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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휼을 기대하며

유앤미나 2008. 4. 8. 19:26



긍휼(矜恤)을 기대하며


바다를 끼고 있는 강릉에 살면서도
새해 일출(日出)을 본 것은
손꼽을 정도로 적다.

그런데 올해는 왠지
일출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일찍 일어나 안목해수욕장에 갔더니,
초입부터 이미 주차장(駐車場)이 되어버렸다.

수평선과 맞닿는 하늘엔
구름이 두껍게 깔려 있어서 혹시나
일출을 보지 못할까하는 조바심이 일었던 것은,

오직 그 순간(瞬間)을 위하여
전날부터 외지에서 온 사람들에게
강릉시민으로써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출에 대한 기대감(期待感)으로
그들은 추위 속에서도
여유 있게 웃으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믿음대로 평소보다는 조금 늦었지만
해수면에서 드디어
새해 첫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글거리는 첫 일출을 보며
손을 모아 한 해의 소원을 빌거나,
그 광경을 간직하려 사진을 찍는 사람,
어떤 이는 너무 흥분하여 아예 바다
속으로 뛰어 드는 사람 등
여러 모습으로 해를 맞이하고 있지만,

출렁이는 동해 바다 위에
새해 첫 아침을 알리는 붉은 해는
온 누리에 찬란한 빛을 비추듯,
모두에게 희망(希望)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올해는 무자(戊子)년으로 쥐해다.
쥐는 오래 전부터 사람과 같이 살면서
미움도 많이 받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각별한 동물이다.

곧 쥐는 너무 예민하여
미래(未來)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어
쥐가 집에 안 보이면 불이 나지 않을까,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며
불안해했던 것이다.

또한 쥐의 다산성은 번성(繁盛)과 풍요를
상징하면서도 꾀가 많아 12지간에
아들자로 첫 번째 위치에
놓았다는 설도 있다.


쥐는 이렇게 부정적인 면도 많지만,
아울러 긍정적(肯定的)인 면도
많기에 올 한 해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이
되는 것은 지금 우리 현실은
좋은 면보다는 불안하고
염려스러운 면이 더 많기 때문이다.

유가(油價)가 배럴당 100$를 돌파했다는
새해 첫 뉴스는 세계경제 환경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경고(警告)의 소리처럼 들렸다.

고유가, 고금리, 고원화가치, 고물가라는
4고(高) 흐름이 계속될 올
한해 경기를 어찌
누가 낙관만 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실용주의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경제(經濟)의 봄은
결코 그냥 오는 것은 아니다.

국민과 기업, 정치인들이 서로
각자의 영역에서
쥐띠를 맞아 서생원을 통해
좋은 점들은 배워서 이 난국을
지혜(智慧)롭게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먼저 위기의식(危機意識)을 가져야 한자.

모든 동물이 다 그렇지만
쥐는 특별히 위기의식이 더 강(强)하다.

사람 눈에 뛰지 않는 밤에 활동하는
자체도 그렇지만 작은 구멍도
순식간에 조건반사로
몸을 가늘게 하여 도망가는 기술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특별한 그들만의 능력이다.

지금 우리는 단순히
눈치 빠르고 동작 빠른 쥐의
약삭빠름을 배우자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능동적으로
잘 대처(對處)하는 그들의 위기의식적인
자세를 본받자는 것이다.





최근 해외 언론으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아무래도
삼성(samsung)을 가장 먼저 꼽을 것이다.

미 포춘지는 삼성의 성공비결로 끊임없는
위기(危機)위식과 혁신이라고 했다.

삼성은 매년 신년사를 할 때,
‘세계 최고가 되느냐 실패한 기업이
되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하면서
끊임없이 위기의식을 주지(主旨)시켜 왔었다.


우리에게 이토록
위기의식이 필요(必要)한 것은,

대부분 사람들은 변화(變化) 자체를
싫어하는 본성으로 인해 완전히 망하기
전까지는 위기의식을 전혀
못 느끼다가 갑작스럽게 불어 닥친
재앙(災殃) 앞에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효과적인 경영(經營)이란
평상시에도 위기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므로 진짜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시대는 날마다 변신(變身)과
개혁 없이는 생존 자체도
불가능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위기감을 느끼고
단순히 남을 것을 따라하는 단계의
벤치마킹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끊임없는 자발적인
위기의식을 갖고,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자기개혁과 자기계발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는,
처음 먹었던 생각만큼 참신하고
효과적인 대안(代案)도 없기 때문이다.


내 친구는 처음 주례할 때,
‘처음 주례하니까 제가 더 떨립니다.’로
시작했던 그의 주례사를 친구인
내가 더 잘 기억하고 있다.

처음 입학할 때,
처음 입사할 때,
처음 결혼할 때,
처음 집을 사 입주할 때 마음을
무슨 말로 표현(表現)할 수 있을까.

이렇듯 처음 품은 생각만큼
순수하고 기분 좋은 일도 세상에 없건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신선한 감정이
무디어지면서 일방통행(一方通行)
인생이 되어간다.

자신의 흥분된 느낌만을 중요하게 여기며,
큰소리치고 어린아이처럼 유치찬란한
인생을 각색하며 살아간다.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모른다.’라는
속담처럼 과거(過去)를 너무 쉽게
빨리 잊는 경향이 강하다.

성공할수록 자만(自慢)에 빠지지 않고
더 겸손히 섬겨야 함에도,
조금만 잘 되어도 과거를 잊어버리고
호기를 부리며 살아가기에
삶이 왠지 언제나 불안하기만 하다.

대만의 천수이벤 총통도
처음 절대적인 인기는 온데간데없고,
요즘엔 10% 이하로 지지율이 떨어졌다.

그의 주변 사람들의 부패와 함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처음 총통되었을 때의 초심(初心)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초심을 잃었다는 것은
목적지(目的地)를 잃은 배의 키와 같다.

그러므로 다른 어떤 능력보다
처음 먹었던 초심을
유지(維持)하는 것이 목표를 성취하는데
가장 큰 과제인 셈이다.





그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선
주관적인 철학도 물론 필요하지만,
다른 어떤 것보다도 신(神)을
만남으로 가능성을 더 높여주고 있다.

쥐는 인간 게놈과 97%가 유사(類似)하여
비만이나 당뇨를 치료하려고
쥐를 실험하게 되는데 최적적인
쥐 한 마리가 무려 160억에 팔렸다고 한다.

쥐는 분명 미천한 짐승이지만,
인간과 닮았다는 이유(理由) 하나로
이렇게 귀한 몸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신(神)의 형상으로
만들었기에 97% 정도 비슷한 것이 아니라,
100% 가까이 유사하기에 사람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이다.


이런 고귀한 인간이
어이없게도 땅의 도성에 살면서,
수많은 복병(伏兵)들로 인해 오늘도
힘없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나는 새해 첫 주부터
만만치 않는 일들을 연속해서
경험(經驗)하고 있다.

가장 먼저 만난 뜨거운 일은
교육관으로 사용하던 지하에 불이 난 일이다.
다음으로 아내의 수술(手術)이다.
미루었던 수술을 새해와 함께 시행했다.

또 같은 멤버도 뒤따라 수술을 했고,
잘 아는 어느 가정은 년 초부터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이러니 세상 무엇을 믿을 수 있겠는가.
건강(健康)도 돈도 아니
제도권의 힘들도 결정적일 땐
나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다는 것을
이런 일을 당할 때마다 더 느끼게 된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지 않는
치명적(致命的)인 일을 겪으면서
종교를 떠나서 신을 닮은 인간은 그때야
그의 긍휼(矜恤)을 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인생(人生)은 만남의 연속이다.
만남으로 시작하여 만남이
끝나면 한 개인의
죽음이라는 종말(終末)이 다가온다.

우리는 한 평생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기쁨과 슬픔을 경험하며 인생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체득(體得)하게 된다.

하지만 다 만났어도,
아니 모든 것을 경험했다 해도,
신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는
2% 부족(不足)한 인생이 아니라
200% 아니 생의 모든 것이
결핍된 인생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생은 아무리 사고하는 능력이 있다 해도,
갈대보다 더 연약하다는 것이
명확한 현실이다.
이런 유약한 존재가 어찌
홀로 장거리 여정(旅程)을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역사(歷史)를 움직였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신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신을 만남으로
영혼의 교류(交流)가 일어났고,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일을 감당하는데
그의 긍휼(矜恤)과 도우심을 경험하게 된다.





주여,

새해부터
고난(苦難)의 쓴 잔을 마시고
있지만,

낙심하지 않는 것은,
항구(港口)가 가까울수록
암초가 더 많고
치명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 한 해도
모든 일 속에서
위기의식적 자세 속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언제나
당신의 긍휼(矜恤)을
구하는 자가 되게 하소서.

2008년 1월 9일 강릉에서 피러한 드립니다.


사진작가ꁾ투가리님 lovenphoto님 크로스맵 해와달(우기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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