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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고 싶은 세상

유앤미나 2008. 3. 22. 19:54


취하고 싶은 세상(世上)
국회의원이 술자리에서 기자를 희롱한 사건을
계기로 한심한 정치판을 탓하기 전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잘못된
음주(飮酒) 관행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인은 술과 너무 가깝다.
70%가 술을 마시면서 20%는 이미 중독 증세를 보이며,
이로 인한 의료비지출, 음주운전, 가정폭력 등
사회적인 손실은 년 20조원에 달하고 있다.
오죽하면 ‘술 권하는 사회’라는 오명까지 듣겠는가.
우리는 술과 무슨 철천지원수가 졌다고
이렇게까지 많은 술을 마실까.
술을 마시지 못하면 따돌리는 음주문화가
동질성을 빌미로 개인은 무시된 채
무조건 함께 마셔야 하는 술 권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첫 번째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으로 본다면,
우리 역사는 여타 민족에 비해 고난을 많이
겪으면서 술 소비 율이 높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에서 보듯이
만취해서 돌아온 남편에게 아내는 술 권하는
사람들을 탓할 때 그는 술을 권하는 것은 다름 아닌
조선 사회라고 쓴 웃음을 지으며 변명했다.
그러나 그 소설이 발표된 지 80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우리는 술을 권하는 것을 보면 살기
힘들어 더 마신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술을 탈무드에서는 네 동물에 비유한다.
처음엔 양(羊)이 사자로 변하고
또 원숭이가 되었다가 결국은 개가 된다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죽도록 마셔봐!’
지금 이 모습이 우리의 자화상이 아니던가.
술 권하는 이 사회는 개인을 술잔 속에 빠뜨려
‘개’처럼 진정한 자아(自我)를 돌아보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술로 인하여 발생하는
물질적인 손실보다는 애주가 자신의
통제의 실패가 더 크다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이러한 개인적인 문제보다 더 걱정되는 일은
술의 힘을 빌려야만 하는 나약한 군상(群像)들이
살아가는 이 사회는 술이 아니고는 놀 줄도 모르고
아니 술 말고 다른 것을 찾기엔 너무 버거운
세상이 되었다는 현실(現實)이다.
이제라도 술은 공동체를 하나 되게 하고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최고의 공로자라는
거짓 허상에서 속히 벗어나야만 한다.
술자리 사연이야 제각각이겠지만
‘위하여!’ 라고 건배를 외치건만 건강은
나빠져만 가고 사회적인 기강은 더 문란해져만
가는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모습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가만히 귀 기울여 보라!
지금 내 몸은 무엇이라 외치고 있으며,
이 몹쓸 사회가 왜 나에게까지 술을 권하는지
한번 곰곰이 되새김질 해자는 것이다.
이제는 술을 대신할 문화는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할 때다.

첫째로 실력(實力)을 쌓는 길이다.
공직에 있는 친척 중 한 분은
술을 하지 않지만 성실하게 일하므로
모두에게 인정을 받음에도 나쁜 보직을 받고,
항상 술 냄새를 풍기며 일하는 사람은 밤마다 술로
로비한 덕으로 실력이 없음에도 이번에
좋은 보직을 받게 되었다.
가끔 이런 변칙(變則)이 아직도
이 사회에서는 통하기에 사람들은 실력은
쌓지 않고 술로서만 인간관계를 맺으려고 한다.
이렇게 실력(實力) 대신에
술로 문제를 해결(解決)하려는 사람은
영화나 정치권에서 자신에게는 유리한 글을
상대에게는 불리한 글을 올리는
'자뻑'과 같은 사람이다.
그것은 컨닝 페이퍼처럼 당장은 유리할지 몰라도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기에 장기적으로
보면 성공적인 인생이 될 수가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쉬운 길을 택하고 싶어 한다.
이런 유혹에서 벗어나는 길은 실력을 쌓는 것뿐이다.
내실(內實)을 다지는 것만이 삶의 지혜다.
술은 아무리 마셔도 보장받는 일이 없기에
술 마시는 시간에 자신의 미래를 위해 실력을
쌓아간다면 일년만 지나도 그 차이는
자신도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술은 개인적인 취향이라 안 마실 수도 있지만
안 마시면서도 실력 없는 사람은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
그래서 실력이 없는 사람은 절대로 겸손할 수가 없다.
실력은 겸손(謙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내면의 실력을 가진 자만이
남에게 겸손히 봉사하고 베풀 수가 있기에
술 대신에 실력을 쌓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둘째로 술 대신에 운동(運動)을 권하자.
술과 운동만큼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공동체를 하나 되게 하는 것도
드물 것이다.
그 만큼 오늘 날 우리 삶에서
그 둘은 희노애락을 함께 해 왔으며
그 역할(役割)은 모든 사람이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술과 운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술은 필수 영양소가 없는 공허한 칼로리만 들어있어
몸을 점점 더 무겁게 만들어 주나,
운동은 불필요한 열량들을 태워주면서
더 건강한 몸으로 만들어주는 신의 선물(膳物)이다.

무엇보다도 이 둘은 서로 상극(相剋)이다.
최근에 운동부족과 과체중으로 생겨나는 당뇨병이
급증하고 있는데 그 병으로 판정받으면
의사는 무조건 술 담배부터 끊고
규칙적인 운동(運動)을 하라고 권한다.
고혈압 처방도 당뇨병과 유사하다.
술 담배를 금하고 음식은 싱겁게 먹고
적당한 운동으로 표준체중을 유지하라고 말한다.
에너지는 쌓여 가는데 몸은 덜 움직이므로
자동차가 공회전하듯 신진대사는 자꾸 떨어지면서
성인병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에
최고의 명약(名藥)은 술 대신에
운동을 하라는 것이다.
산삼보다도 운동이 더 좋은 이유(理由)가 여기에 또 있다.
운동(運動)은 모든 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고,
성인병의 주범인 숨은 지방(脂肪)을 제거하며,
일도 훨씬 더 생산적(生産的)으로 하기에
내일에 대한 꿈을 가질 수가 있다.
모든 사람들이 건강을 원하지만 그것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노력만큼 오는 것이므로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必須)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그러므로 이젠 누구라도 술을 권(勸)하지 말고
서로 운동을 권하여 건강한 생을 살자.

셋째는 술 대신에 종교생활을 하자.
술을 조금 마신 사람은 잘 표가 나지 않지만
술에 취한 사람은 금방 표시가 난다.
먼저 입에서 냄새가 나고
자신을 잊어버리고 말이 많아진다.
그리고 자신의 의식 통제를 벗어나면서
갑자기 개(Dog)가 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기독교에서 '성령'이라는
술에 취한 사람들도 비슷한 증상들이 나타난다.
성령의 새 술에 취하면 용감해진다.
의식과 의지의 통제를 벗어나 기쁨과 감사
그리고 복음에 관해 말이 많아진다.
또 입에선 냄새대신에 인격에서 향기가 진동한다.
소심했던 사람이 성격이 바뀌면서
진취적인 사람이 된다.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
술은 마실수록 꿈이 사라지는데
성령은 취할수록 비전이 더욱 선명해 진다.
그것은 술은 자신과 가정에 큰 피해를 주지만
성령(聖靈)은 개인의 삶과 가정에
평화를 주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아침이 되어야
술에서 깨면서 해장국을 찾듯,
세상에만 취해 있다가 인생의 아침을 맞으면서
비로소 사람들은 종교(宗敎)에 귀를
기울이며 새 삶을 살게 된다.
주(酒)를 마셨던 사람이
주(主)를 모시고 그를 부르고 있다.

주여,
가끔 취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음악
바다
사람
여행
...
그리고
알 수 없는 열정에
빠지고 싶은데 취해지지 않는
내 자신.
그 무엇이
이렇게 맨 정신만 들게 할까요.
저에겐
실력도 좋고
운동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당신의 첫 사랑 안에서
눈물 흘리며
밤을 지새우고 싶답니다.
2006년 3월 첫 주 5일에 강릉에서 피러한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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