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현인들은 정치를 예술이라고 했다. 예술의 경지에까지 정치를 끌어올리려 했으니 옛 그리스 정치가들의 꿈이 얼마나 장하고
위대한가. 모든 예술이 아름다운 것을 동경하듯 모든 정치가 진정 아름다움의 세계를 동경하고 개척해 놓는다면 그게 바로 이상향이다.
(315쪽)
(예병일의
경제노트)
총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입니다. "정치에 실망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사실 익숙한 반응이긴 하지만, 예전보다 국민들의
실망감이 더 커보입니다.
중앙일보가 지난해에 연재했던 '김종필 증언론'이 두 권의 책으로 출간됐더군요. 연재 당시 기사로 대부분 읽었었지만, 다시 보아도
흥미로웠습니다. 공과를 떠나서 JP는 YS, DJ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치의 주역이었으니까요.
책의 내용 중에 음악과 미술을 가까이 했던 외국 정치인들의 일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JP는 음악, 미술 등 예술에 관심이 많은
정치인이었습니다. 권력에서 밀려나 있었던 1970년, 그는 여행길에 방문했던 스웨덴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88세의 연로한 국왕
구스타브 6세가 소년 오케스트라에 끼어 클라리넷을 불고 있었던 겁니다. 그는 "국가 지도자가 국민과 하나가 되어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 가는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고 썼더군요.
또 다른 일화는 영국의 에드워드 히스 전 총리에 대한 것입니다. JP는 1978년 준공된 세종문화회관에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했습니다.
예산이 많이 들어서 당시에 논란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해 5월 히스 전 총리가 방한했고, JP는 그를 세종문화회관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히스 총리가 파이프오르간을 잘 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히스 총리는 동양 최대의 파이프오르간이란 말에 반색하며 윗도리를 벗어 던지고
멘델스존의 '소나타 2번 작품 65' 등을 45분 동안이나 연주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정치에 대한 실망이 크다 해도, 선거에는 참여해야겠지요.
우리 정치에서도 '정치의 품격'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