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관련 기사나 야구 기사를 인공지능이 더 잘 쓰게 된 오늘날, 로봇 저널리즘은 기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을까요? 결코 대답이 단순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처럼 일하는 기자들은 사라질 겁니다. 유명인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살펴보다가 가십거리를 기사화하는 기자들, 해외 언론에 실린 기사를 번역해 며칠 후 기사화하는 기자들은 사라질 겁니다.
하지만 기자의 본령을 '취재'라고 생각하는 기자들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중요 어젠다를 세팅하고, 현장에 가서 취재하고,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하고 그걸 정리해 '기사'라는 형태로 세상에 내놓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라고 믿는 기자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기자의 본령은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취재를 하는 것이라고 믿는 기자들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필요한 존재이니까요. (269쪽)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로 많은 이들이 자신과 자녀들의 일자리 문제를 걱정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해답은 결국 '자신의 일의 본질'에 주목하는 것에 있습니다. 업의 본질을 파고들다 보면 인공지능과 경쟁하지 않는, 최소한 인공지능과 경쟁을 덜 하는 영역을 만날 수 있는데,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지요.
이를 정재승 교수는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일자리의 지형도가 아니라 업무의 지형도입니다. 직업이 아니라 작업이 중요합니다"라고 책에서 정확히 표현했더군요.
제가 십 수년 전에 몸담았던 방송과 신문이라는 언론분야를 정교수가 사례로 설명했습니다. 유명인의 SNS나 외신을 보고 그대로 기사화하는 등 인공지능처럼 일하는 기자들은 사라지겠지만, 언론의 본령인 '취재'를 중심에 둔 기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사회를 관찰하며 사회의 중요한 의제를 정하고, 그것에 대해 현장 취재를 해 기사라는 형태로 정리해 내놓는 것. 그런 언론의 본질과 존재 의의에 집중하는 기자는 당연히 인공지능에 의해 쉽게 대체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디 언론분야만 그렇겠습니까. 다른 분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인정하고 '자신의 일의 본질'을 잊지 않고 그것에 파고 들 때, 길은 보입니다.
AI시대, 직업이 아니라 작업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