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성공과 과제
지금 이 나라는 황우석 교수로
인해 모처럼 행복한 미소를 보내고 있다.
난치병 치료라는 희망은 대한민국에 새로운 가능성을
주고 있는 일이기에 모두가 흥분하고 있다.
어린 시절 존경하는 인물을 대라면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은 빠지질 않았었는데,
이젠 그 자리에 황 교수도 들어갈 것 같다.
그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이다.
0.1mm의 난자를 탁구공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을 보고서 그동안 라이벌로만
느껴왔던 외국교수들도 고개를 흔들며
이젠 그 분야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바이오 코리아를 위하여,
국가 장래가 걸려있는 첨단 차세대 기술개발인
생명과학 기술은 우리가 세계 선두를
차지하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가 된다.
생각지도 안했던 자식이 큰일을 낸 것처럼,
누구도 기대할 수 없었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 그런 결과를 만들어낼 수가 있었단 말인가.
먼저, 학문에 대한 순수함이 아닐까 한다.
황 교수 자신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공(牛公)에 대한 사랑이 식지 않았던 것처럼,
같은 팀원을 선택할 때도 다른 조건보지 않고
오직 생명과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있는
사람을 뽑아 함께 연구한 것이 첫째 요인이 되고 있다.
얼마 전 어느 외신기자가 정부지원액을
물었을 때 년 이억 사천만원이라는 말을 듣고
기자들도 깜짝 놀랐지만 나는 너무나
창피하고 울분이 치솟았다.
환경은 분명 인생에서 중요한 요건이 되지만,
때론 그런 외적인 조건보다는 세계관이
더 중요하게 작용할 때가 있다.
그들은 여러 불리한 조건들이 많았건만
개사육장에서 수십 년을 하루같이 연구에만
에너지를 다 쏟았기에 오늘의 영광을 안게 된 것이다.
또 그의 무욕(無慾)이 성공을 가속화 시켰다.
그들은 처음부터 돈에 관하여서는
아예 염두 해 두질 않았었다.
‘우리는 이 땅에서 태어났고,
이 땅의 혜택을 누리며 성장했으므로
우리가 만들어낸 성공은 당연히 조국의 것이어야 한다.’
300명 중 한 사람 부족한 사람들이 여의도에서
하는 일보다도 이 한 마디 말이 국민들을
더 속 시원하게 해주고 있다.
줄기세포가 실용화만 된다면 빌게이츠와
비할 수 없는 부를 누릴 수 있음에도
본인 지분은 0%로 했다는데
그 이유는 평소 본인 철학대로 단순하기 그지없다.
‘배가 부르면 나태해진다.’
그렇다.
오늘 날에도 이런 바보들이 있기에
가슴 타들어가는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한줄기 소나기를 만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의 성공은 오랫동안
함께했던 숨은 주역들을 빼놓을 수가 없다.
황우석 사단은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한결 같이 그의 지휘에 따라서
코드를 맞추어 나갔던 것이다.
자신들의 달력엔 ‘목-금-토-일’이
‘목-금-금-금’ 으로 인쇄 되어 있다고 할 정도로,
모두가 휴일 없이 황 교수 시간에 맞추어
아침 일찍부터 밤늦도록 수년을
연구해 왔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들에게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자,
‘이 사람 저 사람 애기하면 혼동만 준다.’면서
모든 성과와 영광을 그에게만 돌렸던 것이다.
아무리 위대한 사람일지라도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너무도 많다.
그러므로 식구처럼 말없이 그를 도왔던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이 나라의 영웅이요 애국자들이다.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생명과학 분야가 분명
불치병 환자들에게는 복음인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과연 줄기세포 연구가 진정으로
사람들에게 유익을 줄 것인지 아니면 판도라
상자처럼 또 다른 재앙을 안겨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미래의 생명분야에 대한
과제들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첫째는 실용화(實用化)라는 과제다.
병(病)은 수천가지가 넘지만
고칠 수 있는 병은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이 일은 가수 강원래씨 말대로 0.01%라도
치료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그 절박함을 모르겠지만,
불치병 환자들에겐 하루빨리 연구가 끝나고
실용화 단계에 들어가길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그는 1년 정도면 가시화될 전망이라지만
의외로 넘어야 할 산들은 많기도 하다.
임상적으론 면역거부반응과
줄기세포의 특성규명 등이 있겠지만,
이런 일보다 내심 더 걱정되는 일은 실용화 전까지
외풍(外風)들을 잘 견뎌야 한다는 점이다.
언론의 다양한 해석들,
연구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들
그리고 그들의 계속적인 팀워크 등이다.
아무튼 좋은 일이 생길수록
허리를 낮추고 더 조심해야 한다.
생명과학 아이가 순산되기까지 모든 국민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와주어할 의무가 있다.
둘째는 병 완치(完治)에 대한 과제이다.
지금 같아서는 모든 질병이 치료될 것 같지만,
그것은 하나의 꿈일 뿐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치료법이 생기면
또 다른 질병이 함께 출현하기 때문이다.
너무 무병불사(無病不死)라는 환상에
빠져서는 안 된다.
병(病)이 왜 생겨나고 있는가.
대부분 잘못된 습관과 환경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러한 근본적인 요인들을 바꾸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일이지 병 자체만 고친다고
유토피아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는 생명윤리에 관한 문제점이다.
배아(胚芽)파괴 문제가 첫 번째 논란거리다.
난치병 환자만 생명이 아니라 배아도
생명이므로 유기될 때 생겨나는 윤리적 문제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에 관하여서도,
미래에는 배아를 직접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보다 우리를 더 두렵게 하는 것은
인간복제에 이용될 가능성 때문이다.
황 교수는 이미 몇 년 전에
멸종 위기에 처한 백두산 호랑이를 복제했었고,
올해 안에 원숭이를 대상으로 줄기세포와
이식 실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물론 현재로서는 인간복제가 과학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만약에 수십만 개의
난자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기에 그런 것이다.
이미 유전자변형 식품에서도 이상이 생겼고,
동물에서도 짧은 수명과 장기에 문제점들이 노출되었는데
도대체 사람을 복제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인간의 몸은 수만 가지의 새로운 변형이
다시 일어나는 변화무쌍한 메카니즘이므로
복제 후에 대한 예측은 아무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주여,
은혜(恩惠)는
환경을 이기고
마음을 이기고
세상을 이기게 합니다.
그러나
제가 아무리
원해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이 있었습니다.
이제야
그것이 당신의 뜻임을 알고
이런 생각까지
해 봅니다.
죽을 때가 되어
죽는 일처럼
아름다운 일은 없구나.
...
2005년 5월 29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