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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보다 중요한 일

유앤미나 2008. 3. 22. 19:44

재미보다 중요한 일


이번 구정 때 ‘왕의 남자’와 ‘투사부일체’가
가장 흥행한 영화로 꼽히고 있다.

두 영화는 재미도 있고
작품성도 탄탄하다고 인정받았지만,
동성애와 폭력이라는 부적절한 소재를
미화시킴으로 상업적으로 영화에 활용했다는
비난(非難)을 면키 어렵게 되었다.

나는 구정 전후로 두 영화를 직접 다 보면서
소재(素材)보다 더 우려가 되었던 것은
사회적인 영향을 고려치 않은 채
재미만 있으면 그만 이라는
재미지상주의였다.


방송국은 시청률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기에
시청률을 높이려 모든 프로그램들은
웃기려고만 혈안이 되어 있다.

뉴스를 제외한 토크 쇼와 드라마
그리고 심지어 정보를 전한다는 프로그램까지도
가능한 웃기는 요소를 담아서 시청자에게
다가가려고 애를 쓰고 있다.

물론 상당수는 방송은 기본적으로 오락을 추구하기에
재미있게 진행하는 것에 대해선 할 말이 없으나
문제는 그렇게 극도의 재미지상주의에 빠져
가는 동안에 우리사회는 새로운
병리현상에 빠지고 있음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곧 흔들리지 않고 원칙을
지키면서 문제를 풀어 나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엄숙성마저도 사라지면서,
중요한 문제를 갖고도 순간적인 재치와 덕담 몇 마디로
넘어가는 삶의 기본적인 철학조차 없는 경박한
모습이 일상화되어간다는데 있다.





인생에서 재미라는 요소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과 함께 중요한 원칙들이 많이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인생의 의미(意味)이다.

재미 속에는 의미가 있어야만
참된 쉼과 여유를 줄 수 있건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의미가 들어갈 때 인기(人氣)가
떨어지는 기이한 일이 생긴다.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 야심작으로 내놓는
의미 있고 교육적인 프로그램들은
재미없다는 이유로 인해 항상
홀대를 받아 온 것이다.

사람들은 의미는 생각 치 않고
재미가 없으면 조금도 참지 못하고
곧바로 다른 채널로 돌려버리기 때문이다.


삶의 여유(餘裕)가 절실할수록
휴식과 오락의 가치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어떤 것을 통해서든지 재미를 추구하고
향유하는 것을 막거나 비난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과도한 재미만 쫓다보면
재미 자체가  삶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수준으로까지 받아들여지면서,
탐닉의 경지에 이르고 그것이 지나치면
중독(中毒)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 청소년 33%가 PC에 중독 되어
현실과 사이버공간을 구별하지 못하고,
부모를 속이며 반항하다가 학업중단의 악순환까지
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인생은 영적인 존재이므로 재미로만 살 수 없다.
인생은 반드시 재미와 함께 인생의미를
추구하는 균형 있는 생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미는 재미로 끝나지만
의미가 있는 재미는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모두에게 참된 기쁨을 안겨준다는 보람까지 얻게 된다.

누구든지 보람 있는 인생을 살려면
의미(意味)를 갖고 살아야 함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의미란 인생의 방향이요 그 과정이란
자기희생과 고통을 수반해야 하는 삶을 말한다.

곧 자기 유익만을 추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서로의 인간성을 존중하는 배려의 마음을
가질 때부터 재미 속에 의미가 있는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둘째는 재미 속에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환경적으로는 풍요롭게 살지만
안타깝게도 감동이 없는 시대 속에
살아가고 있다.

가슴 속에는 누구라도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불만과 비판이 가득하기에,
죽을 줄도 모르고 불만 보면 덤벼드는
불나방처럼 재미있는 일에는 돈
상관치 않고 몰려들고 있다.

최근 방송의 지나친
억지웃음 프로그램들은
개인적인 유익도 안 될 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더 가볍고 경박하게 만들어
근본적인 문제는 덮어둔 채 마약(痲藥)처럼
더 강하고 짜릿한 재미만 추구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


물론 누구나 재미있는 것을 볼 권리는 있다.
그러나 그런 식의 말초적인 재미나
말장난하는 식의 오락(娛樂)은
잠시 동안 부담 없이 웃을 수는 있어도
진정한 평안과 안식(安息)은 더욱 멀어지면서
중독자들처럼 외톨이가 되면서 고독하게 살아가야만 한다.

더더욱 사회적으로는 사람이 웃어야 할 때와
울어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하는 철없는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들을 양산
시키고 있다는 점이 지금
더 큰 문제점이다.





우리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은
핵전쟁과 오일가격 인상으로 인한 것이 아닌
재미만 추구하고 감동이 없는 무뇌적인
사회가 무감동의 세상을 만들고 있다.

머리는 차지만 가슴이 따스하지 않고
많은 것을 소유했으나 이웃이 없는
감동 없는 사회는 저절로 망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꿈이 있는 소망 있는 내일을 기대한다면
따뜻한 감동이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재미라는 개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되지만
진정한 재미란 깨달음과 눈물이 있는
감동(感動)이 있어야 한다.

요즘 한국계 슈퍼볼 MVP 하인스 워드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그는 한(恨)스런 세월 속에서도
가난과 혼혈의 설움으로 많은 눈물을 흘렸지만
끝까지 감내하며 지금까지 달려왔기에
사람들은 감동을 먹고 있는 것이다.
진실로 승자의 웃음 속에는
감동이 있었던 것이다.





셋째는 재미에는 창조성이 있어야 한다.

지금 가장 인기 있다는 영화,
‘왕의 남자’는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광대 한명이 연산군에게 바른 소리를 직언하다가
맞아죽었다' 라는 한 구절을 가지고 작가가
창조적인 작업을 통해서 만들어진
새로운 역사물이 되었는데,

아무렴 그가 동성애자였고,
기생이 왕에게 ‘미치ㄴ놈’이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무시당할 수 있었겠는가.


이상하게도 세기적인 히트작들은 전부 다
지나간 역사를 재구성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동의보감, 대장금 등
역사라는 배경을 바탕으로
현대식으로 재설정한 퓨전사극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고 있듯이,

사극의 지속적인 성공은
역사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면서
창조성을 드러내면서 일상적인 재미에서
또 다른 차원 속의 흥미 속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을 리메이크하기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신선하고 새로운
재미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된 것이
히트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사람들이 시험(試驗)드는 것은 약할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강할 때 찾아온다고 한다.

병들었을 때보다는 건강할 때,
없을 때보다는 여유 있을 때
험한 일을 당하기가 쉽다.

여유를 갖고 살지만
거만하지 않고 긴장 속에서 사는 일,
일상적인 관점에서 또 다른 창조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날마다 변신의 기회를
갖는 창조적인 삶은 재미보다
더 중요한 일이 된다.





주여,

그러니 좋은 날이 다 지나고
‘사는 재미가 하나도 없구나!’
라는 탄식소리가 입에서 새어 나오기 전,
아직 젊었을 때에 너를 지으신
이를 기억하라
...

이제야,
솔로몬의 참회록인
전도서의 참 맛을 알듯합니다.

권력과 부(富), 지혜가 있는 삶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창조자를 기억하므로
의미와 감동이 있는 인생,

그리하여
창조적인 인생이
재미있는 인생(人生)임을
알게 되면서 더더욱 당신께
감사한 마음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2006년 2월 12일 강릉에서 피러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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