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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in, Last out

유앤미나 2017. 11. 12. 12:17

First in, Last out 강릉 석란정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들이 잔불을 정리하는 중 정자가 무너져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경포’(鏡浦)는 ‘거울처럼 맑은 포구‘라는 의미로 옛날에는 경포호수가 바다와 이어져 배를 탈 수 있었기에, 경포를 내려다보는 여러 정자들 중 하나가 바로 석란정이 있었다. 물론 이런 역사적 의미를 부인하고 싶지 않지만 사건이 일어나자, 평소 그 앞을 지날 때 이제는 누구도 찾지 않아 퇴락되어 초라하게 서 있던 정자가 무너지는 바람에 1년 정년을 앞 둔 사람과 임용된 지 이제 8개월 된 두 사람이 신의 부름을 받았음이 가슴 아팠다. 어느 신문에는 “두 사람은 결국 ‘First in, Last out’을 실천했다”라고 나왔다. 그렇다. 그들은 한 조로 가장 먼저 투입되었으나 죽음으로 가장 나중에 나온 것이 맞다. 아무리 소방관이라도 누가 불길 속을 먼저 들어가겠는가. 임무를 마치고 나올 때 또 제일 늦게 나온다는 것은 숙명으로 여기는 소방관이 아니고는 누구도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다. 유럽이나 미국에선 소방관은 영웅으로 존경받는 직업란에 1위롤 차지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저평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도 위험하지만 진압 장비도 노후 되었고 인력까지 부족하여 매년 평균 7명씩 순직한다고 하니 누가 어릴 적 소방관 꿈을 간직하고 있겠는가. 소방관의 일은 여타 직업과 확연히 색다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을 뿌리기 전 화염 속으로 뛰어 들어가 살아있는 생명을 구하는 일이다. 연기가 솟아오르더라도 붕괴될 징조가 보이더라도 망설이지 않고 뛰어 들어가야만 한다. 1차 인명구조 후에 무거운 장비를 메고 고압의 호수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물을 뿌린다. 큰 불길을 잡은 후 지루한 잔불처리 작업이 기다린다. 작은 불씨는 또 다른 화재를 일으키기에 수 천 평 공장이든지, 수 헥타르 산이라도 잔불을 끝까지 정리해야만 한다. 그들에겐 어떤 상황 속에서도 가장 먼저 들어가고 가장 늦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은 한 사람이라도 구조해야 하고 하나의 불씨까지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First in, Last out'는 소방관이나 공병대만의 슬로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리더들은 그들처럼 'FILO' 문구를 가슴에 새기고 실천해야 소속된 모임이 산다. 몇 년 전 ‘세월호’ 현장에선 지휘자도 없었고, 리더십은 더더욱 존재하지 않았기에, 많은 희생자가 생겼다. ​현실은 더욱 리얼하다. 중요행사장이나 음식점에서 VIP들은 여전히 ‘Last in’이지만, 나갈 때는 ‘First out’을 활용하고 있다. 지도자나 리더에게 ‘First out, Last in’만 있을 뿐, 소방관처럼 ‘First in, Last out’가 없다면, 그 조직에서 무슨 희망을 찾겠는가. 사상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했던 에드먼드 힐러리는 역경에 빠져 출구가 안 보일 때 무릎 꿇고 ‘새클턴 리더십’을 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새클턴’은 세계최초 남극대륙 횡단을 위해 27명 대원들과 출발했지만, 배는 난파되어 무려 634일 동안 처절한 투쟁 끝에 전원 무사 귀환할 수 있었던 드라마 한 가운데에 새클턴 대장이 서 있었다. 반면에 비슷한 시기에 스테판손이 이끄는 북극탐험대는 빙벽에 움직일 수 없게 되자, 대장은 혼자 탐험하겠다며 도망가자 남은 대원들은 탐욕스런 사람으로 변하여 결국 11명 모두 차가운 북극 땅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두 탐험대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위험에 노출되었지만 대장들의 'FILO'와 ‘LIFO'정신에 따라서 결과는 전혀 달랐다. 새클턴은 10개월 간 표류하다가 결국 침몰하자 ‘남극횡단’ 목표는 ‘전원 무사귀환’으로 바뀌면서, 자신의 비스킷까지 대원들에게 주었고, 끊임없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돌아간다는 메시지를 믿을 수 있었던 동기는 매사에 선장은 가장 먼저 뛰어들었고 위험한 순간에도 대원들과 함께 있었음을 수없이 경험했기에, 남극횡단과 비할 수 없는 전원 무사귀환이라는 쾌거를 이루었기에, 사람들은 후에 ‘최고의 배’(Ship)는 ‘리더십’(Ship)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리더의 덕목은 ‘First in, Last out’이 되어야만 희망이 있다. 영어로 단순하게 해석해도, ‘먼저 들어온 사람이, 나중에 나간다.’는 말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포도원지기 스토리에도 하루 일을 끝내고 품삯을 줄 때, 가장 나중에 온 일군이 가장 먼저 돈을 받고 가장 먼저 온 일군이 나중에 받았다. 이건 부당한 일이 아닌가. 더 어이없는 일은 먼저 온 자나 나중 온 자나 품삯을 똑같이 주었던 주인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먼저 뽑혀와 먼저 일하는 종들은 건강한 자들이지만, 늦게 온 종일수록 보기에도 시원치 않는 자들이었다. 그들도 하루 품삯으로 처자식 부양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팔려 나가지 못하자 속은 시꺼멓게 타들어갔다. 차라리 새벽부터 일하는 것이 낫지 부름을 기다리는 상황은 일보다 백 배 천 배 더 고통스러운데, 막판에 그런 자신을 불러주었으니 남은 시간동안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일했겠는가. 주인은 안다. 누가 더 오래 일했느냐 보다는 누가 더 감사한 마음으로 일했는지를. 먼저 온 자 곧 남보다 좋은 조건에 있는 사람은 나중 온 자보다도 더 감사한 마음으로 일할 뿐 아니라, 더 일했다고 불평하지 말고 오히려 늦게 온 자들을 헤아려 위로하고 연약한 그들을 바르게 돌 볼 책임이 있다. 이것이 바로 지도자의 역할이다. 그렇지 않으면,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는 말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다. 아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왜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는 억지가 어디 있는가. 먼저 온 자, 나중 온 자보다 우등한 자는 자신의 노력과 지혜로 먼저 된 자가 되었다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세상은 마치 성과와 경쟁만 있는 듯, 자신의 업적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동안, 인간미도 없어지고 인격은 점점 더 메말라가면서, 남을 판단하고 남을 무시하느라 나중 온 자는 친구로 여기지도 않으면서, 어느 순간에 먼저 왔음에도 나중이 되어버린 기막힌 현실 앞에서 비로써 잘못된 인생을 살았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먼저 왔다고 먼저 가지 말고 먼저 왔음에도 나중에 가야하는 이유는 먼저 온 자는 이미 많은 선물을 받았기에 롱런하면서 주어진 장점을 잘 활용하려면, 늦게 가는 책임과 겸손만이 연약한 자와 윈-윈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First out, Last in’, ‘First in, Last out’, 둘 중 선택에 따라서, 나중 된 자가 될 수도 있고 나중에 왔음에도 먼저 된 자가 될 수도 있다. 먼저 왔다는 좋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나중 온 자의 연약함 속에서도 뒤 떨어진 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왔으나 나중 된 자의 몫까지 감당하겠다는 자세로 감사한 마음으로 일해야 먼저 온자임에도 나중에 나갈 수 있게 된다. 2017년 11월 11일(빼빼로데이)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립니다. 사진허락작가:하누리님, 우기자님, 이요셉님
^경포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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