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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혁신은 여기서부터

유앤미나 2008. 3. 19. 18:28
자기 혁신은 여기서부터


오늘은 마음먹고 하루 종일
공부방 선생님과 함께 사무실과 도서관 정리를 했다.

불과 두 달 전에 대청소를 했음에도
먼지와 잡동사니들은 숲을 이루고 있었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버릴 때는 갈등도 있었지만
빈 공간만큼 새로운 여유가 생겨나 기분은
사우나탕에 갔다 온 것만큼 상쾌했다.


로버트 폴감은 세상살이가
아무리 복잡해도 유치원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단순한 일이 된다고 말했던 것은
복잡한 일도 지극히 상식적이고 단순한 생활의
규범들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남과 나누어 가질 줄 알아라.’
‘남의 물건에는 손대지 말라.’
‘잘못했을 때는 반드시 미안하다고 말하라.’

그의 책에 나오는 내용들은
너무나 단순해 웃음이 나올 정도다.
누구나 지킬 수 있는 단순한 것이지만 사람들은
이것들을 무시하기에 복잡하게 사는 것이다.

그가 말한 내용의 주는
남을 배려하며 살라는 것인데 그 중에서
물건정리라는 일상적인 일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물건은 항상 제 자리에 갖다 놓으라.’





요즘 사람들은 애 어른 할 것 없이
물건 정리는커녕 자기가 어질러 놓은 것조차도
도대체 치울 생각을 안 한다.

우리의 자녀들에게 물려주어서는 안 되고
내버려두면 평생 습관이 되기 쉬운
나쁜 두 가지 버릇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과
자기 물건 제대로 정리하지 않는 버릇이다.

이것은 지극히 작은 일이지만
인생 전체를 성공과 실패로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음에도
인식하는 사람이 드물다.

늦고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야 본인에게 당장
피해를 주기 때문에 고칠 수밖에 없겠지만,
물건 치우지 않는 고질병은 당뇨병처럼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생 전반에 걸쳐서
고통과 실패의 쓴 잔으로 다가 올 것이다.


한국은 오래 전부터
인터넷 접속률 세계 1위 국가가 되었다.

어딜 가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인터넷만 있으면 별 불편 없이 살 수
있는 디지털 강국이 된 일은 축하할 일이지만,

가만히 있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일상적인 일들이 무시되어가는 반사회적 성향으로
흘러가는 일에는 경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7년 동안 한 번도 외출한 적이 없었다는
어느 청년의 방은 쓰레기장과 다를 것이 없었다.

혼자는 잘 놀지 몰라도
세수도 안 하고 방도 안 치우고
더불어 사는 데는 빵점인 거지같은 삶이
오늘 우리 청소년들의 자화상이 되고 있음에
독도문제만큼이나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도 어느덧 중국처럼 황제 족 아이들이 늘어가면서
모든 초점이 자녀에게 맞추어져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일이었던 자기 방 치우는
일까지도 부모가 대신 해 주고 있으니 그들이
과연 내 이웃이 누구이며,
더불어 사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어떻게 안단 말인가.

이렇듯 부모의 잘못된 사랑을 받아
자기 물건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아이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의지적이고 게으른 사람이 되어
자폐증 걸린 사람모양 평생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 부모에게 고통을 줄 것이 뻔하다.





아니 이런 일보다 더 우려되는 일은
구조적으로 건강한 인생이 될 수 없다는데 있다.

물건을 제 때 치우지 않으면 이상하게도
피로와 함께 무력감이 생긴다.
잡동사니가 쌓인 만큼 피로도 함께 쌓인다.

그것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자의식이
먼지처럼 쌓여져 자신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정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것은
생각뿐만 아니라
건강한 기(氣)까지도 묶어 놓는다는 것이다.

무질서한 물건들은 움직이지 않고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느라
암(癌)처럼 사물들의 기를 막아 놓는 역할을 해
작은 바이러스에도 병(病)으로 발전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잘 치우지 않는 사람일수록 병 발생률이 높고
심지어 비만일 확률까지 높다는 보고가 나와 있다.

그러므로 몸의 살을 빼는 일보다는
집의 살을 빼는 것이 다이어트하기가 쉬운
방법이라고 설명한 책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졌던 것이다.

무질서한 물건들을 정리되면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는 만큼
정신적인 여유를 갖게 되면서
생이 건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는 제대로 물건 정리 하지 않는 사람은
일까지도 뒤로 미루는 사람이 된다는 두려움이다.

물건을 치우지 않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사람은 자꾸만 과거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다.
쌓여진 물건들을 보면 이전생각에 묶여
새 아이디어가 나올 수가 없다.

지혜로운 주부는 이 진리를 알기에
계절마다 가구를 바꿔 놓고 환경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한다.
사람은 환경적인 존재는 아니지만
환경에 따라 그 사람의
능력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는 있다.


만보기를 찬 사람이 나이든 사람이 아니라
집 안 물건들을 버릴 줄을 모르고
쌓아 놓기만 하는 사람이 나이든 사람이다.

잘 치우지 않는 지저분한 집을 보면,
‘이 집은 꼭 귀신 나올 것 같네.’라는 말을 한다.
성경에도 귀신은 분명 더러운 것을
좋아한 것으로 나와 있다.

믿든 안 믿든 간에 나는 ‘빙의’(憑依)를
읽은 후에 그 말은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빙의란 다른 사람 영혼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람에게 들어가는 것을 말하는데,
주로 그들은 썩는 물건이 있거나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물건을 치우지 않고 오래도록
무관심하게 놔두면 소리 없이 스며든다고 한다.


주위에서도 보면 물건을
잘 치우지 않는 사람일수록 모든 일을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확인할 필요도 없다.

쓸데없는 잡동사니에 좋은 에너지들이
붙들려 있으니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생각까지도
과거에 묶이어 말만 많을 뿐 미래의 꿈을
언제나 공상에 그칠 뿐이다.





셋째는 평생 남을 돕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기 물건하나 제대로
치우질 않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사람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겠는가.

바이블에서도 먼저 자기 일을 돌아 본 후에
다른 사람의 일도 돌아보아 그의 기쁨을
충만케 하라고 했다.


사람은 아쉬움이 있어야 목표가 생기고
부족함도 있어야 겸손한 사람이 되며 그리고
다른 사람을 돌아보는 여유가 있어야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그것은 눈물 흘려 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남을 돕는 일은 자신을 돕는 것과 같다.
남을 구하는 것은 자신을 구하는 일과 같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수신(修身)이 필요한 것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처럼
모든 일을 하기 전에
수신은 최우선적인 일이 되어야만 한다.

수신이란 막연한 수양이 결코 아니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생각을 정리하고 환경을 정리하는 일이다.





주여,

날마다 쌓이는 먼지처럼
생각을 정리하고
환경을 정리하고

그리고 당신과 이웃과의 관계들을
정리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고
능동적이며
봉사하는 인생이 되게 하소서.

2005년 4월 17일 강릉에서 피러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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