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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균형'

유앤미나 2018. 3. 12. 22:31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균형'
예병일이 노트지기의 다른 글 보기2018년 3월 12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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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구석구석에 퍼져 있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영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우리는 건강을 위해 아날로그를 택하기도 한다. 스크린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와 불안이 증가하며, 수면 습관이 흐트러지고, 뇌 기능이 저하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그러한 사실들은 성인들에게서도 확인되지만 어린아이들에게는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
몇 분에 한 번씩 모바일 기기를 확인하고 몇 시간씩 스크린을 들여다보면서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이 떠나지 않으니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아날로그는 우리를 그 모든 것에서 한 걸음 물러나 한 시간 동안 혹은 오후 내내 레코드판을 돌리거나 일요판 신문을 읽게 해준다. 그렇게 아날로그는 우리에게 존재감에 대한 확신을 준다. (418쪽)
 
 
지난 주말,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한 두 시간, 아니면 아예 오후 내내 레코드판을 돌리거나 일요판 신문을 읽으며 보낸 분도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그 분들은 데이비드 색스가 말한 '아날로그'를 택한 것이겠지요. 아마, 많지는 않을 듯합니다.
 
돌아보니 저도 확실히 일상에서 그런 아날로그적인 요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더군요. 주말에 시간 여유가 생겨도 종이 책이나 잡지, 신문보다는 스마트폰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꼭 LP가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 음악만을 감상하는 경우도 드물어졌습니다. 의식적으로 책을 읽기 위해 집 근처 카페를 찾기도 하지만, 그럴 때조차 빈번히 스마트폰을 집어드는 자신을 목격하곤 합니다.
 
저자는 디지털 시대에서의 아날로그의 필요성에 관해 책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처음에 사람들은 디지털 사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화질이라서 화질이 개선되기만 하면 디지털이 승리할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디지털 사진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게 실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진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더 이상 가족 앨범은 없고 인화된 사진도 없어요. 손으로 만지거나 흔들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제야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그리워하기 시작했지요."
 
"디지털 경험에는 잉크 냄새도, 바스락바스락 책장을 넘기는 소리도, 손가락에 느껴지는 종이의 촉감도 없다. 이런 것들은 기사를 소비하는 방법과 아무런 관계도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이패드로 읽는다면 모든 기사가 똑같아 보이고 똑같게 느껴진다. 그러나 인쇄된 페이지에서 인쇄된 페이지로 넘어갈 때는 그런 정보의 과잉을 느끼지 못한다."
 
"낮에는 코딩을 하지만 밤에는 LP레코드판을 모으고 수제 맥주를 만들고 보드게임을 하고 낡은 오토바이를 수리했다. 더욱 흥미롭게도 아날로그에 대한 그들의 견해는 그들의 디지털 업무와 딱 맞아떨어졌다. 나는 아날로그 도구와 프로세스를 활용하여 디지털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개인과 회사를 점점 더 많이 만나게 되었다."
 
요즘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거나, 무언가 불안하고 초조하거나, 아니면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듯하면 일상에서 '아날로그'를 의식적으로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역류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지만,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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