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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꿈

유앤미나 2016. 3. 22. 18:38


사막(沙漠)의 꿈 그랜드 캐년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하비 사막(沙漠)을 지나야 한다. 우리는 사막이라 하면 강수량이 적어 초목이 자랄 수 없는 불모의 땅으로만 생각하는데, 모하비사막은 삭막한 모래밭이 아니라, 광물자원도 풍부하고 선인장, 조수아나무, 턴블링트리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끝없는 사막을 지나 중간 기착지인 바스토우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떠나 좌우를 둘러보아도 이러한 풍경(風景)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도중에 산재되어 있는 꿈에서나 본 듯한 마을들과 발전소, 군사 훈련장, 그리고 보통 2~300량을 달고 대륙을 횡단 하는 길고 긴 화물차들의 행렬을 보면서, 황무지 속에 진주가 가득 찬 미국의 일단을 보며 지겹기는커녕 나는 더욱 흥미로웠다. 끝이 보이지 않는 대농원의 목장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고 있는 소의 모습과 함께, 미래를 위하여 자국의 원유는 하루에 필요한 양만 뽑으면 기계를 멈춘다는 그들의 여유(餘裕)가 한없이 부러웠다. 그렇게 종일 달려 도착한 곳이 라스베가스(Las Vegas)다. 물론 이곳도 목적지를 가기 위한 중간 쉼터지만, 라스베가스 자체도 훌륭한 관광거리다. 라스베가스는 125년 전에 몰몬교도들이 정착하여 도시를 건설하다가 2년 만에 떠난 후, 광산(鑛山)이 발견되고 철도가 개통되면서 그 곳은 졸지에 사막 한 가운데 중간 정류장이 되어버렸다. 더욱이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후버댐(Hoover Dam)이 만들어지고, 카지노까지 합법화 되면서, 라스베가스는 갑자기 연중무휴의 전 국민적인 휴양지가 된 것이다. 물론 라스베가스하면 카지노가 가장 먼저 생각나지만 그것 말고도 볼만한 명소(名所)들이 많기로 소문난 도시다. 그 중에서 벨라지오 호텔의 인공하늘과 26층 높이까지 치솟는 분수 쇼는 가히 환상적이다. 또한 서부에서 가장 높다는 스트라토스피어 전망타워 꼭대기에는 롤러코스터와 디스코장이 있다. 상상 만해도 스릴 만점이다. 마지막으로 라스베가스의 하이라이트인 쥬빌리 쇼는 옵션이지만 빼 놓을 수가 없다. 그리고 늦은 밤에만 연출한다는 구(舊)시가지 천정에 쏘는 컴퓨터그래픽 작품은 우리나라 LG에서 만들었다는데, 미국 속에서 우리 기업의 웅장한 힘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나는 미국을 통해 천국(天國)과 지옥을 보았듯이, 역시나 라스베가스에서도 희망(希望)과 절망이 공유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절감했던 것이다. 라스베가스는 분명 사막이지만 해가 진 뒤에는 조명이 밝혀지면서 더욱 화려한 빛을 뿜어내면서 잠들지 않는 오아시스가 된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물을 끌어 들이기 위해 사막 한가운데에 수로(水路)를 만들어 도시를 건설했다. 협곡사이에 만들어진 후버댐으로부터 생명과 같은 식수와 전기를 공급받아 기적(奇績)을 일구었던 것이다. 라스베가스가 아무리 화려해도 만약 물이 없다면 말 그대로 사막일 뿐 그 어떤 것도 기대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인생도 라스베가스처럼 광야(廣野)의 삶이다. 그 곳에선 물이란 절대적인 존재다. 사람들은 물을 자꾸만 물질적(物質的) 요소로만 생각하기에 삶이 늘 목마르고 배고프지만, 노자(老子)는 물을 처세수양방법의 하나로 보았기에 넉넉한 삶을 살 수가 있었다. 먼저 물은 부드럽다. 우린 인생을 통해 강한 것은 반드시 부러진다는 것을 매 순간마다 우리는 물을 통해 배운다. 강함과 부드러움, 남자와 여자, 불과 물 중에서 약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꼭 이겼다. 또한 물은 사람에게 자유(自由)를 준다고 비유했다.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른다. 사람도 낮은 곳으로 내려갈수록 조용하다. 그 곳엔 경쟁대신 자신밖에 없기에 진정한 쉼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물을 내적인 생명력으로 비유했다. 생명(生命)이란 화려한 것이 아니라, 물처럼 한 시도 함께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그러므로 생명이 있는 자는 물처럼 언제나 변함이 없고, 아픔과 더러움도 감싸 안으면서도 감사가 솟아난다. 라스베가스는 사막임에도 물이 있기에 얼마든지 살 수 있는 곳이 되어, 적어도 외관상으론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광야의 인생도 물처럼 온유(溫柔)하고 물처럼 겸손(謙遜)하고 물처럼 자유(自由)와 생명이 있다면 분명 살아볼만하다. 하지만 그럴지라도 조심해야할 것이 있다. 라스베가스는 물과 함께 화려한 명소와 카지노가 있기에 살만한 곳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안타깝게도 그 천국은 끔찍할 정도로 모든 것이 도박(賭博)과 연결되어 있다. 라스베가스로 향하는 속도위반 자동차는 웬만해서는 봐준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박하러 가는데 딱지 떼이면 누가 도박할 마음이 생기겠는가. 공항은 24시 마트처럼 항상 열려 있고, 호텔의 모든 시설은 최대한 불편 하게 만들어 게임장으로 내려가게 하여, 동전 떨어질 때 큰 소리만이 귀 감각을 자극 시켜 오래도록 도박매직에 빠지게 만든다. 아무튼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다 털어 놓으려 온갖 함정(陷穽)이 가득 찬 라스베가스는 인생의 낙원이 아니라 지옥이다. 우리나라 모 재벌이 무슨 일로 미국으로 도피했을 때, 스스로를 보호받고자 한국조직에 부탁했는데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해 라스베가스 조직에 요청하자 가끔씩 자기 호텔 카지노에 와 주면 된다고 해 좋아했는데, 웬 걸 그는 몇 달도 못가 다 탕진했다는 일화(逸話)는 한국사람 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다. 도박은 이렇게 처음엔 쥐약이요, 다음엔 사이다요, 그리고 그 다음엔 와 봐도 비디오라고 흔히들 말한다. 시작했다면 뻔한 결말임에도 사람들은 왜 그 곳만 가면 귀신에 쒸운 사람처럼 모든 것이 털릴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할까. 아마도 그것은 이성을 잃게 하는 다양한 볼거리와 주변 환경(環境) 자체가 어리석은 용기를 불러주었을 것이다. 한 번에 수천 아니 그 이상의 거금을 걸고 도박을 하는 기계(機械)들도 많지만, 작은 돈을 갖고도 밤새워 즐길 수 있는 카지노도 즐비하다. 결국 라스베가스에 온 사람들은 카지노에 가든 안 가든 한 사람 당 평균 300달러를 잃는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도대체 얼마나 도박에 혼(魂)이 빠져있는지 이곳에선 범죄율까지 거의 없다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물이 풍부하고 기상천외한 쇼가 있고 또 카지노가 있는 그 곳은 적어도 돈이 있을 땐 지상낙원이 분명하지만, 사실은 인생의 노정에서 그 곳만큼 위험한 함정이 많은 곳도 없을지 모르겠다. 그러므로 광야 같은 인생에서 물도 중요하고 재미와 모험도 소중하지만, 내 마음을 지키는 일은 이 모든 것보다 더 절대적 가치가 있는 일이다. 다른 것은 다 지켜도 자신의 마음을 지키지 못한다면 모든 수고는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라스베가스에 가보지 않아도 광야 같은 이 땅에서 우리는 날마다 깨닫고 있지 않는가. 네 명의 아내를 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첫째를 너무 사랑하여 자나 깨나 늘 곁에 두고 살아간다. 둘째는 목숨 걸고 싸워 얻었는지라 더욱 극진하다. 셋째는 마음이 가장 잘 맞아 어딜 가든 같이 어울려 다니길 좋아한다. 넷째는 남자가 가장 싫어했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순종했다. 어느 날 남편이 먼 나라로 같이 떠나자고 첫째에게 부탁했는데 일언지하 거절하자, 둘째에게 말했지만 그녀도 마찬가지다. 셋째는 성문 밖까지는 배웅 할 수 있지만 더 이상은 따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넷째는 당신이 원한다면 어디든 따라가겠다고 문 밖을 나서고 있었다. 여기서 먼 나라란 죽음을 말하고, 첫째여자는 생전엔 안방 차지했던 육체(肉體)요, 둘째는 목숨 걸고 얻은 재물(財物)이요, 셋째는 친척(親戚)과 친구들이다. 넷째는 평소 관심조차 주지 않았던 마음이요 영혼(靈魂)이다. 도무지 사람이 살 수 없었던 라스베가스는 물과 전기가 들어오고 그리고 카지노가 생겨나면서 파라다이스가 되었다. 장거리 인생에서 그 곳이 그냥 지나가는 여정의 하나로 재미삼아 쇼를 보고 경험삼아 카지노에 간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낙원이라 생각한 그 곳에서 모든 것을 다 잃고 페인이 된 사람이 얼마나 많았던가. 세상엔 라스베가스처럼 우리의 눈과 마음을 빼앗는 수많은 유혹(誘惑)의 늞이 가득하다. 첫째부인 육체도 둘째부인 재물도 셋째부인 친척친구들도 내가 절체절명 위기(危機) 앞에선 나와 함께 할 수가 없다. 어찌 보면 내가 살아있을 때에 육체라는 여자, 재물이라는 여자, 그리고 친척이나 친구라는 여자들에게 정신 빠져있느라, 죽음까지 나와 함께 갈 영원한 내 인생의 동반자인 영혼(靈魂)이라는 여자에 무관심하게 하는 것이 광야의 인생에서 가장 큰 유혹이었으리라. 주여, 광야 같은 세상이지만 이 땅에 물을 주시고 아름다운 많은 문화를 주시니 감사합니다. 하지만 풍요와 아름다움 이면(裏面)엔 라스베가스처럼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유혹이 있음을 깨닫게 하소서. 이제는 적어도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알고 오직 절제하는 마음, 용서하는 마음만이 죽음 앞에서도 당당하게 설 수 있음을 알고 오늘도 내 영혼을 돌아보게 하소서. 2009년 7월 19일 강릉에서 피러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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