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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두 가지 힘

유앤미나 2014. 12. 21. 14:02

살아가는 두 가지 힘 인간은 단순하지 않다. 적어도 세 가지 영역 안에서 살아간다. 먼저 물질적 영역인 음식과 물 그리고 최소한의 환경 안에서 보호 받으며 살아간다. 이것으로 만족할 인간이 아니다. 정신적 영역은 환경적인 요소보다 더 중요하다. 요즘 새삼스럽게 중년 남성들이 마음의 감기라는 우울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짐승에겐 우울증이 있을 수 없다. 우울증에 걸린다는 것은 인간은 짐승과 다른 근본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이러한 정신적인 부분보다 더 중요한 영역은 바로 영적 존재적인 삶이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편리하게 살아도 영적인 부분이 채워지지 않을 때 인간은 행복을 누릴 수가 없기에 지구상에 2천만 가지나 되는 종교가 있질 않는가. 영적인 영역에 대한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부분도 정신적인 영역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굉장히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평안한 삶을 살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리만큼 잘 갖추어진 환경 속에서도 잠도 못 이루고 하루하루 목숨만 연명해 가는 삶은 다름 아닌 육신과 영혼의 중간단계인 정신적 영역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있다. 인간의 정신세계를 움직이는 두 가지 내면의 힘이 있는데 외적으론 적대감이라는 분노적 감정이 대부분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 분노는 그간 억눌러온 모든 상처들이 폭발하는 것을 말한다. 왜 이런 나쁜 에너지가 생겨날까. 분노의 감정을 일으키는 외적 요인으로는 상대방의 말과 행동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상황 등이 있겠지만, 본인의 평소 이기적인 태도 속에 더 빈번하게 더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남을 이기지 못하면 자신이 죽는다는 절박감 속에서 분노의 끈을 놓지 않고 평생 전투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 작은 일에도 삐지고 상대가 했던 말을 갖고 곱씹느라 얼굴엔 미소가 사라지고 긴장모드 속에서 쌍 심지를 돋으며 코웃음만 남발하며 살아가는 분노지향적인 인간이 있다. 지금 당장엔 보이는 것들을 이루어 좋겠지만 이상하게도 폭탄과 같은 이 감정은 인간관계를 파괴시킬 뿐 아니라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나이가 들수록 친구도 없이 홀로 외롭게 생을 마쳐야 한다는 두려움이 자신을 더욱 적대적인 존재로 만들고 있다. 평소 그토록 흉봐왔던 사이코 패스 같은 모습들이 나이가 들면서 자신에게 나타나면서 일그러진 삶을 후회해보지만 이미 굳어져 버린 채 분노의 노예로 살아가길 멈추지 않는 것은 그러한 전투적인 삶은 남을 이기게 하는 강력한 에너지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힘과 비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내면의 힘은 바로 긍휼(矜恤)이다. 긍휼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그런데 놀랍게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질 때 그 안에 생명이 있고 사랑이 샘솟아 생각지 않은 기적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이 진리를 알면서도 긍휼을 거부하는 것은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이기적 분노를 가져야만 세상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긍휼이 왜 세상을 이기는 지를 조금씩 깨닫게 된다. 행복은 성취가 아니라 긍휼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아야만 행복해 질 수 있다.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기에 어떤 대인관계든 상처를 남긴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상처가 싫다고 모든 관계를 끊고 살아갈 수도 없는 일이기에 상처관리에 신경 쓰는 쪽이 낫다. 똑같은 상처를 받았음에도 어떤 이는 고름이 되어 고통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지만 어떤 이는 상처가 영롱한 진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분노 대신 긍휼한 마음을 가져야만 가능하다. 긍휼이란 상대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원망과 분노를 긍휼과 은혜로 바꿀 때 치유와 회복이 일어나게 된다. 몸종으로 팔려 온 한 소녀의 주인은 민족과 가족의 원수인 나아만 장군이었다. 그녀는 나아만 군대에 짓밟혀 포로로 끌려와 희망 없이 눈물로 밤을 지셀 때가 대부분이었다. 아니 그것보다도 매일 원수를 보면서 살아야 하는 극한 고통 속에 이야기는 반전이 되고 있다. 존경받고 부러울 것 없는 주인에게 불치병인 문둥병에 걸렸을 때 자기나라 선지자를 소개한다. 만약 병을 못 고치면 그녀 목숨도 부지하기 어려울 상황 속에서 가만히 있으면 될 일을 왜 나서 가지고 사서 고생한단 말인가. 그녀가 분노와 원망을 넘어 긍휼과 은혜를 베푸는 자리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신에 대한 절대적 신뢰와 함께 자신에 대한 내면의 상처를 원수 같은 나아만 장군에 대한 긍휼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 결말은 안 들어도 예측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풀 수 없는 일들이 분노의 감정대신 긍휼한 마음으로 내려놓을 때 놀라운 기적들을 경험하며 살아가기에 세상은 아직도 살만한 곳이라고 자신도 모르게 고백하게 만든다. 어떤 일이든 분노와 원망 속에선 답이 안 나온다. 나와도 최악의 경우밖에 없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돈, 스펙, 인맥, 다양한 경험 등도 있어야 하겠지만 이 모든 것보다 인간이라면 신과 교통할 수 있는 이웃과 교통할 수 있는 긍휼한 마음,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다면 답이 보이고 지옥이 천국이 될 수 있다. 성탄을 앞두고 한 해를 보내며 내게 필요한 것은 새해에도 긍휼을 구하고 나도 긍휼로 세상을 맞이하는 일이다. 주여, 긍휼히 여기는 자는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이요 ... 이제 긍휼이 얼마나 큰 축복임을 알아 갑니다. 긍휼이 없다면 평강도 용서도 없이 증오와 영혼의 어두움 속에 긍휼없는 심판을 받기에 다른 어떤 것보다 당신의 긍휼을 구합니다. 긍휼을 구하듯 긍휼로 세상을 살아가게 하소서... 2014년 12월 20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 드립니다.
사진허락작가ꁾ아굴라님, 돌팔매님, 포남님, 이요셉님
^경포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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