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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떠나갔지만

유앤미나 2008. 3. 21. 15:11



그녀는 떠나갔지만
이건희 회장 막내딸이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줄 알았는데 자살이었다는 것이
판명되면서 사람들은 더욱 당혹해 하고 있다.
이상하게도 한국 재벌 자녀들이 최근 들어서
자살 아니면 교통사고로 명을 달리했다.
옛날에는 '인명재천'이라 했는데,
이제는 인명재차(人命在車)라고 말할 정도로
교통사고가 암 보다 사망률이 높아졌고,
또 자살(自殺)은 현대에 문화화가 되면서
생명을 사유물로 생각하여 목숨까지도 쉽게
포기하는 일이 너무도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교통사고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자살은 의지에 따라서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일이다.
그들의 마음이야 누구도 알 수 없겠지만
그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아도,
여름날 오후의 한순간의 낮잠을 자다가
깨어나는 순간에 벌써 죽음이 기다린다는
‘일장춘몽(一場春夢)’과 같은 것이 인생이다.

이리도 속절없이 다가오는 죽음은
암을 선고받은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어차피 모두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점에서
동등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어느 집에 누구 자식으로 태어났던지
이미 죽음은 예정되어 있었기에,
어느 때 불쑥 찾아온다 해도
놀랄 일도 아니요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벌써 소멸의 과정을 밟고 있으므로
죽음 앞에서 공평할 뿐이다.
아무리 무상한 인생이라도
살아있는 것이 죽음보다 낫기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아.'라고
어릴 적 어른들은 말씀하셨던 모양이다.

이러한 죽음에 대해 사람들은
보험(保險)을 들고 종교(宗敎)를 갖는
일도 대비책이 되겠지만,
그것보다는 언제나
죽음의 의미를 바로 인식하고 있어야만
갑작스럽게 그가 찾아온다 해도
당황하지 않고 그 분 앞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죽음 이후의 상황보다
더 중요한 일은
살아있을 때의 일들이다.
평소 죽음에 대한 의식이 있는 사람은
언제나 겸손하게 살아갈 수 있지만
그 일에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은
방자히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오 분 대기조처럼 항상
죽음 앞에서 스탠바이 해야 할 인생에서
우리는 먼저 어떠한 삶의 자세가 필요한가.
첫째로 감사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인생은
잠깐 피었다가 사라지는 안개와 같고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기에,
하루하루 집착을 버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지만,
온 세상천지는 불합리(不合理)하게 보이기에
감사보다는 원망하며 살기가 더 쉽다.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빨리 가고,
제발 먼저 갔으면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큰소리치며
온갖 부귀를 누리고 사는 세상에서 감사란
쉽지 않는 삶의 자세로 여겨진다.
적어도 내가 볼 때는
세상 모든 것이 불공평하다해도 그렇게
한 평생 불평만 늘어놓다가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것은 더욱 불합리한 일이 아니겠는가.
세상은 오히려 공평한 것이 더 많다.
물질이 풍부할수록 정신적 고통은 더욱 심하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할수록 행복은 넘친다.
감사가 넘치는 사람에겐
물질만 부요한 사람들이 갖지 못하는
참된 평안과 생의 감격이 있는 것이다.
돈의 유무에 따라 생활은 조금 불편할지 모르나
진정으로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감사라는 삶의 태도에 있음을
수 없이 경험하였기에
지혜로운 사람은
행복은 감사의 마음에서 오는 것이지
외적인 환경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알고
매순간마다 감사의 조건을
찾으며 살아간다.

둘째는 사명으로 사는 삶 이어야 한다.
나는 어느 노숙자와 몇 년 동안 알고 지내고 있는데
그는 애인처럼 심심하면 수신자 부담 전화로
내게 묻지 않는 근황까지 들려준다.
그가 전한 최신 뉴스는
요즘에는 경기가 더 어려워서 그런지
'노숙자쉼터'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 그 곳에
들어가기가 이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쉼터 입소뿐 아니라
그 안에 생활이 아무리 힘이 든다 해도 아무렴
길거리에서 자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그는 전국을 다니며
어떤 쉼터에서든지 한 달을 못 버티다가
퇴소하여 또 길거리에서 노숙하다가
힘들면 교회에 도움을 청한다.
나는 그를 생각할 때마다
들개가 연상된다.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들개처럼 목적지 없이 떠돌아 다녀야 하는
그의 인생은 사명 없이 살아가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모든 만물은 분명 필요에 따라 창조되었다.
누구나 더할 나위 없이 분명한 목적이
있기에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했건 간에
모든 사람은 소중한 생명을 갖고 태어났지만
삶의 목적인 사명(Mission)은 서로 간에 다르다.
아무리 깜깜한 밤길이라도 가야할 길을 분명히
알고 간다면 콧노래가 절로 나오지만,
길을 모르고 간다면 감사는커녕
불안한 마음으로 갈 것이다.
사람은 이렇게 내 사명을 알고
그 길을 걸어가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진정한 인생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법이다.

셋째는 죽음 앞에선 열매가 있어야 한다.
최희준씨의 ‘하숙생’ 노래가 장기간 히트 친 것은
가사내용 자체가 우리 인생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노래대로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 할지라도 문제는
올 때는 빈손으로 왔다 해도
갈 때는 빈손으로 갈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에 반드시 열매가 있어야만 한다.
죽음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풍성한 삶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하는 사고 습관에 달려있다.
이 사고(思考) 차이에 따라
죽음 앞에서는 오직 육체의 열매와
사랑의 열매로만 분류된다.
육체의 열매는
의무와 자기 목표로만 일한 결과요,
사랑의 열매란
은총에 감사한 마음으로 일한 분깃들이다.
육체의 열매란
5%의 사람을 의식하며 목표 때문에
거룩한 95% 에너지를 쏟으면서 얻게 되는
인생의 쓴잔과 같은 공허한 열매를 말하는 것이고,
사랑의 열매란
우리 인생에서 칠혹 같은 어둔 밤을 만나다해도
감사를 찾았을 때 세상은 밝아지면서
모든 힘을 모아 집중할 신비한 능력을 얻어
이웃과 나눌 수 있는 형통한
열매가 맺게 됨을 말한다.

주여,
세상이 아무리 악해도
죽음은
순서 없이
조건 없이
홀연히 찾아오기에
제발
착하고
겸손하게 살게 하소서.
그것은
매 순간 남을 섬기며
감사하는 삶이
진정한 성공적인 삶이요
의미 있는 삶임을
이 종이
날마다 경험케 하소서.
2005년 11월 27일 강릉에서 피러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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