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피러한님의 글모음

나이들수록

유앤미나 2013. 1. 9. 11:26


나이 들수록 ‘고바우 영감’은 우리나라 최초, 최장수라는 타이틀을 함께 걸머쥔 시사만화다. 광복 이후 만화를 하찮게 보던 시절에 고바우는 소소한 일상과 더불어 정치 상황을 풍자했기에 안기부까지 불려갈 정도로 그 영향력은 대단했었다. 이제 ‘고바우 영감’은 현역에서는 물러났지만 문화재청은 학술적 사료적 가치가 높다며 그 만화를 문화재로 등록한다는 뉴스는 그만큼 이 사회가 민주화가 되었음을 증명하고 있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김성환 화백은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일상적인 억압이 남아있기에 시사만화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는 나이가 드니 정치나 시사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 대신에 인간과 자연을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요즘 마당에 심어놓은 나무로 찾아오는 다양한 새의 모습을 스케치하며 노후를 보내고 있다. 나이가 드니 고바우 영감도 바뀌고 있듯이,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나이가 들면 원하든 원치 않든 사람이든 식물이든 변해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이치다. 난 아직도 거울을 쳐다볼 때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격동기였던 27살 때 얼굴이 떠오른다. 하지만 아무리 쳐다봐도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점점 더 퇴색되어 가는 모습 앞에 아쉬워하기 보단 자연스럽게 절대자 앞에 홀로서기를 연습해 본다. 누가 이런 말을 했다. 나이가 들어 눈이 침침한 것은 필요 없는 것은 보지 말고 꼭 필요한 것만 쳐다보라는 것이며, 나이가 들어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은 꼭 필요한 말만 들으라는 것이요, 정신이 깜빡 거리는 것은 살아온 세월을 다 기억하지 말고 잊으라는 것이요,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매사에 조심하고 멀리 가지 말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이렇듯 오감의 기능은 무디어져만 간다. 오감의 기능이야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하지만 문제는 나이 먹을수록 고집만 세서 자신과 이웃에 대한 촉각이 무디어져 자신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티끌만 보며 늘 못마땅해 하며 잔소리만 늘어간다면 남은 인생은 평탄치 않을 것이다. 흔히들 나이가 들면 입은 다물고 주머니는 열어야 사람이 붙는다고 하는데, 주머니뿐만 아니라 마음을 열고 내 의지를 더 내려놓아야만 어른 대접 받고 행복한 노후가 될 수 있다. 나이 들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친구처럼 같이 놀 사람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긴긴 세월을 보낸단 말인가. 나이 들어 마음을 연다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 마음을 연다는 것은 모든 사람을 너그럽게 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인생을 얼마나 더 살겠다고 바른 소리만 하고 소신 있게 말한다면서 자로 잰 듯 바늘로 찌르듯 공격적인 말을 하게 되면, 옳은 소리한다며 좋은 소리 들을지 몰라도 마음 깊숙한 담은 더 높아져만 간다. 얼마나 더 나이 먹어야 알아도 모른 척 똑똑해도 어수룩 한척 한단 말인가. 평생을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이웃에게 너그러운 모습으로 살지 못한 것에 있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마음이 후하고 너그러운 사람을 만나면 괜히 미안해져 나도 왠지 무언가를 베풀고 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백 마디 천 마디 말보다 너그러운 사람을 만나면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진다. 명심보감에서는 ‘모든 일에 관대하면 많은 복을 받는다.’고 했고, 바이블에서도 ‘긍휼히 여기는 자가 긍휼함을 받는다.’라고 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너그러움에 있다. 너그러움은 신의 본성이요 천국에는 그의 본성과 취향이 같은 사람들이 살기에 너그러운 사람과 함께 할 때 그 곳이 천국이 된다. 그러므로 너그러운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겁을 내지 않는 것은 이 땅에서 천국을 경험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요즘엔 황혼이혼이 늘어가고 있다. 오죽하면 느즈막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혼까지 할까싶다. 여자가 나이 들어 꼭 필요한 것 5가지를 꼽으라면 ①돈 ②건강 ③딸 ④친구 ⑤강아지라고 한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무얼 꼽는 것을 보고 감을 잡아야 한다. 반면에 남자가 나이 들면 꼭 필요한 것으로는 ①부인 ②아내 ③마누라 ④집사람 ⑤애엄마라고 했다. 웃음으로만 넘어갈 수 없다. 이게 뭔가. 남자가 나이 들면 오매불망 부인 없으면 애처럼 큰일이다. 중요한 것은 부부 간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어디서든지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만 노후가 두렵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영적인 존재다. 세상 무엇으로도 만족할 수 없다. 내 마음과 내 영혼을 만져줄 누군가를 끊임없이 찾고 있다. ‘필요 없어 사라져버려!’ 이 말처럼 무서운 말이 어디 있겠는가. 반면에 ‘난 네가 필요해!’라는 말처럼 감미로운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그렇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남과 다른 특별한 능력이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옆에만 있어주어도 편한 사람, 따뜻하고 친절하고 다른 사람을 잘 도와주는 그런 사람이 필요한 존재다. 어떤 상황에서도 의지하며 기댈 수 있는 사람, 생각 만해도 웃음이 나오는 사람,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언제나 대화하고 싶은 사람, 자신의 모든 것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이 진정으로 필요한 존재라 할 수 있다. 주연은 아니지만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조연같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의 소유자들이었다. 어느 유명한 가정 상담가는 행복한 부부 비결은 다른 것이 아니라 서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갖는 일이라고 했다. ‘내가 너를 만나 이 고생 한다.’ 가 아니라 ‘당신이 나를 만나 고생한다.’라는 사고의 전환이다. 얼마나 답답하면 저럴까. 얼마나 외로우면 저럴까. 이런 긍휼한 마음을 갖게 되면 기적이 일어난다. 어떤 남자가 중병에 걸려 입원하게 되자 아내는 하루 종일 남편을 간호했는데, 어느 날 아내도 중병이 생겨 큰 수술을 받아야만 할 처지에 놓이자, 아내는 자신의 병보다 남편을 더 이상 돌볼 수 없는 것이 너무 슬펐고, 남편은 그런 아내를 위로해야만 했다. 이 부부는 사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성격 차로 못살겠다고 이혼하려 했는데, 지금은 중병에 걸려 서로를 불쌍히 여기면서 그제야 행복을 느낄 수가 있었다. 지금도 이런 기적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비전이란 보통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므로 자신의 삶을 과감하게 움직이게 하는 특별한 자산이다. 비전은 보긴 보되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보는 눈이다. 오늘 내가 비전을 가졌는데 그 일에 긍휼한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비전이 아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남을 흉보거나 남을 잘 비꼬고 적대감을 갖는 냉소주의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세포조직 내로 당이 들어가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이 생겨 당뇨병이 생길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몸은 이렇게도 민감하다. 말 한 마디 안 해도 몸이 먼저 알아보고 반응이 나타난다. 하물며 내 이웃이 모르겠는가. 아니 그가 모르겠는가. 그와 통할 수 있는 마음, 내 이웃과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긍휼함에 있다. 주님, 나이 들어서가 아니라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마음을 열어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 어디서나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 꼭 필요한 존재로 살길 원합니다. 같은 비전을 갖기란 어렵지만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바라보므로 나로 인해 내일에 소망을 갖게 하소서. 2013년 1월 5일 첫 번째 메일을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 보냅니다. ◆클릭<호수와 세상사이에서>안내◆
사진허락작가ꁾ이요셉님, 투가리님, 포남님

 

'그룹명 > 피러한님의 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 가지 ‘금’  (0) 2013.12.10
그녀의 매력  (0) 2013.04.09
&어려울수록  (0) 2012.12.18
함께 하고 싶은 이  (0) 2012.11.04
기적의 밥  (0) 2012.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