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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아니잖아요

유앤미나 2008. 3. 21. 18:42


우연(偶然)이 아니잖아요 
옛날 드라마에 비해 
요즘 드라마는 모든 면에서 많이 발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은 
우연(偶然)적인 만남이 너무나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는 픽션을 다루므로 그 허구적인 이야기가 
그럴 듯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필연성과 
개연성을 부여해 사건과 동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적 인과성은 결여된 채 
우연에서 우연으로 건너가면서 
일관성 없이 눈요기 거리만 만들어 
내는 모습이 역력하다. 
세상이 아무리 요지경이라고 하지만 
아무렴 드라마 내용들이 현실에서 가능하겠는가. 
다른 별 이야기처럼 정해진 틀에 맞추기 위해 
필연을 가장한 우연의 연속적인 사건들은 
너무 허황되고 과장으로 가득차있어 
볼수록 헛된 꿈에 떠있을까 봐 
염려 아닌 염려를 하게한다. 

일상생활에서 생각지 않았던 
우연한 일을 만났을 때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한계상황에서 그런 일을 가져다 준 
필연적인 일들을 우연으로 여기고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혼돈의 관점에서 우연이란 
미래를 알 수 없고 
예측할 수 없기에 운명적으로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일지 모른다.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의 생각과 갭이 커 가면서 
현실과 필연 속에서 사람들은 
우연이라는 구름과자를 위안 삼아 
자신의 상처와 갈등을 전가하려는 것이다. 

그 근본적인 요인들은 세계관에서 비롯되었다. 
헤겔의 관념론이나 마르크스의 유물론에 
잠재해 있는 일원론적인 세계관에는 
우주 안의 모든 현상이 
인과법칙에 의해 설명하면서도 그러한 
법칙들은 우연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모든 피조물들과 
또 그것들과 관계성 그리고 사람의 의지나 
절대 진리들을 우연의 산물이라고 
은연중에 세뇌시킨 것이 아닌가. 
과학에서는 그것을 진화론으로 대치하고 있다. 
진화론은 이 세상이 우연히 생겨났고 
모든 피조물들은 자연적으로 진화되었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일은 모든 것이 우연이라고 
믿고 싶은 신앙적 행위 위에 
진화(進化)라는 과학적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요한 사실은 
세상의 모든 것을 발생시킨 
첫 번째 원인이 우연히 생겨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단순한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과학이란 철저하게 인과율(因果律) 법칙 
위에서 전개되어야 함에도 
그들은 최초의 원인이 우연히 발생했다는 
비과학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스콧 휴스라는 과학자는 진화론이 
보통 과학적 사실로 인정되고 있는 이유는 그 
주장들이 과학적으로 충분히 증명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진화론의 대안인 창조론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오래 전부터 
‘신은 결코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라고 우연을 부정해 왔었다. 

우리가 우연이라는 신앙을 갖게 되면 
많은 문제가 파생되는데 가장 본질적인 일은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을 우연으로 보기에 
허무주의에 빠진다는 맹점이다. 
왜 태어났는가. 
왜 열심히 일해야 하는가. 
왜 사람은 이웃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가. 
이 단순한 질문 앞에서도 당혹할 수밖에 없다. 
‘나’라는 존재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냥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면, 
인생의 목적도 사명을 찾을 수가 없게 되어 
자기정체성 혼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물론 가끔은 우연적인 상황이 꿈과 인생의 
여유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토고와 첫 경기 치루는 프랑크푸르트가 
차범근 감독이 처음 붐을 일으켰던 
도시이므로 좋은 느낌을 준다는 여유를 
가질 수는 있으나 그것이 횟수가 잦아질 때는 
도움은커녕 미신적인 문제만 발생시키므로 
일상적인 삶에서 퇴보하게 될 것이다. 

사람 눈으로 볼 때는 세상 모든 일들은 
우연한 일의 연속처럼 보이나 늘 
인과관계가 있는 일들이다. 
우연(偶然)이 반복되면 필연이 되듯이 
다만 우연이란 수많은 필연들이 만들어내는 
미지의 세계일 뿐 필연적인 운명과 무관한 일은 아니다.  
삶이란 이렇게 한 평생 동안 우연과 필연이 
서로 얽히면서 역사를 만들어 간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진리가 있다. 
곧 우연이 필연적인 역사가 되는 것은 
각 사람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역사적인 위대한 일들도 
그 일이 시작될 때는 우연에 불과 했는데 
그것에 의미를 두고 사건화한 것은 
오직 본인 의지에 달려있었다. 

요즘 종교를 떠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는 
생의 의미와 목적을 갖고 부른 그 분의 
섭리 안에서의 고백이다. 
일본에 한류 바람을 불게 한 것도 
'겨울연가'를 우연히 방송국 여자 PD들이 
추천하여 시작하였는데 그 결과는 
필연(必然)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 볼 때는 모든 것이 우연으로 
보이지만 그 우연은 철저한 노력의 
결과로 이루어낸 우연이다.
최근에 정부나 산하단체장 인사들이 
부산상고 공화국이 된 것을 
어찌 우연의 일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성공은 결코 우연으로는 될 수 없다. 
반드시 필연적인 성공의 요소를 담고 있었기에 
성취된 것이 아니었겠는가. 
나는 노사연 씨의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겠지’ 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처음에는 신의 섭리를 알지 못하기에 우연으로 
시작한 줄 알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필연임을 알고 자세가 달라진다. 
설령 태어날 때는 우연으로 시작되었다 해도 
그 다음부터는 필연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된다. 
소명(召命)속에서 
살아가야 할 사명(使命)을 깨달아야 
필연적인 죽음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여, 
제가 
젊었을 때는 
제 의지에 따라 
사람을 만나고 또 
사랑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일을 시작하기 전에 
당신이 먼저 인생을 디자인 하셨고, 
제가 사랑하기 전에 
당신이 먼저 그를 사랑하셨고,
그리고 
제가 힘들어 할 때 
당신은 저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셨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과 저와의 인연은
결코 우연이 아닌 필연이듯이 
저들과의 모든 만남도 
섭리이기에 
날마다 
당신을 대하듯 
진실하게 섬기게 하소서...
2005년 12월 18일 강릉에서 피러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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