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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랑

유앤미나 2010. 5. 18. 14:36




첫 사랑


첫 사랑이 다른 사람과 행복하게 살면
배가 아프고,
첫 사랑이 불행(不幸)한 삶을 살면
가슴이 미어지고,
첫 사랑이 운 좋게도 지금 나와함께 산다면
골치가 아프다고
강석 씨가 어느 라디오 쇼에서 말했다.

사람들은 첫 사랑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것은 가슴시린
첫 사랑에 대한 추억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상하게도 그 자체만으로도
심장(心臟) 박동 수는 커져만 간다.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첫 사랑,
아무리 쫓으려 해도 쫓아낼 수 없는 첫 사랑,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도
왜 이리도 첫 사랑에 대해 설레 일까.
아니 첫 사랑에 대해
왜 이리도 집착(執着)하게 될까.

그것은 처음엔 모든 것이 어설프기에
영화 같은 첫 사랑을
이루어 결혼(結婚)한 사람이 적다는
상대적 요인도 크겠지만,

더 본질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본능(本能)처럼
첫 사랑도 잠재의식 속에
숨어있는 아련한 인간애에 대한 본성이요,
각박한 세상에서 최소한의 마음의
여유(餘裕)라 할 수 있다.





나에게도 첫 사랑이 있었다.
나는 그 때 그 사람을 만나면서
일기 식으로 써놓았던 노트를 서가(書架)를
정리하다가 발견하고선 잠시나마
또 추억에 잠기었다.

...
저는 당신만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해도
제 머리 속에는
온통 당신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는 당신만 생각하면
세상 어떤 욕심도 다 사라지고,
그 어떤 것도 부럽지가 않는 답니다.

왜 이제야
당신을 만났단 말인가요.
왜 이제야
이런 진실한 사랑을 느낀단 말인가요.
왜 이제야
시인(詩人)이 되어야만 한단 말인가요.


눈만 감으면 당신이 그려집니다.
눈만 감으면
당신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눈만 감으면 내 영혼은 벌써
당신께
날아가고 있답니다.





이제...
당신은 나의 새로운 힘이랍니다.
당신은 나의 새로운 꿈이랍니다.
당신은 나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답니다.

아니...
당신은 이제 내 인생의 모든 것이 되었답니다.

그래요,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당신의 얼굴만 볼 수 있다면
당신의 웃음소리만 들을 수 있다면
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답니다.


내 자신도 놀란답니다.
내가 어느 때부터
이렇게 당신 앞에 어린아이가 되었는지요...

당신 앞에 나는 영원토록 그렇게
철부지가 되어
당신 품에 안기고 싶답니다.

내가 잠을 자도
당신은 나를 바라보고 미소 짓고
있음을
나는 알기 때문입니다.
...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첫 사랑만큼은
순수(純粹)했을 것이다.

그 때는 몰랐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 사랑은 신을 향한
순수함과 똑같음에 더 놀란다.

그 순수함이란
철부지 때의 순간적인 고백이 아니라,
세월(歲月)이 아무리 흘러도
어느 때이든지
당당하게 고백할 수 있는
진리와 같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연유가 되었든 간에
이러한 과정을 지난 후에 결혼을 할 때는
‘나는 너 없이는 못 살아’
하는 마음이었는데,

얼마 못가서는
‘나는 너 때문에 못 살아’로
바뀐단 말인가.

그래서 강석 씨가
운 좋게 첫 사랑과 같이 산다면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던 모양이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첫 사랑과 같이 살든 아니면
다른 사람을 만나 살든
결혼 전과 결혼(結婚) 후가 왜 이리도
다르단 말인가.

누가 말 한 대로
첫 사랑은 참을 수 없는 감정이라면
결혼은 싫든 좋든
참아야 하는 감정이고,
또 첫 사랑은 한 사람만 만나고 싶다는 것이고
결혼은 그 사람만 언제나 만나야만
한다는 현실 속에 살아야 한다.

더욱이 첫 사랑은
고통으로 끝나는 것이지만,
결혼은 죽음으로 끝날 때까지
모든 고통(苦痛)을
참아야만 한다는 책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첫 사랑과 결혼하기도 어렵고
또 결혼하지 않기에
첫 사랑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는
모순(矛盾)에 빠지게 된다.





세월이 흘러 결혼할 때
순수했던 그 사랑은 어디 가고,

‘다시 결혼한다면
지금 배우자와는 하지 않겠다.’,
‘능력이 된다면 혼자 사는 것도 좋지’,
‘아니야, 결혼 초기에 기선을 제압해야해!’

등등 사랑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갖고
살아가고 있으니,
누구와 살든 간에 애톳함은
사라지고 마지못해
의무감(義務感)에 살아가는 의미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인생은 어쩜 사랑과
증오가 채워지는 잔과도 같다.
사랑이 크면 클수록 증오는 작아지고
증오(憎惡)가 많으면
많을수록 사랑은 적어진다.

우리의 과제는
증오를 몰아내고 사랑을 채우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랑에 대해
바로 알아야만 한다.





첫째로 사랑은 베푸는 것이다.

마린몬로 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그녀만큼
사랑에 목말라 죽은 사람도 없다.

그녀와 결혼했거나 교제했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 땅에서는
최고(最高)의 권력자요 최고의 부자들이었지만,

그 누구도 그녀가 원하는 사랑을
채워주지 못했기에
서른여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홀로 텅 빈방에서 고독(孤獨)하게 약을 먹고
죽어야만 했었다.

그러나 마린 몬로를 죽게 만든 것은
남자들이 아니라,
사랑을 받으려고만 했던 그녀의
이기적인 사랑이
자신을 그렇게 죽인 것이었다.


누구나 착시(錯視)를 일으키게 한다는
루빈의 컵도 사실은
의식적으로 우리가 통일성(統一性)과
연속성 그리고
유사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본성적으로
어린아이처럼
늘 뭔가를 상대에게 끊임없이 요구한다.

진정한 사랑은
이렇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의
필요(必要)를 채우는 일이다.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면
첫 증상으로
무언가를 상대에게 주고 싶어진다.

주고 싶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신뢰의 증표이다.

신은 인간에게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하여
받는 것보다도
주는 것이 더 행복(幸福)하다는 것을,

줌으로 상대가
기뻐한 모습을 보므로
참 인생의 가치(價値)를 배우게 하셨던 것이다.





둘째로 사랑은 매직이다.

도둑들과 형사들은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특별한 열쇠가 있듯이,
신(神)은 모든 인간에게 사랑이라는
만능키를 주셨다.

물론 아무 노력도 없이
사랑만 하면 모든 것을 해결해 주겠다는
의미(意味)는 결코 아니다.

에릭프럼이 사랑을
관심, 이해, 존경, 책임이라는
네 단어로 압축했듯이,
사랑하면 관심을 갖게 되고
이해와 존경 그리고 책임이 뒤따른다.

그렇게 사랑한다면
세상에는 불가능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마술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는 ‘사랑의 기술’에서,
‘만일 내가 참으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

진실로 한 사람을 사랑할 때,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사랑은 이렇게
마약(痲藥)보다 더 강력한 힘이 있다.


‘사람’이라는 말은
‘사랑’에서 왔다는 주장(主張)이 있다.
좀 억지 같지만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사랑하는 일처럼
큰 축복도 없고
사람을 미워하는 일처럼
큰 저주(咀呪)도 없을 것이다.





셋째는 사랑은 버리는 것이다.

첫사랑과 13년 연애하고
결혼(結婚)한 영화배우 차태현 씨,

그동안 수없이
싸우기도 정말 많이 싸웠고,
이별의 아픔까지 겪었지만 그 때마다
차태현은 자신이 잘못을 했던
안했던 간에 먼저 가서 용서를 구했는데,
신기하게도 그녀는
그의 모든 용서(容恕)를 다 받아주더라는 것이다.

그는 남자의 자존심(自尊心)
하나만 버리면
정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혼 전에는 두 눈 크게 뜨고
배우자를 찾았지만,
결혼 후에는 한 쪽 눈은 감고 살다가,
아이가 생기면 아예
두 눈 다 질끈 감고 살라는 말이 있다.

결혼 전에는
여러 조건들을 따져보았지만,
결혼 후에는
봐도 못 본 척하고
알아도 모르는 척하며
자신(自身)을 버리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야만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 자신이 사랑 받았던 방식대로
사랑을 표현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최선을 다해
보살피고 섬김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방식이 나와 다르게 느껴져
정이 없고 무책임하게 보여 지나,

사실은 애정도 없고
정직(正直)하지 않음에도 오로지 나와
통하는 점이 많다고 무조건
좋게 보는 경우도 많다.

방식도 좋지만
마음은 더 소중한 부분이기에
외적인 모습에 매이지 말고
더 넓은 눈으로 대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누가 말했듯이,
흐르는 강물을 잡을 수 없다면
바다가 되어서
기다리는 편이 훨씬 낳을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흐르는 강물을 붙잡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쩜
내 욕심일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 방식으로
무언가를 붙잡아 두려고 하지 말고
차라리 더 큰 바다가 되어
강물과 섞이라는 편이 낫다는 말이다.





주여,

첫 사랑의 순수함,
애절함,
간절함은 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런 사랑으로 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밖에 모르는
저에게
당신을 통해 알게 된
첫 사랑은

모든 것을 견디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믿어 주는 것이기에

그녀에게
그들에게
모두에게

그렇게 품게 하소서.

2010년 5월 17일 월요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 드립니다.
(다음메일은 터키, 그리스 순례기가 올라갑니다.^*^)


사진허락작가ꁾ이요셉님, 투가리님, 갈릴리마을(돌팔매님, 우기자님, 김희성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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