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시청자의 성금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장애인이나 결식아동들을 돕고 있는
'사랑의 리퀘스트' 제작진은
어느 날 한 형제로부터 30억원과
함께 아버지의 뜻이 담긴 편지를 받았다.
당사자는 놀랍게도 볼펜장사로 평생 벌었던 돈을
기부한다는 훈훈한 사연이었기에 사람들은
더 큰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지금 이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이기적이고 부도덕한 삶이 일상화되어가는
세상 속에서도 은밀(隱密)히 선행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 앞에서
더 이상 소망이 없을 것 같은
이 땅에서 갑자기 밀물처럼 밀려오는
사랑으로 모처럼 행복과 평안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나는 볼펜을 팔아 30억을 벌었다고 하기에
모나미 같이 큰 회사 사장인줄 알았는데 당사자는
지금도 남대문에서 안경점을 운영하고 있는
보통사람으로 젊은 시절에 볼펜 장사
등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어렵게 모았던 재산을 기탁했던 것이다.
이런 분들이 있는 한
우리나라는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분들이 있는 곳에서 사는 우리는 행복하다.
어느 때나 진정한 부자(富者)란
남보다 많은 것을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여 함께 나눌 줄 아는
넉넉한 사랑의 마음을 소유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대체로 검소(儉素)하다는
특징(特徵)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가까운 그의 친구조차도
평소 돈을 너무 안 쓰니까 구두쇠라고만 여겼는데,
이제 보니 그런 일들은 인색해서가 아니라
쓸데없는 일에는 쓰지 않고 돈을
모아 기부하기 위해 검소한 생활로 산 것을
안 후에는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진짜 부자는 이렇게 돈이 있으면서도,
검소한 생활과 절제(節制)가
몸에 밴 사람들이라는 진리를 우리는
또 한 번 교훈(敎訓) 받은 셈이다.
20년 동안 오직 한 벌의 작업복을 섰다는
현대그룹 정 회장의 일화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진정으로 성공의 반열에 선 사람들은 모두가
검소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빌 게이츠 다음으로 큰 부자라는 워런 버핏도
이미 검소한 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개혁가 칼뱅은 경건한 사람 조건으로
공의와 거룩 그리고 검소한 삶이라고 말했다.
이 사회가 정의롭게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검소하고 거룩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이미 스스로 검소(儉素)한 삶을 살고 있다면
그 사람은 벌써 참된 부자가 된 것이다.
두 번째로 그들의 특징은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은밀한 선행(善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 일이 아니더라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해 왔었지만,
자신은 아직도 더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진정으로 그 많은 돈을 기부하면서도
더 바치지 못함을 아쉬워하면서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으려는 겸손한 마음까지 소유한 사람이었다.
오른손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선행은
곧 그(HIM)를 섬기는 일과 같은 일이다.
내 이웃의 작은 자의 섬김이 그를
섬기는 일이기에 마지막
그 날 가장 귀한 면류관을 받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또 과거에 남이 알지 못하는
많은 고난을 경험한 사람이라는 공통점이다.
기부자들은 이전에 자신이 어려운 인생을 살았기에
그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마음의 고통(苦痛)을
공감하였기에 지나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들은 고생하다 뒤늦게 철들었기에
사는 동안 그 사랑을 되돌려주고 싶은 것이다.
배부른 사람은 배고픈 사람 사정을 모른다.
배부른 상전이 하인 밥 못하게 한다는 속담(俗談)처럼,
고생이 뭔지를 모르는 사람은 지금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의 속사정을 알 방법이 없다.
화려하게 보이는 연예인들 중에도
고생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사람일수록
연예계 속에서도 정로(正路)를 걷고 또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곳에 기부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쓰라린 경험이 있었기에
검소한 생활을 하며 번 돈을
남모르는 선행(善行)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그들의 헌신(獻身)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만은 아니다.
이 세상은 뿌린 만큼 반드시 거두게 되어있다.
그런 사람들은 당대(當代)뿐 아니라
후손들이 더 형통한 삶을 누리는 복을 받게 된다.
돈이라면 부모와 형제 사이에도 등 돌리고
갈등과 불화를 일삼는 사람들이 다반사인 세상에서
자신이 힘들게 번 큰돈을 내놓은 부모나
또 그 뜻을 따르는 자녀(子女)들은
세상의 이정표(里程標)다.
그는 자식에게 재물로 유산을 남겨주지 않았지만,
혼(魂)과 같은 훌륭한 정신을 남겨주었기에
그들도 큰 빛을 드러내며 살 것이다.
내가 다녔던 중학교는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학교인데 1학교 때 그 분이 돌아가시면서
모든 재산을 사회에 다 환원한 일이 있었다.
장례식 날 회사에서 학교까지
국장(國葬)하듯 경찰이 호위하며 장의차가
학교에 들어올 때 3월임에도 많은 눈과 비가 내렸는데,
어린마음이지만 하늘도 그 분의 죽음을
슬퍼하신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서럽게 울었었다.
사회와 국가의 도움으로 벌었던 이윤(利潤)을
다시 사회에 환원한다는 일은 흔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그 때부터 이러한 개념이
생겨나고 실제로 그렇게 실천하는 회사들이 늘어났었다.
무슬림들은 기부(寄附)를 5대 의무 중 하나로 꼽듯이,
미국에서도 돈을 많이 번 사람이 기부하는 행위는
지도층이나 가진 자들의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로
받아들이고 실천하고 있는지 오래된 일이다.
비록 자본주의(資本主義)는 빈부 격차를 만들었고,
또 약육강식(弱肉强食)이라는 경제 논리를
생겨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날 미국을 지탱해주고 있는 바탕은 바로
이러한 기부와 봉사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아무리 자본주의 시대라고 할지라도
많이 얻은 자가 사회적인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기부를 통해 빈부의 격차(隔差)를 해소할 수 있고
또 사회적인 밸런스를 유지(維持)할 수
있기에 그 의무는 꼭 감수해야 한다.
몇 년 전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대부(代父)로 통하는 미래산업의 정 사장은
일찍 은퇴선언을 하면서 경영권 세습을 포기하고
남은여생은 봉사와 자선사업만을 위해
살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었다.
기업마다 상속문제로 왕자의 난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는데 이러한 일들은
보통사람들에겐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유산안남기기 운동은 손봉호 교수
중심으로 이미 사회유명인사들로
구성되어 이 운동을 사회적으로 전개시키고 있다.
사회 환원(還元)이라는 점에서도
유산안남기기운동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보다는 유산을 남겨주지 말아야만 그 자녀들이
부모 의지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빨리 독립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제도를 만들어 준다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주여,
진정 부자란
가진 것을 자랑하는 자가 아니라,
있는 것을 나눌 줄 아는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다짐케 하시니 감사합니다.
이제 보니
당신은 오래 전부터
그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드라마 같은 인생을 허락하셨고,
아니
지금도 떠나지 않는 그 일들은
더 겸손하게
나누며 살라는 당신의 섭리이기에
...
알면서도
섬기길 소원합니다.
그리하여
당신이 있어서
내가 행복하다는 소리를 듣게 하소서.
2006년 1월 15일 처음 눈이 온 강릉에서 피러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