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행복
鄭 潤 基 < 패션스타일리스트 intrend07@yahoo.co.kr">intrend07@yahoo.co.kr >
지난 일요일 오랜만에 지인들과 거한 점심을 먹고 홍대 앞으로 향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새로 오픈한 멋진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 이유가 다였다. 달콤하게 늦잠을 즐기고 일어나 마음 맞는 친구들과 맛있는 점심을 먹고,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일요일. 난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솔직히 평소에는 행복하다고 느낄 겨를조차 없다. 그래서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라도 생기면 늘 내가 불행하고 운 없는 사람이라고 신세 한탄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이를 먹으면 자기 얼굴을 책임져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면서 자기 최면을 걸어서라도 행복하려고,웃으려고 노력 중이다.
얼마 전 갖고 싶었던 시계를 구입했다. 물론 정말 오래 전부터 갖고 싶었는데 돈이 부족한 적도 있었고,이 제품이 없어서 사지 못한 적도 있었다. 드디어 그 시계를 내 소유로 하게 된 날,정말 자다가도 일어나 시계를 다시 만져보고 흐뭇해할 만큼 행복했다.
어젯밤 수화기를 붙들고 친한 친구에게 요즘 행복한지 물었다. 그녀는 갑작스럽고 뜬금없다며 내 질문을 무시하는 듯 했지만,내가 진지하게 "진짜 행복했으면 좋겠어. 남들에 대해서 너그럽고,세상일에 대해서도 관대하다면 매일 행복할지도 모를텐데. 쉬울 것 같은 그게 왜 잘 안되지? 난 그러려고 노력해.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잠시 틈을 두더니 "맞아,그럼 정말 좋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 세상은 한 발짝 떨어져 생각하면 웃기는 일 투성이다. 행복과 불행이 그야말로 한 끗 차이고,그 모든 일이 신의 뜻이라기보다는 사람들끼리 만들어 내는 것 같은데 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 걸까? 신문이란 지면을 빌려 이렇게 넋두리 비슷한 에세이를 적어가는 이 밤,어느 때보다 많이 센티해진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나쁘진 않다.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는데,이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일주일에 한 번씩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내가 얼마나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알게 됐으니 말이다.
행복은 정말 별거 아니다. 늦잠 자고,멋진 곳에서 좋은 친구들과 커피 한 잔. 별거 아닌 일요일 한때가 돌아보면 나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는 사실을 늘 머리 속에 상기하며 살면 어떨까. 어느 책에서 '우리 집은 가난하다. 왜냐하면 정원사도 가난하고,가정부도 가난하고,운전사도 가난하기 때문이다'란 구절을 읽은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주변사람들의 행복은 필수다. 반대로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선 내 행복이 필수일 것이다.
오늘 하루 다들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순간으로 타임머신을 되돌려 보는 건 어떨지. 주제넘지만 대한민국 모든 이가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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