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피러한님의 글모음

솔로와 결혼

유앤미나 2017. 10. 8. 09:55

솔로와 결혼 어느 기자는 얼마 전에 결혼한 친구를 만났는데 이상하게도 깨소금 냄새는 안 풍기고 후회와 불평만 잔뜩 늘어놓았다. 모처럼 밖에 나가도 집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맘이 편치 않고,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시어머니, 심지어 방귀나 트림조차 몰래 해소해야하는 등등 좋은 점은커녕 불편한 점이 더 많다고 애기하면서 어이없게도 아직 싱글이기에 모든 일에서 자유롭다고 보는 기자를 더 부러워했다. 그래도 결혼 후 좋았던 점이 없었냐고 재차 묻자, 어느 날 난데없이 장대비가 내리는데 마침 우산도 없고 부를 사람도 없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남편이 데리러 온 일이 좋았다고 했다. 그런데 기자는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그 친구가 하나도 안 부러웠는데 남편이 데리러 왔다는 말에 친구가 진심으로 부럽기 시작했다. 아니 결혼해서 방귀나 트림 참아가며 얻은 것이 고작 남편의 에스코트였단 말인가. 차라리 택시 부르면 되지 그것 때문에 결혼했냐고 어떤 이는 말할지 모르겠다. 결혼은 고작 비 오면 데리러 오는 사람이 필요해서 하는 것이 아닌 것은 결혼해도 폭풍이 몰아칠지라도 데리러 오지 않을 배우자도 많기 때문이다. 결혼에 대한 불편한 진실은 설화만큼 많다. 그럼에도 헤겔의 말대로 결혼은 인륜적 관계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그것은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최적의 사회적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은 해도 후회요 안 해도 후회한다.’는 옛말과 함께, ‘결혼 한다고 내내 지옥이 되는 것도 아니고 결혼 안한다고 내내 천국도 없다’는 격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혼 자체가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제도를 통해 만난 부부가 어떤 자세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이 만들어 지고 있다고 나는 각주를 달고 싶다. 이전에 결혼은 자연의 순리처럼 당연한 일로 여겼지만 지금은 왜 나이가 차도 미혼자들이 늘어갈까. 지인의 딸은 이공계를 졸업한 후 50곳 넘게 문을 두드렸지만 취업에 실패했다, 물론 서류전형 합격은 몇 번 받았지만 정작 최종합격자 명단에는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웃주민이 그 딸을 중매하겠다면서 첫 질문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묻더라는 것이다. 이렇듯 불황이 계속됨에 따라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더불어 결혼까지 늦춰지자, 언제부터인가 결혼은 인륜지 대사가 아니라 안정된 결혼을 위해 현실적 조건들을 선택하고 싶은 사람이 아무래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적분보다 어려운 난제의 과제가 되었다. 20년 전과 단순비교해서 결혼은 35%나 줄어들면서 변형된 결혼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형국은 당연할지 모르겠다. 먼저 가장 일반적인 것은 아마도 결혼을 늦게 하는 ‘만혼’이다. 이제는 20대 결혼적령기가 자연스럽게 30대, 40대로 옮겨졌다. 다음으론 결혼은 안 하지만 신부 혼자 웨딩드레스를 입고 진짜 예식처럼 결혼사진을 찍는 ‘나홀로 웨딩족’이다. 이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비혼’(非婚)이다. ‘미혼’은 결혼을 못 한 느낌을 주지만 ‘비혼’은 자기의지로 결혼을 안 하는 것이 되기에 이 말을 더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돈 많은 비혼자들을 소개하는 유사한 방송을 보면서 말 그대로 비혼자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자기 성취도가 높은 ‘골드미스’나 ‘골드미스터’들의 싱글 라이프가 아니라 평범한 ‘노처녀’와 ‘노처녀’들에겐 생존의 문제가 달려있다. 해가 들수록 그들은 사회적 관심도에서 멀어짐과 동시에 거대한 미혼자들이 급증하면서, 졸지에 노인층과 함께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짓누르는 또 다른 뇌관의 주인공이 되 버렸다. 어느 싱글이 몇 일전에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이제 보니 자기 주변엔 대부분 골골하는 노인밖에 없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신의 미래도 그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전문적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직장도 한계를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기에 싱글로 살아야 할 미래를 생각하면 막막하더라고 푸념조로 내게 말했다. 물론 세상에 존재하는 목적이 결혼은 아니라 해도 인생 자체가 함께함에 있기에 결혼의 관문은 반드시 깊이 고민해 봐야 할 일이다. 인생이 뭐란 말인가. 결혼과 상관없이 인생이란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할 때부터 의미를 부여받는지 모른다. 결혼에 대한 수많은 정의가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의미는 결혼이란 ‘둘이 하나 됨’에 있다. 젊었을 때는 바쁘고 뭐든지 즐기며 살아간다고 여겼는데 결혼 적령기가 지난 후에는 동호회 활동도 일시적인 것이 되고 여행도 같이 갈 사람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서서히 두려움을 느낀다. 카페에 가든 극장에 가든 식당에 가든 아니 어딜 가더라도 가족끼리 복작거리는 모습이 부러운데 무엇으로 그것을 대신할 수 있겠는가. 결혼 그리고 인생에 관한 이상과 현실은 단순하다. 닮고 싶은 사람, 함께 하고픈 사람, 같이 여행하길 원하는 사람을 찾지 말고 내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될 때 꿈과 현실은 최대한 가까운 이웃이 될 수 있다. 그런 사람이 되게 하는 최적의 조건이 바로 결혼이라는 제도라 하는 것은 인생은 둘이 하나 될 때부터 사람 노릇하기 때문이다. 가시밭 인생길 홀로 삶의 도를 알 수 없지만, 사람은 인간관계를 통해 스스로 터득해 나가게 된다. 부모를 통해 신뢰와 자신감을 배우고, 친구를 통해 믿음과 삶에 대한 자세를 알게 되지만, 배우자를 통해서는 인생에서 어쩜 가장 중요한 인내와 용서를 배우게 된다. 우리가 추구하는 모든 것도 좋은 관계에서 비롯되고 있기에 좋은 친구를 얻고 좋은 부모 되기를 꿈꾸기 전에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내 주변에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좋은 사람들이 모이므로 행복한 인생이 될 수 있기에 싱글보단 ... 2017년 10월 14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드립니다. 사진허락작가:하누리님, 우기자님, 이요셉님, 즐거운님
^경포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