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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쉴 곳은 없다

유앤미나 2008. 3. 20. 18:42
세상은 넓고 쉴 곳은 없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6년간의
해외 도피생활을 청산하고
두 주 전에 인천공항에서 체포되었다.

그는 분명 자본금 500만원을 갖고
세계적인 기업을 만든 신화적 인물이었으나,
빙산으로 인해 침몰된 타이타닉호처럼
IMF로 풍운아(風雲兒)가 되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상반되어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정주영씨, 이병철씨와 함께
국부(國富)를 위해 평생 헌신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그를 통해 기업인으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배워야 할 점이 너무나 많다.
먼저 그의 성공을 통해 교훈적인 몇 가지가 있다.






첫째로 도전(挑戰)정신이다.

그가 졸업 후 회사에서 무역을 배워
서른한 살에 회사를 설립했다.

초반부터 수출을 지향했지만,
한 분야에 만족하지 않고 여러 방면에서
경영다각화를 추진해 나갔다.
이러한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몇 가지 흥미로운 일들이 있었다.

그는 일부러 부실기업을 헐값에 사서
얼마 안 가서는 일류회사로 만들어 버리는 일,
북한과 외교국인 수단과도 끈질긴 일대일
면담으로 시장을 개척해 나간 일들이다.

쉽게 포기하는 요즘 사람들에겐 꼭
본받고 싶은 성품들이다.


둘째는 그의 열정(熱情)이다.

비서가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은
2시 넘어 잠이 든 그를 새벽 4시 반쯤에
안약(眼藥)을 넣어 깨우는 일이다.

시간절약을 위해 밤에만 비행기를 탔는데
수행원조차도 그의 체력을 따라갈 수 없어서
삼년에 한 번씩 교체할 정도였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일이다....’
그의 말처럼 그는 언제나 열정을 갖고 일했다.

열정과 열성 그리고 영감(靈感)은
‘신이 주시는 힘’이라는 공통된 의미가 있다.

밝은 미래를 위해 그토록 촌음(寸陰)을 아끼며
식을 줄 모르는 에너지로 300km로 달렸던 그를 보며,
남의 도움만 바라고 환경만 탓하며 시간을
허비했던 우리는 부끄러울 뿐이다.


셋째는 행동(行動)주의이다.

그는 GM과 결별할 때 공장에서 숙식하면서
독자 개발한 모델들을 모두 다 성공시켰던 것이다.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서도 2년을 근로자와
함께 지내면서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시켰다.

대우가 이렇게 재기에 성공한 것은 그가
명령만 하지 않고 스스로 본을 보였기 때문이다.

사람이 행동(行動)한다는 것은
상대의 행동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도 있고
상대와 상관없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후자에 속하기에 그런 성과를 거둔 것이다.






다음으로는 그의 실패를 통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 있다.

첫째는 양(量)보다 질(質)이다.

그는 부도 전까지 자기 돈이 없는 상황에서
세계경영이라는 기치로 외부차입만 들어오다가
IMF와 환률 폭등이 겹치면서 물거품 되었다.

곧 시장점유율 같은 양적인 일에만 신경 썼지
더 중요한 자금회전 같은 일에 소홀했던
실수가 결국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너게 했다.

그가 한국에 오자 이병철씨 경영 스타일과
비교하는 글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김 회장이 세계경영을 선언할 때
이 회장은 신(新)경영을 주창하면서
내실을 기한 것이 오늘의 삼성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미래 한국의 경제력은 11위이지만,
삶의 질은 OECD국 최하위가 될 것으로 예견한다.

물론 양 속에 질(質)이 있지만
문제는 양적인 일에만 신경 쓰고
질적인 일에는 신경 쓰지 않을 때
결국 양(量)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다.


‘먼저 나라와 의를 구하라’
이것은 바이블 전체에서 말하고 있는
인생 황금률(黃金律)이다.

먼저 의(義)를 구할 때
먼저 질(質)를 생각할 때,
모든 것에 더하시겠다고 그 분의 약속이다.






두 번째는 겸손(謙遜)이다.

김 회장이 평생 후회했던 일은
전경련 회장을 맡은 일이었다고 한다.

은행 대리에게도 90도로 절하던 그가
그 직을 맡으면서 경제 대통령이나
된 것처럼 우쭐해지면서 사람이 달라졌다고 한다.

어느 날부터인가 고위 관료에게까지
‘이리로 오라고 그래’라는 말을 하면서부터
정부와 멀어지면서 대우가 휘청할 때 불편한 관계는
정책을 통하여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떤 관계든 처음과 같이 겸손해야
계속 좋은 사이로 유지될 수 있는 법인데,
아쉽게도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그 도(道)를
망각하면서 무례한 사람이 되기 시작한다.

부자는 재물로 인해
미인은 미(美)로 인해 교만하고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기며 상대를 무시할 때부터,
교만한 사람은 점점 더 낮아지고 결국에는
막장과 같은 멸망의 길로 가게 된다.


인간이 가장 빠지기 쉬우면서도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교만(驕慢)이다.

교만은 천사를 떨어뜨려 마귀로 만들지만,
겸손은 사람을 천사로 만든다는 격언이 있다.


오직 자기의 한계(限界)를 알고
분별력을 가진 사람만이 겸손할 수 있다.

그러한 한계를 극복(克復)하고자
사람과 자연 그리고 모든 관계들을 스승으로 삼아
가르침을 받고자하는 겸허한 태도가 바로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게 한다.






세 번째는 생의 여유(餘裕)다.

김 회장은 지난 30년간 딸 결혼식과
아들 장례식으로 단 이틀만 쉬었다고 한다.
골프도 해외도피 기간 중 약간 배웠을 따름이다.

아무리 많은 돈이 있다 해도
아무리 큰 권세가 있다 해도 이렇게
여유 없이 산다면 인생 존재 의미가 있을까.


인생의 여유란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도
연상되어지는 잔상(殘像)들로 인해
행복해하며 웃음 짓는 것이다.

이러한 여유 없이 그저
앞만 보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내일이
있을지 몰라도 그것보다 더 중요한 오늘이 없다.

마치 몸은 있으나 영혼이 없는 사람들은
현실적인 감각이 떨어져
다가오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수출해서 갚으면 되지 뭘 그래’라며 그의 특유의
낙천성으로 덮으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상태였다.

현실을 너무 밝혀도 문제가 되지만
이렇게 여유 없이 살다보면
졸지에 내일이 없는 인생이 되어버린다.


인생은 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잘 죽는 일이다.
인간 됨됨이는 관의 뚜껑을 닫을 때에야
비로소 제대로 판단할 수가 있다.

세계는 넓으나 쉴 곳 없는 인생보다는
좁아도 차라리 참된 쉼이 있는
인생이 훨씬 낫다는 잠언(箴言)을
우리에게 주었던 것이다.






주여,

분명 그를 통해
도전과 열정 그리고 실천정신은
본받는다 해도,

그것보다는
먼저 의를 구하는 질(質)적인 삶,
자신의 한계를 분명히 알고
겸손하게 섬기는 삶,

그리고
자신과 이웃을 볼 줄 아는
여유 있는 삶을
살게 하소서.

그리하여
어디서나 쉼이 있는 인생이
되게 하소서.


2005년 7월 3일 강릉에서 피러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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