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호화로운 삶에 노출되어 있다면 소박한 것들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한때는 치즈를 섞은 마카로니에 우유 한
잔이면 만족했을지 몰라도, 호화스럽게 몇 달 살다 보면 마카로니가 더 이상 특별한 요리가 아니라고 느껴진다.
이제 버터나 치즈를 넣은 파스타를 거부하며 특정 상표의 생수만 찾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마저도 거부하고, 새우가 특산물인
지역에서 잡은 새우볶음밥과 갓 딴 호박꽃 요리 그리고 비평가들이 높은 점수를 준 최고급 와인에 아티초크, 누에콩, 프랑스산 고급 치즈, 어린
아스파라거스, 체리 토마토 등을 넣은 어린잎 채소 샐러드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170쪽)
(예병일의
경제노트)
몇 해 전 경제노트에서 '캡슐 커피'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하나에 천 원 정도하는 한 캡슐 커피가 참 맛있어서 매일 한 두잔씩
마셨는데, 그러다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지요. 그래서 평상시에는 '덜 맛있는' 일반 커피를 마시고
일주일에 한 두번만 그 캡슐 커피를 마시는 방식으로 바꿨더니 다시 '그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철학자인 윌리엄 어빈 교수가 이런 말을 한 것이 눈에 들어와 소개해드립니다. "호화로운 삶을 살게 되면 결국 주변 일에 호기심을 느끼며
기뻐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이들은 소소한 것을 즐거워하는 능력을 잃어버렸음을 슬퍼하기보다는 최고가 아니면 아무것도 즐길 수 없게 된
무능함을 얻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이들이 치즈를 넣은 마카로니 한 접시처럼 쉽게 얻을 수 있는 소소한 것들에 기뻐하는 능력을 하찮게 여기게
되었다는 것은 반대로 삶을 즐기는 능력이 심각하게 악화되었다는 말이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목표가 호화롭게, 화려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삶'을 사는 것이라면, 주변 일에 호기심을 잃지 않으며 '소박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는 훨씬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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