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멋이 있는 노인이 되라 / 홍사중 ◆
앙드레 지드는 나이듦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아름답게 죽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아름답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똑같이 늙어가는데 밉상이 늘어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매력을 더해가는 사람이 있다.
밉상이 늘어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평소 '잘난 체, 있는 체, 아는 체'하면서 거드름 부리기를 잘한다.
2.'없는 체' 한다.
3.우는 소리, 넑두리를 잘한다.
4.마음이 옹졸하여 너그럽지 못하고 쉽게 화를 낸다.
5.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안하무인격을 행동한다.
6.남의 말은 안 듣고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입성이 날개'라는 속담이 있다.
멋은 젊었을 때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오히려 늙을수록 더욱 필요한 것이 멋이다.
우선 늙을수록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게 복장이다.
늙으면 한창 사회생활을 했을 때와는 달리
아무래도 복장에 무관심해지고 아무렇게나 옷을 입는 경우가 많다.
귀찮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이목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셔츠도 갈아입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복장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우리가 근엄한 철학자로만 알고 있는 칸트도 마을 사람들로부터
'멋쟁이 선생님'이라는 별명을 들을 만큼 늘 복장에 세심한 신경을 썼다.
복장에 신경 쓰는 것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유행에 뒤지는 바보가 되기보다는 유행을 좇는 바보가 되라."
그렇다고 반드시 유행을 좇거나 값비싼 명품을 휘두르고 다니라는 말이 아니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듯이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나이에 걸맞은 옷만 고수할 게 아니라 조금 더 젊어 보이는 옷을 입는 것이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옷을 입게 되면
걸음걸이도 절로 젊어지고 태도도 보다 젊은 사람처럼 변하게 된다.
멋쟁이가 되기 위해서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젊은 감각이다.
특히 여성이 보는 멋쟁이 남성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때와 장소를 가려서 옷을 입을 줄 알아야 한다.
만약 시골으 한적한 들판 길을 걷는데 양복 차림이라면 그것보다 꼴불견은 없을 것이다.
둘째로 복장에 변화를 줄줄 알아야 한다.
단번 신사라도 겉옷은 같지만 바지를 바꿔 입으면 두 벌을 가진 듯한 인상을 주게 된다.
셋째로 옷을 세련되게 입을 줄 아아야 한다.
만약 감색 양복을 입었는데 양말은 밤색이요
신발도 밤색이라면 여지없이 촌뜨기 처럼 보일 것이다.
아무리 값비싼 옷을 입어도 세련되게 입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멋있는 노인이 된다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멋쟁이가 되려면 일단 관습, 편견, 선입견을 깨는 용기와 판단력, 결단력,
균형 감각, 색채 감각, 의욕, 진취력과 같은 여러가지 감각을 총동원해야 한다.
이밖에도 멋있는 노인, 특히 여성들을 매료시킬 만한 노인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구비 조건이 많을 것이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 대접을 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용돈도 있어야 할 것이고
분위기에 걸맞게 이야기할 수 있는 교양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상대방을 지루하지 않게 하려면 유머 감각도 갖춰야 한다.
화법에도 세심한 주의 가 필요하다.
'아' 다르고 '어' 다르듯이
'매우 예뻐졌다'와 '더 예뻐졌다'와는 뉘앙스가 크게 다르다.
'매우 예뻐졌다'라고 말하면서 예전에는 예쁘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듯이
멋쟁이 노인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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