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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유앤미나 2016. 3. 18. 10:14
소통(疏通) 새 정부(政府)가 들어선지 100일도 안되어, 어이없게도 쇠고기 늪에 빠져 역대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2002년과 2006년에는 붉은 물결이 한반도를 덮었는데, 어찌된 노릇인지 지금은 밤마다 촛불이 횃불처럼 타오르고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촛불이 너무 오래 켜지다 보니, 처음 순수성은 사라지고 정치색 짙은 구호와 쇠파이프만 난무하다. 참가자 반 이상이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초등학생 그리고 아줌마들까지 확대되면서,」 우리는 ‘소통(疏通)’이란 단어가 개인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통감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그를 밀어든 안 믿어든 간에 국민들은 대선 후, 신뢰(信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집권 3개월도 안되어 국민들은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돼?’ 라는 뇌까림 속에 당혹스런 일들이 계속 이어져만 갔다. 참모들의 ‘강부자’는 그렇다 할지라도, 대선 때 가장 큰 이슈였던 한반도 대운하는 목적(目的) 자체부터 말 바꾸기 하고, ‘오렌지’라는 단어를 예로 들며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겠다는 위원장님,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투명한 절차를 무시한 채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굴욕적인 쇠고기 외교는 유가(油價)폭등과 함께 국민정서는 타오를 수밖에 없었다. ‘국민눈높이를 잘 몰랐다’고 본인도 시인(是認)했듯이, 이명박 정부는 그 동안 국민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꼭두새벽부터 일방통행(一方通行) 길로 질주 한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민주화 1세대들이 정권을 타도(打倒)하는 사이에, 국민수준들은 엄청 높아졌다는 것을 그들도 미처 몰랐던 모양이다. 아니 아직도 CEO 시절 혼자 결정하여 명령하면 모든 일들이 일사천리로 되는 줄 알았단 말인가. 아니면 아직까지도 성공(成功)신화에서 못 깨어나 국민들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단 말인가. 그와 참모들이 아니더라도 이 시대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코 ‘소통(疏通)’이다. 21C는 과학이 발달하여 지구촌이라는 말에 걸맞게 전 세계가 하루 생활권으로 바뀌었음에도, 소통의 벽은 오히려 더 견고해질 뿐 허물어지지 않고 있다. ‘포스트모던이즘’의 특성대로 현대인은 각자 신념(信念)을 최우선시 하므로, 남의 생각이나 공동체 이익에는 더 담을 쌓고 스스로 독도(獨島)를 만들어가며 살아가고 있기에, 같은 이불을 덮고 자는 부부(夫婦) 간에도 외로워하며 남처럼 살아가고 있다. 오죽하면 노인이 되어서 남자는 여자가 있어야 오래 사는데, 여자는 남자가 없어야 장수(長壽)한다고 할까. 개인이나 가정에서도 소통이 되지 않을 때 이런 불행을 경험하는데, 정부와 국민들이 소통되지 않는다면 국가적으로 어떤 재앙이 다가오겠는가. 그러므로 이번 촛불집회는 차라리 잘된 일일지 모르겠다. 지금처럼 국민과 대통령이 소통(疏通)되지 않고 5년을 보냈다면, 그 때가서 누가 이 나라를 수습할 수 있겠는가. 인간사회에선 의사소통(意思疏通)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이것은 모든 관계에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으로서, 행복한 삶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도구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이란 상호간에 이뤄지는 행위이므로, 어느 한쪽의 일방적(一方的)인 의사 전달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곧 쌍방의 교감(交感)을 통해 소통이 이루어지는데 그 첫 번째 원리는 경청(敬聽)에서 비롯된다. 기혼(旣婚)여성 천 명 중 30% 정도가 애인이 있다고 한다. 애인은 무슨 말이든 들어주며 항상 배려하는데, 남편이라는 사람은 배려는커녕 거의 원시수준의 의사소통에서 못 벗어나기에 삶은 자꾸만 왜곡(歪曲)되어 갔던 것이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자기를 표현(表現)하는 의사소통에 있다. 어떤 방식이든 자신의 메시지를 타인에게 전달한 후, 정당한 평가를 받고 싶은 것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심리(心理)인데, 이것이 무시되어질 때 어떤 식으로든지 문제는 터지게 되어있다. 원래 들을 ‘청’(聽)자는 귀가 왕이 되고 눈이 마음과 하나 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듯이, 상대가 말을 하거나 의사표시를 할 때는 어떤 식으로든지 경청하고 있다는 반영적인 표시를 해야만 상대와 교감(交感)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자기 할 말만하고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런 자세를 갖고는 어떤 상대라도 소통은 불가능(不可能)할 수밖에 없다. 요즘 한국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3가지는 남들 다 하는데 나만 못하고 왕따 당하는 것과 기름 값 폭등하는 일 그리고 대통령이 입을 여는 일이라는 우수개 소리가 있다. 그동안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를 당혹케 했던 것은 어떤 정책(政策)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펼치기 전에 충분한 설명(說明)을 한 후에 국민들의 소리를 들었어야 했는데 이러한 과정들이 무시된 채, 국운이 달린 만큼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말하고 부로도저처럼 밀어붙이기 하다가 이번 촛불 재앙(災殃)을 자청했던 것이다. 생전에 삼성 이병철 회장도 듣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던 사람인데, 회의석상에서 그가 자주했던 말은 오직 세 마디였다고 한다. '말해봐라',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오너답게 그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계속 유도하므로, 그들의 능력을 끌어내고 가족으로 인정하므로 오늘의 삼성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사람을 움직이는 중요한 무기(武器)는 입이 아니라 귀라는 말이 있다. 좋은 지도자는 잘 듣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든 경영(經營)이나 관리는 커뮤니케이션에 의해서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을 들어준 후 설득(說得)하는 것이 소통의 원리다. 몇 년 전 나는 어떤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어느 지인을 통해 「설득의 심리학」을 소개받아 읽은 적이 있었다. 소위 ‘심리학’이라는 제목이 들어가면서도 그렇게나 현실적이고 재미있는 책은 본 적이 없었다. 그 책에는 사람 마음을 사로잡고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으로 여섯 가지 인간의 심리적 법칙을 제시했는데 호소력을 넘어서 일상 속에서 적용(適用)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어찌 보면 이미 살아가면서 익히 경험해 봄직한 사례들이지만, 구체적으로 제시해 놓은 것을 보면서 새삼 느낀 바가 많았다. 만사가 원리에 의해 움직이듯이 인간사회도 상호성, 일관성, 사회성, 호감성, 권위성, 희귀성이라는 굴레 안에서 돌아가기에 이 법칙(法則)으로 설득한다면 안 되는 일이 없을 것 같았다. 메이저 전 영국총리는 설득하면 어떤 문제든지 통(通)한다고 했다. 그가 취임 당시 보수당은 의석(議席) 과반수를 넘기지 못했고, 또 대처의 몰아붙이기식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에게 ‘나를 따르라’식의 리더십으론 어림도 없었으므로 그는 정치인들과 국민들을 끊임없이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러한 설득(說得)의 리더십이 국민들에게 통하므로 당시 영국은 국내외적인 몇 가지 난제(難題)들이 쉽게 해결되면서 경제와 함께 나라는 더욱 부강해졌던 것이다. 설득은 목적을 위한 과정(過程)이 아니라, 인생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인간관계나 모든 조직에서 일은 설득이 아니고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자신이 꼭 이루어야 할 일이 있다면 반드시 설득을 통해 상대의 협조를 구함으로 성취된다. 그러므로 일의 실패(失敗)란 일 자체가 아니라 설득을 못해서 생긴 일이라 할 수 있다. 아니 왜 설득해야만 일이 될까. 사람은 본성상 바른 사람이 별로 없다. 대부분 마음이 삐딱해 있기에 처음엔 무슨 말을 해도 거부하기가 일쑤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 청계천 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몇 천 번 만나면서 그들은 그의 열정에 놀랐고, 그 과정에서 그의 진실을 보았다. 나중에는 반대자들이 또 다른 반대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했다고 한다. 그래서 설득의 달인들의 공통점은 열정과 진실이라는 아름다운 인생의 열매가 있었다, 내가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것은 상대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와 함께 그의 진실(眞實)한 친구라는 것을 스스로 알게 하므로 소통이 이루어지 되는 법이다. 주여, 당신은 저를 끊임없이 설득하고 계시는데, 저는 어찌하여 다른 사람에 대해 이렇게나 쉽게 설득을 포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비전을 가져도 설득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제라도 진실(眞實)은 자신을 설득하는 길이요 열정(熱情)은 타인을 설득하는 최선의 길임을 알고, 세상과 소통하고 당신과 소통하게 하소서. 2008년 6월 22일 강릉에서 피러한이 한 달 만에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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