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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통하는 사람

유앤미나 2012. 9. 9. 13:57




말이 통하는 사람


아침 운동 후
어느 신문을 보는데 재미있는
심리테스트가 나왔다.

‘당신은 아무 멋진 교회 건물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뭔가 허전하다고 생각한
당신은 교회 벽에
그림을 그려 넣고 싶습니다.
다음 중 어떤 그림을?’

이 질문에 나는 <창문>을 선택했는데,
해석이 그럴 듯하다.

‘당신은 취미와 정서가
비슷하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어야
데이트에 응한다.’

나는 너무도 뻔한 답임에도
불구하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나 뿐 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도
일단
말이 통해야
차를 마시든 식사를 하든
같이 일을 하든
삶을 나누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보통 사람을 구분할 때
나이와 관심사에 따라 달라진다.

학생 때는 오로지
공부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으로만
보이고,
나이가 조금 들면
돈 많은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누고,
결혼적령기엔
결혼한 사람과 못하는 사람,
중년 이후엔
성공자와 실패자로 분류한다.

그리고 테니스에 미쳐있을 땐
테니스 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으로만
나누어 보게 된다.


이렇듯 평생 이분법적으로
사람을 나누기만 했는데 결정적으로
어느 순간부터 나이불문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안 통하는 사람으로만 구별하게 된다.

어차피 어떤 구별법으로도
제대로 나눌 수 없다면
차라리
말 통하는 사람과
안 통하는 사람의 구별법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것은
인간은 대화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것이 잘 통해도
말이 안 통하면
인생사는 재미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인생이 무언지 알게 되면서
말 통하는 사람을 찾으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고선
말 통하는 사람에게 아이처럼 더
집착하게 되는 바보 같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남자가 결혼할 때
여자가 얼굴이 예쁘면
3,4년은 행복하지만,

음식 잘하는 여자를 만나면
평생 행복하다는 말이 있지만,

의문이 가는 것은
아무리 잘 먹어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소화도 안 되고 오히려 병만
키우지 않던가.

하지만
얼굴은 조금 못 나도
음식은 더더욱 못한다 해도
서로 말이 통한다면
무엇이 문제겠는가.


행복에 대해
많은 이론들이 있지만
결론은 역시나
말이 통해야 통한만큼 행복하다는 것이다.

어느 기자는
이 시대 석학인 이어령님에게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할 때 짧게 대답했다고 한다.
“동행이 있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는 세상적인 의미에선 분명
성공한 삶이었음에도
실제로는
실패한 생을 살았다고 고백했던 것은
자신의 삶에는 동행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행’(同行)이란
대화 속에 희로애락을 나누는
삶을 의미한다.
그것이 행복이요 성공이라는 것이다.





과연
어디서 나와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이 일은 신대륙 발견만큼
어려운 일이기에

차라리 말 통하는 사람을 찾을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라도 말이 통하는 사람이
되는 일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누구라도 말이 통하려면
먼저 말 속에 마음을 담아야 한다.

입은 삐틀어져도
말은 바로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마음을 담아
말을 해야
소통이 되고 형통이 찾아온다.


마음을 담는다는 것은
긍정적인 말,
배려하는 말,
인정하는 말을 의미한다.

머피 박사는 ‘말은 신(神) 그 자체다’라고
말할 정도로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말은 씨와 같아서
좋은 말을 심으면 좋은 열매를 맺지만
나쁜 말을 뱉으면 나쁜 열매를
맺는 것이 인생이라고
정의했다.


설령 아무 능력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말만 잘해도
얼마든지 형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이 작은 비밀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씨를 뿌리고
살아간다면 어리석은 사람임에
분명하다.





행복은 환경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언어에서 옴을 알고
조심 또 조심스럽게 마음을
담아 말해야 한다.

내가 아무리 타인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해도
그 사람의 행복이 내 것이
될 수 없다.

차라리
원하는 모습을 그리며
자신에게 진실하게 말하는 편이 백번
타당할 것이다.

‘넌 특별해!’
‘넌 최고야!’


이렇게
자신과 대화가 통하면
타인과의 말은 더 쉽게 열린다.

마음을 담아
말을 던질 때 상대는 행복해 한다.
그가 행복하면 자신에게는
더 큰 행복이 찾아오게 되어있다.

어떤 향기보다
어떤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당신이 존재하기에
나는 행복하답니다.

이것이 뿌림의 법칙이요
배가의 법칙이다.





이렇듯
누구와도 말이 잘 통하려면
먼저 따뜻한 마음을 갖고 대화하면서
아울러
상대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오프라 윈프리가 미 토크 쇼에서
최고 진행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최고의 경청자가 되었음에 있었다.

그녀는 온 마음으로 온 몸으로
맞장구쳐주며
적극적인 반응을 보일 때
게스트는 묻지 않는 말까지 다 털어놓게
된 것이다.

결국 인간관계에서 최고의 선물은
다름이 아닌
잘 경청하는 일에 있었다.

아무리 불량스럽고
문제투성이요
한심한 사람이라도 경청할 때 사람이
달리지기 시작한다.


<모모>는 매년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빠지지 않는다.

모모는 남의 말을 잘 들어주기 때문에
친구가 많다.

마을사람들은 근심과 걱정이 생기면
모모에게 가서 이야기하다보면
신기하게도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기쁨이 생겨나고 용기를 얻게 된다.





누군가가 내 말을
들어준다는 일처럼 감사하고
신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경청(傾聽)이란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주의하여 들음으로 내용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의미다.

상대의 작은 소리까지
내면의 소리
아니 영혼의 소리까지 듣고 이해한다는
무언의 관심과 사랑의 징표다.


토끼는 몸집도 작고
공격할 발톱도 날카로운 이빨도 없기에
귀를 안테나처럼 쫑긋 세우고
적의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을 보인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토끼 귀가 된다.

상대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그가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어 한다.


누구라도
내가 토끼 귀가 되어 주면
그 사람은 금방
내 편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세상엔
내게 토끼 귀가 되어주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에게
무릎을 꿇고
모든 것을 바친다.

말하는 것이 기술이라고 하면
듣는 것은 예술이다.

기술에 탄복하는 것은 잠깐이지만
예술은 영원히 삶을
나눌 수가 있다.


삶을 나눈다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상대와 소통하는 일이요
상대와 하나 되는 일이다.
이 일이 어찌 가능할까.

말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이다.

대화가 된다는 것은
나의 이성과 감성, 인생관, 세계관이 서로
공감되기 때문에
인생을 나눌 수 있고
무엇이든 기쁨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말이 통하는 사람은
세상은 물론이요
세상 누구와도 소통이 되기에

세상이 필요로 하고
나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기에
하나가 될 수 있다.

이 일은 부부라도
친구라도
아니 타인이라도 가능하다.


그에게
나 자신을 놓아 주는 것,
내 자존심도
내 체면도
내 고통도
그에게 내려놓고 맡기는 것,

그리하므로
내 문제가 그의 문제가
되게 하는 것,

이것이
공감(共感)이요 상생(相生)이다.

그것이
진정한 말이 통하는 사람의
모습이다.





주여,

인생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이런 기도를 드렸습니다.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게
하소서.

그런데
...
제 무지함을 안 뒤부터
기도가
바뀌었습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이 통하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주님을 대하듯
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쉼을 얻으며
하나가 되고 싶습니다.

2012년 9월 4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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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허락작가ꁾ이요셉님, 투가리님, 포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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