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피러한님의 글모음

너 자신을 의심하라

유앤미나 2015. 4. 10. 03:15

너 자신을 의심하라 지난 24일 프랑스 알프스 산맥에서 추락한 독일 여객기는 부기장이 일부러 여객기를 급 하강시켜 알프스와 충돌시킨 자살비행으로 밝혀지면서 비행기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커져만 가고 있다. 기장은 조종실 문을 두드렸지만 열리지 않았고 어떤 방법으로도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된 것은 9.11테러 이후 여객기 내부 설계까지 변경해야 하는 법 때문에 이제 누구라도 문 밖에서는 문을 열수 없게 된 채 운행되다가 이번 일이 터지면서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 셈이다. 이러한 조치는 ‘적은 외부에 있다’라는 가정 아래 이루어진 당연한 대처였지만, 오히려 부기장의 은밀한 범죄를 돕는 수단이 되면서 ‘적은 내부에 있다’라는 새로운 가능성 안에서 또 다른 보안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에게 교훈해 준 사건이었다. 우리는 무슨 사건이 일어나면 반사이익으로 여러 교훈들을 얻게 되는데, 이번 희생으로 인해 ‘적은 내부에 있다’라는 새삼스런 메시지를 얻게 된 셈이다. 물론 이런 가능성은 이미 역사를 통해 수없이 가르침을 받았음에도 이상하게도 습관적으로 우린 늘 외부적인 적만 대비하며 살아오다 일이 터지면서 부랴부랴 새로운 대응책을 내놓곤 한다. 이 일이 아니어도 역사의 교훈은 변함이 없었다. 유비무환 정신으로 외부적 적보다 내부 분열을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실증이라도 하듯 지금도 유사한 사건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호치민의 월맹이 미국과의 오랜 전쟁 끝에 평화협정을 맺고 난 이후 바로 얼마 안 되어 명절을 이용해 방심한 베트남을 쳐들어가서 함락시킨 뼈아픈 사례가 있다. 또한 우리도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에 적정을 살피기 위해 일본에 사신으로 보낸 두 사람의 보고가 서로 달라 선조가 오판을 하여 결국 우리 국토는 유린 되어 백성들은 피눈물을 흘려야만 하지 않았던가. 한비자는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을 더 조심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은 예를 든 적이 있었다. 해와 달이 밖에서 비추이듯 우리가 증오(憎惡)하는 사람에 대해선 언제나 신경 쓰며 대비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재앙은 자신이 사랑하는 곳에 있음에도 결정적으로 자신이라는 적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다가 한 순간에 이유도 모른 채 개인과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다고 교훈했던 것이다. 화를 내는 것도 나를 괴롭히는 적들도 내가 초조해 하고 두려움을 갖는 모든 것들은 결코 다른 사람 때문도 아니요 무슨 일 때문이 아니라 내면의 마음속에서 자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여 생겨난 일임에도 우린 어리석게도 처삼촌 산소 벌초하듯 가장 무서운 내부의 적인 자신에 대해선 돌아보지도 않으면서 오로지 외적인 미움과 상황만 갖고 노심초사할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나는 가끔 머리가 복잡하면 평소 특정 요일에 혼자만 가는 카페에 가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다가 커피의 향에 취하고 귀전을 때리는 알 수 없는 음악들 속에 자신을 맡기면 나도 모르게 마음에 평안이 찾아온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생각들은 자동 정리되고 단순한 아이처럼 복잡한 묶임에서 벗어나 작은 행복에 취하는 모습 속에 저절로 깨달아지는 진리 하나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지금의 천국도 지옥도 내 마음에서 비롯됨을 알기에 일이 안 풀리고 사람이 미워지면 어떤 방법이든 마음만 비우면 된다. 모든 아픔의 근원은 자신이라는 내부의 적에게 있음을 알기에 문제를 해결하려 다른 방법을 찾느라 분주하고 몸을 더럽히지 말고 마음을 내려놓고 어리석은 자아를 해체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는 어떤 외부적인 적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사자성어 중 ‘주중적국’(舟中敵國)은 한 배 안에 적의 편이 있다는 의미로 군주가 덕을 닦지 아니하면 지금은 자기편일지라도 한순간에 적이 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한 사람이 천 명의 적을 이긴다면 영웅이라 일컫지만 이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은 내부의 적 자기 자신 한 사람을 이겨내는 일이다. 내부의 적이란 쓸데없는 욕망이나 잡념 그리고 순간순간 일어나는 감정의 격류들을 통제하는 일인데 이것은 외부의 적보다 더 어렵기에 현자(賢者)라 일컫는다. 외부의 환경은 일차적 조건이지만 내면의 환경은 일의 성사의 결정적인 조건이 되는 것은 자기 내면의 분열을 극복한 사람만이 자신을 넘어 남에게도 이타적인 사랑을 베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강하다. 내 마음 속에는 항상 두 개의 마음이 나를 유혹하고 이끌려고 한다.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 논리와 긍휼한 자세, 세상적인 생각과 하늘의 마음이 있지만 위선적인 자아를 벗겨내고 진실한 자아를 찾아야만 어리석게 눈앞의 안락을 구치 않고 신의 축복처럼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복된 인생이 될 수 있다. 주여, 어리석은 종은 여전히 보이는 적만 신경 쓰고 스트레스 받으면서도 정작 내부의 적인 자신은 의심하기는커녕 위로하고 있으니 누굴 탓하며 무슨 일을 원망할 수 있겠습니까. 제발 더 이상 사람과 환경을 문제 삼지 말고 자신의 본성을 알고 더 확실하게 대처하여 당신이 주신 부활의 은혜로 교통과 섬김의 삶을 살아가다가 부활의 아침을 맞이하게 하소서. 2015년 4월 5일 부활절에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립니다. 사진허락작가ꁾ포남님, 우기자님, 이요셉님
^경포호수^

 

'그룹명 > 피러한님의 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 이 순간  (0) 2015.05.19
인생 싱크홀  (0) 2015.04.20
지혜로운 여자  (0) 2015.03.23
지금 안아주라  (0) 2015.03.02
파스칼의 내기  (0) 2015.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