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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유앤미나 2009. 9. 1. 18:42




한.국.인


피서 막바지였던 지난주,
경포 해변(海邊)에 갔을 때 나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쓰레기들을 보고 너무 놀랐다.

알고 보니 그동안 가족 단위로 몰려왔던
경포 해변이 최근에는
젊은이들의 주 무대가 되면서
편의점과 조개구이, 피자, 치킨집들이 많이
생기면서 해변 환경(環境)은 갑자기
이전과 크게 달라져가고 있었다.


부산 해운대 다음으로
젊은이들이 많이 몰린다는
입소문을 타고,
처음부터 짝짓기 목적으로
경포 해변에 와서 먼저 짝을 찾은 후,

밤새껏 술 마시며 춤추는 클럽이
되어버린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빠져나간 새벽녘의 백사장(白沙場)은
신문지와 돗자리가 날리고
술병과 맥주 캔, 과자 봉지들이
모래밭에 그대로 나뒹굴고 있는 모습이
거대한 쓰레기장을 연상케 했다.





올핸 더더욱 경기가 어려워
가족단위로 온 피서객들조차 강릉에 오기 전
식재료 뿐 아니라 음료수까지 전부
미리 구입(購入)해 오기에,
입장료와 주차료도 받지 않는
강릉시로서는
엄청난 인력을 동원하여
쓰레기만 치울 뿐,

지역경제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피서 철만 되면
강릉시는 매년마다
쓰레기와 전쟁(戰爭)을 치루고 있다.


그날도 젊은 학생들이
편의(便宜)점에 나오면서 아이스크림 봉지를
휴지통이 바로 옆에 있음에도
그냥 길바닥에 버리기에
내가 불러 세워놓고 훈계를 했지만,

마음이 편(便)하지 않았던 것은
그러한 시민의식 실종은
아이들보다도 어른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강릉시는 올해 그린도시로 지정되어
경포지역을 녹색성장의
세계적인 모범도시로
조성하기 위하여,

지역명소들을 먼저 새롭게
조성(造成)하고,

잠재력이 풍부한 신재생에너지를
개발(開發)하므로,

외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어가고
있건만,

이러한 시설들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의식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증명(證明)이라도 하듯이,

어딜 가나 커피 잔과 담배꽁초들은
쉽게 발견(發見)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가 어찌
강릉에만 극한(極限) 되겠는가.

모든 지자체마다 도시를 특성화시키려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외적(外的)인 환경을 바꾸었지만,
시민들의 의식은 여전이
이전과 다르지 않아 서로를 당혹케 한다.

마치 엔진은 마티즈인데
외양(外樣)은 에쿠스 같은 차처럼,

외형적으론 성장했을지 몰라도
내적으론 아직도
미성숙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나라들의 특징 중 하나는
신생아는 감소하나
미숙아(未熟兒) 출산은 점점 더 증가하여
전체 출산에서 10%까지
차지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왜
그 10%에 머물러 있어야
한단 말인가.


사람은 영, 혼, 육이 서로
유기적(有機的)인 관계로 이루어진
존재이므로,
성숙한 사람이란
육체와 정신 그리고 영혼이 서로
조화(調和)를 이루고 있어야 한다.

성숙한 사회(社會)도 마찬가지다.
외적인 환경만
그린도시로 거듭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의식도
같이 바꾸어져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미성숙(未成熟)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그 이유(理由)가 무엇일까.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우뇌가 발달한
기마민족(騎馬民族)의 후예들이기에,

가슴은 뜨거울지 모르나
통합성과 합리성이 부족(不足)하여
무질서한 모습이
남방계보다 눈에 더 드러나고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고
보고(報告)한 어느 학자가 있었다.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에는
밀고 당기는
원칙(原則)이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그러한 원칙들을 무시하고
애들처럼 자기와 닮은 사람만 좋아하기에
의식개혁(意識改革)은
이토록 혁명보다 어려운 모양이다.

그러나 원칙을 무시한
무질서(無秩序) 속의 이익들은
사실 단기 차익에 불과하다.

어차피 질서 없는 무질서란
오래 존재할 수 없기에 결국 질서와
원칙을 지킨 사람이
승리(勝利)하기 때문이다.





미성숙한 사회는
휴지를 쓰레기통에 넣지 않는
무질서에 그치지 않고,
무례(無禮)함이 더 큰 문제를 안겨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칭송 받았던
우리가 어느 날부터
어글리 코리안 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버릇없고 무례한 사람으로
낙인(烙印)찍히고 있다.


도대체 예(禮)는 다 어디 가고
무례와 실리만 판치는
세상이 되었을까.

도대체 정(情)은 다 어디 가고
돈이 가장 중요한
인생의 척도가 되었단 말인가.

그것은 이 사회가
돈만 있으면 성공한 사람으로 인정해주고,
돈만 있으면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다는 사회적 여건들이
인생에서 가장 기본인 예(禮)를 무시하게 하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돈만 모으려하기에,

그들에게 무례(無禮)한 모습이
비쳐지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렇듯 질서도 없고
예도 없는 사람에게 소유(所有)한 돈은
더더욱 자기밖에 모르는
어린애 같은 사람을 만들어 내어,

의무엔 관심조차 갖지 않고
권리(權利)만 주장하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은 생각조차
해 본적 없이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니,

부모가 무슨 필요가 있으며
선배가 아니 신(神)인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겠는가.


사실 짧은 인생을 사는 동안
외적인 에쿠스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예(禮)가 바탕이 되지 않는 사람은
남보다 빨리 성공했다는
소리를 들을지는 모르지만,

어딜 가나
미숙(未熟)한 자의 젖 냄새 때문에
사람들은 고개를 돌리기에,

이웃도 없이
홀로 자신만을 사랑해야 하는
고독(孤獨)한 삶의 주인공은 될지 몰라도
참된 인생의 멋과 맛은
평생 알지 못하다가 죽을 것이다.

사랑은 결코 무례히 행치 않는다.
사랑은 결코 오만하지도 않다.

그들에겐 여전히 사랑을
추상명사로만 알고 있으니
어찌 인생(人生)을 논할 수 있단 말인가.





미성숙한 자는 이렇듯
무질서와
무례함을 통해 이웃을 잃지만,

그것과 비할 수 없는
더 큰 심각한 문제는
무감각(無感覺)을 통해 자아를
상실하게 된다.

어떤 이는 휴지 하나
제대로 버리지 못한다고
미성숙한 인생으로 낙인(烙印)찍어 버리고
무질서와 무례함까지 들춰내느냐고,

내게 따질지 모르겠지만
인생은 생각처럼
그리 단순(單純)치가 않다.

곧 눈에 보이는 2%의 빙산은
보이지 않는 98%의 얼음을 대변하듯이,
눈에 드러난 작은 행위들은
보이지 않는 그 사람
인생의 무질서와 무례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큰딸이 집에 오자마자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아빠!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형벌(刑罰)이 뭔지 말아?’
‘십자가?’
‘아니, 사람은 참수형을 당해도
몇 분간은 의식이 있는데
그 때 떨어진 머리를 들어 자기 몸을
보여주는 일이래’

‘뭐라고? 헉!...’





이렇게 현재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이
가장 무서운 형벌(刑罰)이라고 한다면,

무감각(無感覺)하게도
현재 내 모습을 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가장
어리석은 사람 중의 한 사람일 것이다.

자기 부모가 조금 전에 돌아가셨음에도
맛있게 자장면을 먹고 있는
철부지 자식처럼,

미성숙한 자의 결정적인 약점은
물질적인 현실은 잘 알지 몰라도
자아라는 유기적 현실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무감각(無感覺)에 있다.


물론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그 일에 면역(免疫)이 생겨
느낌이 없는
무감각은 어쩔 수 없다하지만,

무질서하고 무례한
미성숙한 자는
고민과 고통 자체를 체질적(體質的)으로
싫어하기에,

어떠한 아픔을 통해서든지
현실을 직시하기는커녕 어찌하든지
그 압박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그들에게 어찌 미래(未來)를
준비할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는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난 외적인 진보(進步)를 이루었지만,
시민의식은 아직도 여전히
어린아이 수준이다.

이제라도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려면 후세들에게
빨리 가시적 효과를 거두는
기술적 교육에서 벗어나
인성(人性)교육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돈이 많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시민의식이 성숙해야만
진정한 선진국(先進國)이 될 수 있다.

지난번에 나는 미국이 부러운 것은
자연과 법치국가, 정직성이라고 했는데
이 보다 사실 더 부러운 것은
그들의 성숙(成熟)한 시민의식이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조차
한인 타운에만 있으면
한국에 있을 때의
무질서한 습관(習慣)들이 그대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선조들의 잘못된 유물(遺物)들도
청산해야 하지만,

무질서와
무례함
그리고 무감각이라는
독버섯과 같은
부끄러운 유산(遺産)은 하루 속이
제거해야 한다.

내 자신부터
내가 있는 곳에서
작은 일부터 실천(實踐)해보자.

그 길이 민족을 사랑하는 길이요
우리 후손들을 생각하는
길이다.





주여,

휴지하나
속에
인생(人生)이 보입니다.

그 휴지(休紙)와 비할 수 없는
인생의 쓰레기인,

무례함,
무질서,
무감각을 날마다
청산(淸算)하여,

이웃을 되찾고
신 앞에 서
자아를 회복(回復)하여,

짧은 생이지만
성숙(成熟)한 인생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2009년 8월 29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립니다.


사진작가ꁾ투가리님, 이요셉님, 우기자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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