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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일

유앤미나 2012. 8. 15. 14:41




억울한 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한국 여자 펜싱 신아람의 런던올림픽 준결승에서
1초 오심을 비꼬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에서는 레고 인형들이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의 연장전
종료 1초 전 상황을 재연하고 있었다.

<가디언>은
신아람 경기에서 나온 오심(誤審)을
‘스포츠 역사상 가장
논쟁거리가 될 만한 사건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이번 런던올림픽의 특징 중 하나는
주 경기장이 쓰레기 매립장 위에
세워진 건물이라는 점이다.

애초 대회 지향점이
클린 올림픽이었기에 장소자체도
시사성이 있지만,
항상 고질병이었던 오심(誤審)을
추방해야 한다는
더 큰 의미를 갖고 시작했음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클린은커녕 오심(汚心)의
씁쓸한 이면들이 계속 속출되고 있다.


복싱에서 5번 다운시켰는데도
미국 팀이 항의하자
인도 선수 대신 미국선수 손을 들어주고,
우크라니아는 체조에서
일본에 은메달을 뺏기고 4위가 되었고,
미국은 부정으로 출발했음에도
기계오류라 항의해 다시 경기했다.





대부분 강대국에게
유리한 판정을 하는 것이
올림픽 정신이란 말인가.

이러한 오심은
올림픽에서만 끝나지 않고
우리네 인생사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그러므로 억울하고 부당한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그 일에 대한 반응이 우리 인생을
만들어 주고 있다.


샘표식품 회장 아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어느 날 아들이
자신의 선생님이 굉장히 비합리적이라고
불평을 할 때 아버지는 그에게
이렇게 훈계했다.

"배우는 처지에선 불평부터 해서는 안 된다.
혹 네가 억울하더라도 참는 법을 배워라.
살면서 온갖 억울한 일이 많단다.

너는 지금부터 인생에서
억울한 일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단다.
그래야 네가 사회에서 제대로 살 수 있단다."


힘없는 사람들은
원칙대로 살지만 손해 보기 일쑤고
힘 있는 자는 불법을 자행함에도
많은 이득을 보는 세상에서

본인은 재벌이면서도
억울한 일이 있어도 참으라는
그 분의 교훈은
내게 적잖은 감동을 주었다.





세상은 광야다.
광야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불안하고
불확실하기에 불공평한 일은
당연하므로
누구라도 수없이 경험할 수 밖에 없기에

샘표 회장은
아들에게 부당함의 필요성을
언급했던 것이다.


신아람 선수 심판 람차르 씨는
"내 판정은 옳다.
나는 규정에 맞게 행동했다"고 말했다.

사람은 어리석게도
4살 때부터 자신은 항상
옳다는 신념을 굳게 믿고 있다.
가장 불안전한 존재가 신이 되려고 한다.

이렇듯 자신이 항상 옳다 생각한 것을
굽히지 않으려는 황소 고집불통들은
대부분 화를 쉽게 낸다.


화내지 않고 살아갈 수 없지만
세상에는 화를 낼 때
바위에 새기고 땅에 새기고 물에 새기는
세 가지 유형이 있는데,
자신은 항상 옳다고 여기는 이들은
화를 낼 때도 바위에 새기듯
자주 화를 내고 분노도 오래 간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미 신(神)이 되어버렸기에
누구라도 자신의 주장에 반박할 때
견디지 못하고 화를 낸다.





알고 보면 그렇게
화내는 일보다 더 무서운 일은
화낸 만큼 다른 사람을
언제나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은 의(義)롭다'라고 말하기가 미안한지
'신(神)은 의롭다...'라고 돌려서
말을 하곤 한다.

이 말이 듣기에는
굉장히 덕스런 말 같지만
실상 신의 이름을 빙자하여 다른 사람을
심판하고
더불어 자신의 의로움을 드러내는 말이다.


그것은 신은 의롭기에
바르게 판단하고 심판하시는데
갑작스럽게 큰 병이나
집 안에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말은 안하지만
속으론 신의 저주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말은 형통하게 사는 자신은
의롭게 살았기에
축복을 받고 산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안타깝게도
욥(Job) 자신도 친구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자신 보다 불의(不義)하게 사는 사람들도
형통하게 사는 판에
왜 자신처럼 의롭게 산 사람이
무슨 이유로 그런 어려움을
겪어야 하느냐하는 항변과 같은 것이다.


내 자신도 그동안
욥처럼 생각할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내가 그 사람보다 못 한게 뭐야.
그런데 이게 뭐야...’
이런 식의 넋두리들은.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살리에르가
모차르트와 비교하며 불평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는 모차르트가
자신의 약혼녀를 범하고
방탕한 생활을 거듭하자 그러한 천재성을
부여한 신을 저주하고 그를
증오하기 시작했다.

“나는 당신을 위해 모든 것을 준비했고
당신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었는데...
당신은 어찌하여
저렇게 오만하고 방탕한 자에게
그런 재능을 주시어
당신의 도구로 쓰신단 말입니까...”





그런데 거기에 비해
욥과 살리에르처럼 자신의 의(義)에
도취된 내게 그는(HIM)
어떤 억울한 소리를 들어도
어떤 부당한 일을 당하셔도

인간들의 생각처럼
당장 눈앞에서 심판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침묵하시며
적어도 그 사람에게 작정한 선한 일이
다 이루어지기 전까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냥 그렇게
침묵하시고 계시는 그 분 앞에
나는 할 말을 잃는다.


그렇다.
그는 그리도 우리 자신을
생각해서 어떤 말도 아끼지 않건만
우린 스스로 의(義)에 도취되어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부당한 일에 대해 한 없이 입을 토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눈앞만 보고
판단하고 분노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아시고
이끄시기에

인간의 불평 앞에서도
침묵하시며
스스로 우리 자신이 알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처럼
부당한 일도
신의 섭리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일상 속에서 최선을 다할 때
좋은 일은 반드시
찾아온다.

우리 선수들은
신아람 선수의 눈물을 보면서
오기가 생겨 더 똘똘 뭉친 결과로 이미
10-10의 기적을 만들지 않았던가.

눈물로 시작해서
환희로 끝나가는 올림픽이 되고 있다.


물론 최선을 다했음에도
금메달도전에
실패한 선수들도 많다.

그들이 아니더라도
인생의 모든 분야에서
최선을 다 했음에도 목표한 것을
얻지 못했다면
억울할 것이 없다.

때론 나는 모든 것을 다 걸고
최선을 다 했음에도
때가 아닌지
아니면 아직도 부족한 구석이 있는지
구하고 두드리고 찾았음에도
얻지 못한 경우는
우리 인생에서 비일비재하다.





우리가 그리도 기대했던
장미란 선수는 바벨에 간접 키스하고
끝내 눈물을 흘렸다.

박태환 선수는 오히려
쑨양은 나이는 어리지만 존경할 만하다고
라이벌을 칭찬하는 여유까지
가졌다.

초반부터 날벼락을
맞았던 신아람 선수는 기어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마라토너
임경희 선수는 76위를 했음에도
희망을 봤다며 감사를 드렸다.


아!
최선을 다한 그들이
한없이 아름답게 보였다.
아니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우리도 인생 마지막 여정에서
바울처럼
‘내가 달려갈 길을 다 마쳤다.’라는
고백이 있기까지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경주에서
최선을 다해 뛰고 싶다.

인생은 꿈을 갖고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부터
엄청난 에너지를 공급받게 된다.

인생 전반기 때
후회 없이 뛰어야만
인생 후반기 때에도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여,

살면서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만날 때

조심하게 하소서.

자신은
의로운 것처럼
자신은
최선을 다한 것처럼
자신은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하고 싶은 말 다 하지 말고
함부로
판단하지 않게 하소서.


그것은
내 모든 것을
알면서도 당신은 단 한번도
말씀하지 않으시고
침묵하시기 때문입니다.

어느 영화 대사처럼,

우리는 몇 십 년이 걸려도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사는지 그 이유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확신합니다.

나의 억울함
나의 부당함을
아시는 당신의 선한 때를
...

2012년 8월 6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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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허락작가ꁾ이요셉님, 데오빌로님, 투가리님, 포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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