당한 긴장(緊張)이 요구된다.
꼭 1등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선두그룹이 눈에
보일정도로 페이스를 조절해야 한다.


다음으로 레이스에서 호흡의 중요성이다.
보통 훈련되지 않는 주자는
숨이 가쁘다고
단식(單式)호흡하기가 쉽지만,

장거리 호흡은
발의 움직임에 맞추어 ‘흐’ ‘하’를
반복하는 복식(複式)호흡이 필요하다.

복식호흡만 잘해도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이나 정신활동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아무리 숨이 차도
깊이 숨을 들여 마셔야 하듯이,
어려운 일이 있을수록
근심이나 두려움이라는 숨을 들이키지 말고
영혼까지 깊이 내쉬는
인생의 복식호흡이 필요하다.





레이스에서 세 번째 중요한 일은
고난(苦難)의 언덕을 잘
넘어가야 한다.

어떤 코스라도
반드시 마(魔)의 언덕은 있기 마련이다.
그 언덕을 넘지 못하면
선두권에서 영영 멀어진다.

아마와 프로의
차이는 여기에서 결정된다.

특별히 인생 후반에 만나는
마의 언덕은
고비와 함께 승부(勝負)처가
되기에 포기하지 말고 잘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레이스에서 물은 필수적이다.
마라톤과 물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갈증을 느껴서 물을 찾을 때는
이미 탈수가 지나간 다음
현상이므로 경기 중
적당한 수분을 유지하는 것은
필요한 에너지뿐 아니라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평상시 사람에게 수분은 언제나
모자라는 상태라고 한다.
수분은 하루 종일 소비하므로
항상 물병을 손닿는 곳에
갖다놓고 보충(補充)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세상만사 항상
필요한 것은 부족하고,
불필요(不必要)한 것은 늘 차고 넘친다.
물처럼 좋은 것을 가까이하는 것은
인생의 좋은 습관 중의 하나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할 일은
이 좋은 달리기를 어떻게 해야
계속(繼續)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다.

마라톤은 어느 한 때의 경기지만
인생마라톤은
계속 뛰어야만 하는 경기다.

달리기에서 가장 힘든 거리는
마라톤 풀코스 42.195km가 아니라,
바로 신발 끈을 매고
문밖으로 나가기까지의 거리라고 말한다.

이상하게도 서 있는 사람은 계속
서 있으려고 하고,
움직이는 사람은 계속 움직이려고 하는 것이
세상 법칙(法則)이다.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를 시작하다가 그만두고,
또 다시 시도하기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인생만사 도중에
그만 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영어책 하나 끝까지 본적이 별로 없다.

무슨 일이든 끝까지 완주하려면
다른 어떤 전략보다도
달리는 자체(自體)를 즐겨야 한다.

하루 이틀을 뛰다 말 것이 아니라
평생 뛰려면 천천히 그리고
즐겁게 뛰어야
일이 아닌 운동이 된다.





물론 뛰는 일 자체를 즐긴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기에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인생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어떤 일이든
의미를 갖고 하면 금방
재미도 붙고
성취(成就)감도 생기게 된다.

세상에 우연이 어디 있겠는가.
인연(因緣)이란 결국
뿌린 것이 있기에 거두는 것이 아닌가.

의미의 시작은 겨자씨처럼 미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거목이 되어 감을
눈으로 볼 수 있어
산다는 자체가 행복이 된다.

그만큼 의미를 갖고 사는 사람과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차이(差異)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존재이기에
의미에 변화(變化)를 주어야 한다.

같은 일을 할 때나
같은 곳에서 달리기를 계속 반복한다면
싫증이 날 수 있기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빨리 가기도 하고 늦게 가기도 하고,
높은 곳에 가기도하고
낮은 곳으로 가기도 한다.


그렇게 의미와
변화를 갖고 한 가지 더 필요한 것은
인생 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동역자다.

혼자 뛰는 것보다
함께 뛰면 힘도 덜 들고 계속 뛸
가능성이 훨씬 많아진다.

인생독불장군은
나이가 들어 연금은 많을지 몰라도
친구가 없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동역(同域)자다.
그들로 인해 나중에
인생면류관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지혜자다.





주여,

물고기는 헤엄치고,
새는 날고,
인간은 달린다고 누가 말했듯이,

거의 본능적으로 사람들은
달리지만,
왜 뛰는가하고 질문하면
저는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요.

말아톤 김진호는
2%보다 더 부족했기에
불평(不平)하지 않고 뛰었습니다.

저는
한 평생 저와 함께
뛰시는 당신이 계시기에,

불평하지 말고
기쁨으로
그 길로 나아가게 하소서...

2010년 3월 21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립니다.


사진허락작가ꁾ이요셉님, 갈릴리마을(우기자님 판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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