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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망덕한 사람

유앤미나 2008. 3. 20. 18:21
은혜와 배은망덕


‘웃찾사’ 개그맨들이
소속사와의 불공정 계약과
인간 이하 대접에 대한 폭로성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승대 씨는 누가 뭐라 해도
오늘의 SBS와 KBS 개그맨들을 스타로 만든
일등 공신이었다는 것은 자타가 인정하고 있는 일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연예계의 신지식인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아 왔었는데 그 사건 이후부터는
졸지에 개그맨 노예상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박 사장에게도 책임이 왜 없었겠는가.
그렇지만 사람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도 외면한 채
기자회견만 하면 무슨 면죄부라도 받는 듯
집단행동을 한 그들에게 동정보다는
분노가 치미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젠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다!’

무명일 때야
어쩔 수없이 모든 수모들을 겪어 왔지만
인기인이 된 지금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말로 그들은 박승대 씨가
왜 그렇게까지 혹독하게 훈련해야 하는지를
아직도 모르고 있단 말인가.





웃기지 못하는 개그맨의 비애가 무엇인지를
본인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에 적어도
후배들에게는 그런 과정들을 되풀이시키고 싶지 않아
가혹할 정도로 스파르타식 교육을 했던 모양인데,
그 과정에서 왜 폭언이 없었으며
강압적인 요구들이 왜 없었겠는가.

한두 살 먹은 애들도 아니고,
도대체 수련과정에 있을 때에 인격적으로 대접받으며
그 모든 과정들을 마칠 수 있는 분야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운동선수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예부터 기능공들은 다 매 맞으면서 배우지 않았던가.
의사들도 수련의(修鍊醫) 시절에는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 지를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이미 많이 보았을 것이다.

심지어 목회자 세계까지도
인턴 과정 뿐 아니라 평생 그 직(職)에 있는 한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X-파일들은
소설을 써도 부족할 것이다.


나는 지금 결코 폭력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강압적인 교육들이 결과적으론
자신들이 성공하는데 밑거름이 되게 했으므로
그 과정에 있을 때는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웬만한
일에 대해서는 당연히 감수해야함을 강조하고자 할 뿐이다.

이 땅의 수많은 아버지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어머니들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흘리고 있는 눈물과 한숨을
자녀들은 어느 때에 가서야 알겠는가.


사람과 동물의 차이는 은혜를 아는 일에 있다.
적어도 사람이라면 어려울 때 도와 준 은인에 대한
고마움을 알고 평생 그 은혜를 보답하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무명시절 그들은 오직 출연만 원했는데,
이젠 인기도 얻고 등도 따뜻하기 시작해지자
배은망덕한 행동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바이블에서는 말세 때 사랑은 더 식어져
제자가 스승을 배반하고
자식이 부모를 고소하는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고,
단테의 ‘신곡’에서도 배신자는 지옥 중에서도
제일 아래층에 있는 아홉 고리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마지막 때에
신이 가장 귀하게 보는 사람,
평생을 함께 하고픈 사람다운 사람은
은혜(恩惠)를 아는 사람이다.

은혜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하는 인생에서 최고의 스승이다.

인생의 모든 문제는
내가 누구인가를 모를 때부터 시작된다.
박세리 선수가 결혼보다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아니 현대인들은 왜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단 말인가.
그것은 지금의 모습들을 하나의 과정으로만 볼 뿐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헛된 야망만을 갖고
막연한 미래를 꿈꾸며 살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인기가 올라가면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망각하듯,
생각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바울은 자신의 올챙이 시절을
잊지 않으려고 날마다 이렇게 고백했던 것이다.


나는 사람들 중에 가장 악한 사람이었다.
나는 본질상 나쁜 사람이요,
만삭되지 못하여 덜 된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그 분의 은혜로 구원을 받게 하고
그 분의 일꾼까지 되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비틀거리고
절름거리고 거기에 한술 더 떠서
그 분께 거역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우리는 환경이
달라진다 해도 배은망덕한 사람은 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이러한 은혜를 잊어버리고
자신의 힘으로 잘된 줄 알고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망나니 인생이 되는 것이다.





은혜는 이렇듯 자신을 바로 깨달아
현실 속에서 겸손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소금과도 같은 소중한 영양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이것보다 은혜를 알아야 할 더 중요한 이유는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야만 하기에 그렇다.

이것이 바로 윈-윈(Win-Win)의 법칙이다.

보편적인 인생법칙은
상대가 져야만 내가 이길 수가 있는데,
은혜를 알아 자신을 바로 알게 되면 놀랍게도
본인도 이기고 상대도 이기는 길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제 인기를 얻었으니
박 사장 없이도 스스로 독립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지금보다 더 잘난 사람이 빨리 되고 싶어서
그가 죽든 말든 자신들만 살 길을 새롭게 모색했던 것이다.

어찌 보면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가장 고전적인 생존법칙은 아직도 유효할지 모르겠지만
그 자연법칙이 성취되기도 전에 자신들이 먼저
죽는 다는 사실은 왜 모르고 있단 말인가.


결혼하고 가장 먼저 깨달은 사실은
부부 싸움은 한 쪽이 이겼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 둘 다 진다는 것이다.

적어도 부부(夫婦)라면
어느 한 쪽만 이겨서는 안 되고,
반드시 양쪽 다 이겨야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경험해 본 자는 알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리석게도
내가 살기 위해서 목숨 걸고 상대를
매장시키려 온갖 수단을 부리며 살고 있는 것이다.





어떤 관계에서든지 진정한 승리란
상대가 살아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외길이다.

구체적으로 그 진리를
삶 속에서 적용하려면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하나는 팀워크를 이룸으로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어 소속된 공동체가 성공하므로
개인도 성공하는 길을 찾는 것이다.

무조건 단체를 위해서만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유익이 되는 공통된 목표를 제시하여
서로 간에 협력하는 체제를 말하는 것이다.


win-win의 또 다른 방법은,
상대가 어려울 때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내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진리이다.

비록 남북(南北)관계나
노사(勞使) 관계 그리고 기타 자신과
언제나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사람과는
영원토록 윈-윈이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상대가 어려울 때 도와주어야 
자신의 역경을 이기게 하는 최선책이라는 것이다.

칼 마르크는 원수를 사랑하며
핍박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는 식(式)의
산상수훈이 더 무서운 착취라고 비난했었다.

비록 원수일지라도 어려움에 처할 때
도와주게 되면 나중에 그것은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은혜로 되돌아오기에 기독교는 역설의 종교요,
민중에게는 착취가 된다고 말했던 것이다.


감사하게도 ‘웃찾사’ 개그맨들은
일주일도 못되어 방송사의 중재로
서로 용서하고 눈물로 화해함으로 다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이제라도 은혜(恩惠)가 무엇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를
안 것이다.





주여,

당신의 은혜로
구원(救援)을 얻었고,
지금도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어떤 일보다
제 올챙이 시절을
잊지 않게 하소서.

그리하여
상대를 돕고 살리므로
제가 산다는 진리를

날마다
경험하게 하소서.


2005년 5월 22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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