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서른세 살 때였다. 생활을 위해서 다녀야 했던 직장에서 벗어나고 싶어 무작정 사표를 쓰고는 선배와 함께 학원 운영에 뛰어들었다. 둘 다 경험은 없었지만, 늘 교육자의 길을 걷고 싶었던지라 과감히 도전했다. 부끄럽지만, 1년이 지나니 아이들 머릿수가 돈으로 계산되면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보다 경제적 욕심이 앞서기 시작했다.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학원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그대로 물러설 수 없었기에 학원 강사로서 경험을 먼저 쌓아 보기로 했다. 그 때 한참 글쓰기 교육 붐이 일어나는 중이었고 평소에 글쓰기를 즐겨 했던 나는 글쓰기 전문학원을 찾아갔다. 이력서를 내고 학원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원장님께서 “나이가 많아서….” 하며 난감해 하셨다. 그러나 나는 버텼다. “아이들 가르치는데 왜 나이가 문제 됩니까? 일단 월급이 없어도 좋으니 제게 글쓰기 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만 주십시오.”
다행히 원장님은 오랜 생각 끝에 나를 채용했다. 정말 재미있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내 길이라는 생각이 들자, 더 깊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퇴근 후 학원에 다니면서 ‘독서지도자 자격증’을 6개월 만에 땄다.
그러고도 전공이 국문학이 아니라는 사실이 또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다시 방송통신대학 국문학과에 편입했다. 주위에서는 그 나이에 뭘 자꾸 배우냐고 핀잔을 줬지만, 나는 늦은 만큼 두 배 세 배 더 노력을 했다. 그러고 나니 아이들 만나는 일이 훨씬 떳떳하고 자신감이 생겼다. 동시에 아이들과 학부모님들께 더 단단한 인정을 받는 바탕도 쌓게 되었다.
나이 때문에 주눅들었던 잠시 동안의 일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주변의 염려에 신경 쓰느라 나이를 걸림돌로만 여겼다면 꿈을 향한 미련은 늘 마음 한쪽에 둔 채 그냥 평범한 주부로 살았을 것이다. 요즘 나는 천사 같은 아이들과 씩씩하고 아름답게 생활하고 있다. 복 받았다는 생각에 행복하다.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살아가는 데 걸림돌과 디딤돌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수레바퀴처럼 함께 굴려갈 때 진정한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향자 _ 요즘은 학원 대신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직 아이가 없는 주부인지라 학생들 모두 자식 같기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