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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유앤미나 2012. 1. 5. 11:20




나는 꼼수다


올 한해 특별한 채널 중 하나가
<나는 가수다>였다.

매회 7명의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고
500명 청중평가단이
심사를 한다.

기존 상식을 깨면서
가수들의 새로운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인기를 얻었다.


<나가수>와 함께
또 하나의 유별한 프로가
<나꼼수>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나는꼼수다’(나꼼수)라는 인터넷 방송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말한다.

<나꼼수> 중심엔 김어준이 있다.
김어준은 딴지일보의 총수다.

<닥치고 정치>라는 책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금방 알 수 있다.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느낌들을 적은 책이다.

나름대로 모두가
알고 있는 주제를 갖고
정치 이야기들을 풀어 갔는데
너무 거칠어 감당하기가
어렵다.





먼저 현 정권을 빗대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에서
짐 나를 일이 있으면 바다를
이용하면 될 일을 왜
국토를 갈라서 댐을 만드는
정신 빠진 사람이 어디 있느냐 하는 식이다.

다음으로 박근혜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평가한다.
아직도 이 땅의 백성들 가슴엔
박정희 향수가 남아있고
육영수여사의
측은지심이 있음이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공주처럼 한 번도
부족함을 느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 자리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는
통치자 자질 부당론을 펼쳤다.


그는 노무현을 좋아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용감하고 남자답고
멋있는 정치인을 본 적이 없다고
설파한다.

그런 노짱을 MB가 죽였다고
그는 분노한다.
그의 죽음 앞에서 숨어서 울었다고 했다.

책 끝부분에 가서야
그의 분노가
그 책을 썼고 왜 방송을 하는지
인간적으론 이해가 간다.





지난 11월 30일에
<나는 꼼수다> 여의도 콘서트가
주최 추산 5만 명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중요한 것은 동원된 수보다
그러한 행사를 통해 무려 3억원이 넘는 액수가
하룻밤 만에 조성되었다는 사실이다.

아니 그 어떤 정치 집회가 그것도
한미 FTA 반대라는 좌익 진보적 테마의 무대가
이런 동원력과 자금을 모으는 역동성을
발휘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일을
폄하하고 비하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눈으로
<나는 꼼수다>를 봐야만 한다.
아니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한다.

지금 정치권에선
대거 물갈이가 예상되고 있는데
진정으로 백성들이 원하는 것은
사람도 사람이지만
새로운 정치 방식과 테마를
보급하는 일이다.





적어도 지금 대한민국은
안타깝지만 사실과 이념을 따지기 전에
<나는 꼼수다> 4인방의 파급력과
역동성을 예의주시 않을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노릇이다.

왜 사람들은 거칠고
예의 없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까.

적어도 그들은 지금 이 나라의
현실적 삶과 분노를
최소한 여과없이 전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당의 어느 의원마저
김어준의 책을 읽고서
하나도 틀린 말이 없다며 정말이대로라면
망할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는
후문이다.

만약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여당이 참패한다면
그들은 결국 좋든 싫든 변화에 나설 것이다.

어찌 보면 이 모든 현상들이
이 나라 정치와 사회에 대한 격동을
예고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부정할 수 없는 그들의 위력에
나 자신도 놀라고 감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알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뭇 백성들을 대변하고 있기에
싫든 좋든 흐름의
한 가운데에서 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들 역시 또한 한 편의 스토리가
되지 않으려면
그들의 주장과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들이 왜 이름을
<나는 꼼수다>라는 지었을까.
‘꼼수’란 남을 속이기 위한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을 말한다.

자신들이 꼼수가 아니라
대통령의 꼼수, 비리 등을 폭로하는 일에
꼼수처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이상한
전설이 생겨나고 있다.

누구든지 어떤 권력에 저항하면 자신은
의인이 되고
자기 말은 진리가 된다.

“대한민국 정치는 O같다.
99%는 못 사는데 1%만 잘 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무조건 환호를 받을 뿐 아니라
의식 있는 사람으로까지 인정받게 된다.

어떤 폭로성 발언이든
‘...카더라’식이다.

끈질기게 근거를 따지면
농담이었고
개그였다고 얼버무린다.
풍자라고 말하면 만사형통이다.





그들은 기존정치인들에게
칼을 대지만
이미 자신들조차 또 다른 세력이 되어
칼이 되고 있음을 알고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기억 해야만 한다.
<나꼼수>는 통치자의 풍자를 통해 젊은이들의
분노의 창구 역할을 할지 몰라도
온갖 추측과 꼼수들을 폭로할 때 환호하는 사이에
우리는 독설과 욕설이 각인되어
거의 반사적으로
힘 있는 자에 대한 반항심이
쌓일 뿐 아니라,

어떤 진실도 믿지 않으려는 불신은
부정적 세계관을 갖게 하면서

일상 속에 사소한 진실도 외면한 채
물 흘러가듯 세상에
속화(俗化)되어
소중한 기회들을 놓치게 한다는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무리수라는 사실이다.


세상이 아무리 막되 먹어도
아무렇게나 살아도 된다는 면죄부를
신은 누구에게도 준 적이 없다.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7천명이 있었듯이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혼을 다하는 사람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정치 상황을 바르게 분석하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내 상황을 바르게 인식하고
예측하며 준비하는 일은
더더욱 중요하다.





어느 시대나 진보는 있었지만
현 사회에서 진보란 개념은
비판하고 시위하고
바꾸자는 것이다.

<나꼼수>가 말하는 ‘진보’란
5분 안에 해도 될 말을 책 한권으로
말하듯 대중 언어가 아닌 그들
언어로 말하는 그들은 이미
실패했다고 단언한다.

자신들은 이러한
진보에서 진화를 거듭해서
유력한 씽크탱크로 발돋움하는 새로운
양상의 국민의 소리라고
자찬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렇게 말하는
<나꼼수>의 대안은 무엇인가.

그의 책 <닥치고 정치>를 검토해보면
OOO재단 이사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나꼼수>를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식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것이 과연 대안이 될까 의문이 가는 것은
누가 정권을 잡아도 완벽한 정책은
불가능하기에
시간이 지나면 그들도 타도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 책 서문에서
진보의 끝은 인간의 개별화라고 했다.

모든 인간은 개별적인 존재이므로
그것을 인정받을 때
진보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인정한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누가 하든 정권은 바뀔 것이다.
정권이 백번 바뀌어도
내 자신이 바뀌지 않고는
대안은 커녕 아무 의미도 없다.

개별적인 존재로
타인을 또 다른 존재로
인정하려면

바울처럼
나는 날마다 죽노라하는
자기 십자가적인 삶,

꼼수부리지 않는 삶이
진정한 진보요

갈라지지 않고
부패하지 않는
최선의 방책이라 할 수 있다.





주여,

가끔
저도 꼼수를 부릴 때가
있지만

쩨쩨할 때는
무지 많습니다.

평소 자신은
겸손한 줄 알았는데

누군가가
저를 비판할 때

한없이 불편한 자아를 보며
비로서
내 안의 꼼수가
얼마나 많은지를 알았습니다.

꼼수 부리지 않도록
날마다
자아를 쳐서 복종케 하소서

2011년 12월 26일(화)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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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허락작가ꁾ이요셉님, 투가리님, 우기자님, 포남님
^경포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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