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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맺는 인생

유앤미나 2011. 8. 30. 14:38




열매 맺는 인생


언제부터인가
강릉은 자연스럽게 커피의
메카가 되었다.

많은 커피 매니아들이
강릉을 순례할 정도로 유명해진
배경에는 우리나라
드립커피 대가라 할 수 있는
박이추님이 운영하는 <커피 보헤미야>가 있고,

커피를 기업화하고 공장과
미래에 연구소까지
준비 중에 있는 <테라로사>가 있고,

국내 최초로 커피 재배를
성공시킨 <커피 커퍼>가 강릉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커피 벨트>가 있으므로 해서
강릉은 커피로 유명할 수 밖에 없다.

주인장 최혁님은
이미 속초에서도 명성이 나 있고
강릉에서도
로스팅한 커피나 드립커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왜 하고많은 이름 중
<커피벨트>라는 간판을 내 걸었을까.

커피는 의외로 까다로운 식물이다.
적도 부근에서
기후나, 지형, 고도 그리고 토양까지
모든 조건에 맞아야 커피나무가
재배될 수 있는데
그런 지역을 <커피벨트>라고 한다.

어찌 보면
커피의 고향이 <커피벨트>이기에
그렇게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커피 나무 하나 열매 맺기도
이리도 어려운데
인생의 열매는 얼마나 더 어려울까.

나름대로 의미를 알고
경험 속에서 인생의 열매를 맺는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이게 아닌데’라는
의문이 들게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던가.

인생의 열매란
단순히 외적인 성공이나 부요를 갖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인생의
열매를 맺을 수가 있단 말인가.





무슨 열매든
먼저
살아있는 한 알의 밀알이
준비되어야만 시작할 수 있다.

한 여인이 꿈을 꾸었다.
시장에 어느 가게 주인이 신인데
무엇이든지 판다는
소문을 듣고 그녀는 그 곳에 가서
행복과 자녀의 형통이라는
상품을 달라고 하자
주인은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대꾸했다.

“손님, 잘못 오셨군요.
이곳은 열매를 팔지 않고 씨앗만 팝니다.”


세상 어디에도
행복의 열매를 바로 파는 곳은 없다.
혹 파는 곳이 있다면
아마도 씨앗임이 분명할 것이다.

그 씨에게 중요한 점은
크기가 아니라
생명이 있느냐에 달려있다.

계란도 암탉이
유정란을 품고 있으면
몇 개의 알이든 전부 병아리가 되지만,

무정란 알은 아무리 품고 있어도
병아리는커녕 썩기만
할 것이다.





인생의 열매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살아있는
한 알의 밀알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살아있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아무리 운동을 안 하는 사람도
숨쉬기 운동은 한다.

그런데 숨 쉬는 것조차 힘들다고 말한다면
죽을 때가 다 된 사람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호흡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땅에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숨쉬기를 멈추지 않는다.

숨을 쉬므로 나쁜 독소를 몰아내고
좋은 공기를 마시므로
장기까지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

또한 호흡을 통해
영양을 공급하게 된다.
물과 다른 영양소만 갖고 살 수 없다.
호흡을 통해
가장 중요한 에너지가 제공된다.

무엇보다도 호흡을 통해
다른 장기들과
함께 교제할 수 있게 된다.

광물들마저 주위 환경들과
에너지를 교환하므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호흡을
기도(祈禱)라는 말로 대신한다.

기도란
호흡이란
이렇듯 이웃과 얼마나 소통하느냐에
달려있다.

호흡이란 소통이다.
조물주와 소통하고 이웃과 소통하고
그리고 자신과 소통해야
인생의
열매를 거둘 수가 있다.


이렇게 한 알의 살아있는 밀알이호흡할 수 있다면그 씨앗은이젠 땅에 떨어져야 할 차례다.아무리 보기 좋은 씨앗이라도땅에 떨어지지 않고자루 속이나 책상 위에만 있다면어떻게 열매를 거두겠는가.씨앗이 땅에 떨어지는 일은최초의 고난이지만그 아픔은 절망이 아니라 가장 큰소망의 울림에 불과하다. 떨어짐의 고난,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그것은 결코 굴욕이 아니라 열매를위한 과정일 뿐이다.땅에 떨어진 후에빨리 흙으로 덮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새가 채 갈 것이다.사람들은 땅에 떨어지는 일 조차싫어하지만땅에 감추어진 일은 더욱두려워한다.하지만 진정한 열매를 위해선 날마다 땅에 떨어져 감추어진 존재가되어야 한다.인생도 때론열매를 위해 가족과 친구들에까지잊혀진 존재로살아가는 시기가 필요하다. 요셉은 13년이나 가족을 떠나 그렇게잊혀진 존재로 살았지만그 시간들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오히려 번영과 성장을 준비하는데 꼭 필요한 순간들이었다.


이 기간 동안
철저히 준비해야만 후에 인생의
열매를 거둘 수가 있다.

먼저 인격을 준비해야 한다.
수 없는 실패를 통해 겸손한 인격을
만들어야 할 시기가
땅에 떨어졌을 때 해야 할 일이다.

또한 실제 일을
감당할 능력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누구와도 어떤 일이라도 감당할
인내와 끈기가
인생에서 가장 큰 능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그것은 씨가 땅에 떨어져
덮여져 있는 동안
씨눈이 벗겨지는 소중한 순간이듯이,

우리들의 그릇된 인격이
다 깨어져야 할 시기라 할 수 있다.

자아도취에 빠진
자기만족(自己滿足)을 깨야만 한다.

자신을 너무 과신하는
자기의지(自己意志)를 깨어야만 한다.

자신의 모든 일은 항상 옳다고 여기는
자기 의(義)를 깨야 한다.

그리고
자신만 어렵고 힘들다고 여기는
자기연민(自己憐憫)을 깨뜨려야만 한다.


무시당할수록
자아가 깨질수록 열매 맺을
확률은 높아진다.

땅에 떨어진 씨앗 자체로는 결단코
열매를 기대할 수 없다.

이렇듯 철저하게
자신을 부인하고 깨져야만
열매 맺을 가능성이 높아져만 간다.





한 알의 살아있는 밀알이
땅에 떨어져
감추어지고
깨어져야만 한다.

그릇된 인격과 자존심이
깨진 후에는
이제 자라야 열매를 거두게 된다.

만약에 땅에 떨어져
껍질까지 벗겨졌지만 자라지 않는다면
역시 그 씨는 썩거나
말라 비틀어 버리고 말 것이다.


올해는 비가 계속 내려
모든 농작물마다
제대로 자란 것이 별로 없다.

농부들은 자기가 심은
작물들을 바라
볼 때마다 마음이 얼마나 아팠겠는가.

인생도 마찬가지다.
잘 먹고 운동도 잘 하는데 성장하지
않는다면
부모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후안카를루스는 오늘 날
공동체마다 가장 큰 문제는 신생아만
가득할 뿐
어른이 없는 일이라고 했다.

아이에게는
희생은커녕
재생산도 불가능하다.


성장은 우연이 아니다.
철저한 훈련과 우선순위가 바로 되지 않고는
올 수가 없다.

행복(happy)은
우연(happen)이 올 수도 있지만,
축복(bless)은
희생(blood)가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내가 인생의 열매를 맺으려면
남이 알지 못하는
희생과
분명한 우선순위를 통해
사명을 감당해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주여,

커피 열매
하나 맺기도
이리도 까다로운데,

인생의 열매는
어떠할까요.

신앙의 열매는
더더욱
말할 필요가 없겠죠.

주님,
열매를 위해

떨어지고
덮여지고
깨어지게 하소서.

2011년 8월 28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 드립니다.


사진허락작가ꁾ이요셉님, 우기자님, 포남님
^경포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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