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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돌아가자

유앤미나 2008. 3. 21. 13:04


지금이라도 돌아가자
지난 금요일에 친구이상으로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월요일에 강릉으로 오겠다는 소식을 듣고서
연인이 오는 듯 무척 좋아했다.
그는 홍천에서 공동체를 운영하며
농사를 짓고 있지만 아이 같이 순수한 사람인지라,
나는 그를 만날 때마다 영혼의 자유와
평안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점심 때 쯤 도착해서 우리는
같이 식사 한 후에 바다를 바라보면서
차 안에서 농사(農事)와
자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엔 암(癌)에
안 걸린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주변에 있는 시골사람들도 몸이 이상해서
가보면 암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 원인이
농법과 무관하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자신도 여러 품종의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과다한 농약과 비료로
자생력이 없어져 종자(種子)까지도 외국에서
수입해서 써야 할 정도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대지와 식품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인생에도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주고 있는데 이제라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만이 최선의 방책이 될 것이다.
자연(自然)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첫째로 화학약품에서 자유로움을 의미한다.
어느 날 그가 마을에 내려갔을 때,
오이를 씻지 않고 그냥 먹는 아이를 보고서
부모가 이렇게 말하더라는 것이다.
‘너 미쳤어? 죽으려고 환장했니?’
농약이 많이 묻어있는데 세제로 씻지 않고
그냥 먹으면 큰 일 난다는 의미였다.
농약은 수확물도 많게 하고
모양도 예쁘게 만들지만 향(香)도 없고
독이 쌓여진다는 숙제가 있다.
비료도 농약처럼 수확에는 도움이 되나
땅을 산성(酸性)화시켜 결국
농업 황폐화라는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
이렇게 자생력을 잃어버린 대지를 회복시킬
대안이란 친환경적인 유기농 농법 외에는 없듯이,
인생도 자연으로 돌아가려면 먼저
화학 약품 같은 중독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첫째로 음식(飮食)중독이다.
어떤 사람이 피부병 증세에서
괴질로까지 변했는데 마지막으로 용하다고
소문난 어느 병원에 갔더니 처방전과 함께
반드시 지켜야 할 몇 가지를 적어 주었다고 한다.
*술, 담배, 커피, 청량음료를 금할 것
*밀가루, 일체의 육식, 조미료를 금할 것
*현미와 유기농 채소를 먹을 것
*규칙적인 생활을 할 것 등
그것은 완전히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것 뿐 이었다.
모든 병은 이렇게 산업화를 통하여 생겨난
음식과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둘째는 중독(中毒)문화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고 단순한 것에는
맛을 잃고 모두가 무언가에 중독되어있다.
대체로 활동이 적고 소극적이며
현실세계에서 좌절을 맛본 사람일수록
빠지기 쉽지만, 쾌감을 추구하는 유희성과
호기심이 많은 현대인들에겐 이미 노출된 상태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가장 자연스럽고
자신의 몸에 잘 맞는 정신적이고
종교적인 문화가 있어야만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인생이 자연으로 돌아가려면
재배(栽培)방법에서 찾아야 한다.
지금은 한 가지만 재배하는 단작(單作)이 대부분이나
이것은 판매에는 유리하나 가격변동에 따라서는
투기적인 성향으로 변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런 외형적인 단점보다는 지력을 약화시켜
연작(連作)을 불가능하게하고 국가적으로 식품을
무기화할 땐 치명적인 재앙이 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한 가지 품종만 재배하지 않고
감자와 고추, 콩 등을 함께 심으면
서로 견제(牽制)하고
서로 공생(共生)하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농사도 단작보다는 환경을 바탕으로 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환경보존형 농업이
대안이듯이 인생도 마찬가지다.
현대인은 성공(成功)이라는 한 품목 안에서
재물과 명예 그리고 쾌락이라는 열매가
전부인 것처럼 살지만 이것이
인생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
자원의 순환체계를 통해 흙을 살리듯
나와 함께 진정으로 이웃의 존재를 인정하는
혼작(混作)의 인생이 있어야 하고,
또 성공보다는 바른 가치관을 통해
진실한 인생을 구축하는 윤작(輪作)도 필요하고,
그리고 간작(間作)처럼 삶 속에서 구제와 봉사를 통해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렇게 나와 이웃, 나와 자연(自然),
그리고 나와 신과의 조화를 통해
양심(良心)을 살리고
인생지력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끝으로 인생이 자연으로 돌아가려면
재배환경(環境)이 결정적이다.
농사에서 재배방법이 중요한 만큼
자라나는 환경은 더욱 근본적인 일이 된다.
물질적 풍요 속에 생활은 더 편리해지고
보다 더 즐거운 삶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의 가치관은
농업에도 그대로 적용시키어
사시사철 원하는 품목을 마음대로
생산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를 양산케 했다.
자고로 모든 만물은 우주의 기운을 받고
성장해야 하는데 마트에서 사다먹는
대부분 농작물들은 비닐 속에서
인위적으로 키웠던 별종(別種)들이다.
비닐하우스는 실내 온도가 높아
병충해가 많이 생기므로 자연히 농약을
쓰지 않을 수 없으므로  편리한 만큼
그 폐해가 크다는 것을 염두 해 두어야 한다.
이렇게 그늘 아래서 자란 농작물처럼
현대인들도 비닐하우스 인생이 되어가고 있다.
비닐하우스에서 세상에 갓 나온 어린 묘목들이
낯 설은 토양으로 이식(移植)될 때
뿌리를 내리는 일이란,
죽음과 같은 고통이 따르겠지만 그 과정을
지나야만 어떤 바람이든지 태양이든지
잘 받으면서 자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와야 할 시기가 지났음에도
비닐하우스 속에서만 살아간다면
어느 날 자신을 감싸주었던 비닐을 거치는 날,
그 사람은 자신의 연약함으로 쉽사리 죽고 말 것이다.
비닐하우스 같은 환경에서 살아 온 현대인들은
때가 지난 농산물처럼
작은 어려움도 견디지 못하고
죽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세상은 분명 온실(溫室)이 아님에도
아이처럼 아직까지도
풍요와 편리라는 비닐하우스만 쓰고 있기에
새 한 마리의 자유(自由)와
들에 핀 한 송이 백합화의 영광(榮光)조차도
경험하지 못한 채 그렇게 원망하며
공허한 삶을 사는 것이다.

주여,
인간은 어리석게도
부요와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 때문에,
소중한 먹 거리들은 오염되고
세상은 황폐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니, 그것보다도
대지의 풍성한 품에 안기지 못하고
하루하루 공허(空虛)한 생을 사는 일입니다.
인생은
모든 것을 누린다 해도
모든 훈련을 다 받았을지라도
그 자체로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제라도 자연으로 돌아가,
자신을 찾고
이웃과 함께 나누며
당신과 하나 되는 일 외에는
...
2005년 7월 24일 강릉에서 중복(中伏) 날
피러한이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보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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