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개조 프로젝트
어느 날 작은 딸이
재미있는 영화를 예매해 놓았다고
시간을 비어두라고 한다.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영화는 완벽한 죽음을 앞 둔
어느 할머니의
마지막 인생 개조 프로젝트였다.
은퇴한 광고회사 보스 ‘해리엇’은
자신의 사망기사를 미리
정하기 위하여
사망기사 전문기자인 ‘앤’을
고용한다.
하지만 앤은 기사 취재 차
해리엇 지인들을 만났지만 모두가
그녀의 까칠한 성격 탓인지
아름다운 미담은커녕
저주만 듣고선
낙심하고 있을 때,
해리엇이
뜻밖의 제안을 앤에게 한다.
과거지사
어찌되었든 늦었지만
이제라도
자신의 완벽한 사망기사를 쓰기 위해서라도
‘4가지 조건’대로
살아보므로 죽을 땐 떳떳한 사망기사를
원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여기부터 시작된다.
해리엇은
살아있을 때 괜찮은 인생이라도
죽음이 완벽해야
성공한 인생임을 알고 있기에,
그 과제를 풀기위해
남은 인생을 의도적이라도
새로운 조건에 맞춰 살아보기로 했다.
그녀가 아니더라도
인생은
살아있을 때
공헌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내가 죽을 때,
‘객관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는가?’
라는 끊임없는 질문이 왜
필요하겠는가.
한 번도
가 보지 않았던 죽음의 길을 어찌
아무 계획 없이
아무 대책 없이
갈 수 있는 강심장 소유자가 있겠는가.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자그마한 유익을 위해서라면
긴 여행도 서둘러 떠나면서,
정작
영원한 생명을 위해서는
한 걸음도
떼지 않으려고 한다고
토마스 아켐피스는 오래 전부터
죽음을 준비하지 않는
인생을 향해
그렇게 꼬집었던 것이다.
모든 인간은
언젠가 죽는 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죽음 이후에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이상하게도
별 관심도 없이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문제는
종교의 영역을 떠나서
최소한 죽음을 두려움 없이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남은 인생은 이제라도
해리엇처럼
어떤 식이든 조건이 요구되어진다.
인생은 농부처럼
내가 뿌린 것들은 대부분 살아있을 때
거두겠지만,
실상 내가 죽은 뒤에 거두는 열매가
더 중요한 것은
죽음을 대하는 자신의 모습과
죽음 이후에 자녀들의 삶
그리고
무엇보다도 죽고 난 후
사람들에게 받게 되는 자신의 평가가
어찌 보면 진정한
한 인생의 열매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선 우리도 해리엇의 <4가지 조건>대로
남은 생을 살아보면 어떨까.
첫째는 ‘가족들에게
사랑을 받아야한다’는 미션이다.
원래 <사람>은
사각형 이었는데 굴러서 둥글어진 것이
<사랑>이라고 했던가.
가정은 다른 어떤 것보다
‘사랑’을 알고
실습하기 최적의 장소로
‘사랑의 사람’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그럼에도 다른 공동체보다
가정에서 사랑받기가 더 어려운 것은
가정에서 ‘나’란
벌거벗겨 놓은 것처럼 거짓이
도무지 통하지 않기에
가정에서
사랑받는다면 그는 세상 어딜 가도
모두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는 ‘친구와 동료들에게
칭찬을 받아야 한다’는 미션이다.
하이데거 철학은 어렵지만
오랫동안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이유는
그의 철학의 중심은
나와 세상 그리고 만물은
서로 하나로 얽혀있다는 ‘관계성’ 때문이다.
이런 관계성으로 인간은 쿨하게
혼자 살 수 없고 타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야
인생의 의미와 행복을 느끼게 된다.
인정받는다는 것은
내가 상대에게 의미를 주고 있고
또한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간접증거다.
어느 자리에서나
인정받는 사람들에게 ‘믿음’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인정은 믿음이다.
먼저 믿을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세상이 아무리 악해도
사랑이 있는지
진실한지 정직한지 그리고 충성을 다하는지
여러 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검증되면서
믿어지는 사람은
자꾸만 안으로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셋째는 ‘아주 우연히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조건이다.
가족들에게 사랑받고
동료들에게 칭찬받았다면
자연스럽게
그는 이제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며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어찌 보면
인간의 존재목적은 오로지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에 있지만,
그 일은 뿌듯하면서도
그만큼 무게가 느껴지기에 한 때의
연기가 아닌 평소
인간성이 때와 상황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게 되어있다.
그들은
먼저 자신에게는 엄격하다.
시간이나 재정 그리고 인간관계에서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철저한 원칙 속에서 관리하지만,
타인에게는 아날로그로 대한다.
매사 남 탓하지 않고
매사 ‘나’를 넘어
‘우리’라는 동질감이 들도록
눈앞의 유익보다 진실을 판단기준으로
삼기에 사람들이 따르고
선한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사람이
되어간다.
마지막 미션은
‘삶의 마지막을 장식할 와일드카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에서 와일드카드는
아무 카드나 대용으로 쓸 수 있는 것인데
죽기 전에 쓸 카드는 무엇일까.
60 전까지는
남들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카드만을
사용했다 해도 60을 넘었다면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
이제는 정말 내가
평소 하고 싶었던 카드를 주저 없이
쓰므로 인생의 대미를
장식해야 한다.
어차피
인생엔 정답이 없다.
이제는 어리석게 ‘내일’을 위해
‘오늘’을 놓쳐서는 안 된다.
내일이 있는 것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죽을 것처럼
매 순간에 집중해야만 한다.
엘리엇 충고대로
이제는 좋은 날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기억에 남을 날로 보내야 한다.
앤처럼
내 감정에 솔직하고
자신만의 칼라를 갖고 살아야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
두려움 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한다.
2017년 8월 4일(금)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이 보냅니다.
사진허락작가:하누리님, 원강님, 우기자님, 이요셉님^경포호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