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점(交叉點) - 라빈 드라나드 타고르
나는 행길 가 응달에 살았습니다.
그래서 길 건너 이웃의 정원이
햇빛을 한껏 즐기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
나는 가난했지요. 굶주렸지요.
그래서 집집마다 구걸을 다녔습니다.
사람들이 나에게 마구 퍼주면 퍼줄수록
나는 동냥그릇을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아침 문이 갑자기 열리는 소리에 나는 잠이 깨었지요.
당신은 들어와서 시주를 청했습니다.
실망해서, 나는 내 금고의 뚜껑을 열었지요.
그리고는 내 재산을 보고 놀랐습니다.
오랫동안 내 집에 손님이 끊겼지요.
문은 닫혔고, 창문엔 빗장이 내려지고,
밤에는 쓸쓸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눈을 떴을 때는, 어둠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일어나 쫓아갔지요.
문의 빗장은 모두 깨져 있었고,
열려있는 문에선 그대의 바람과 햇빛이 깃발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내가 내 집의 죄수였을 때,
그리고 문이 닫혀 있을 때는,
내 마음은 도망쳐 유랑하려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젠 부서진 문 가에 조용히 앉아
그대가 오시기를 기다립니다.
그대는 나를 내 자유로 묶어 놓았습니다.
한길의 동무여,
당신에게 길손으로서 인사를 드립니다
오, 내 상심의 주여,
이별과 패배, 그리고 황혼의 회색빛 적막의주여,
당신에게 폐가(廢家)로서 인사를 드립니다!
오, 새로 동터 오르는 아침의 빛이여,
영원의 태양이여!
당신에게 불멸의 희망으로서 인사를 드립니다!
나의 안내인이여,
나는 끝없는 행로의 나그네입니다.
당신에게 방랑객으로서 인사를 드립니다.
나를 받아 주십시오.
주여, 이 순간만은 나를 받아 주십시오
그대 없이 홀로 보낸 고아와 같은 나날을 잊게 하십시오.
이 작은 순간을 밝혀들고 그대의 무릎 위에 넓게 펴십시오
나는 목소리를 찾아 방황해 왔습니다.
목소리는 나를 끌어 주었지요.
하지만, 아무데도 데려다 주지는 않았습니다.
이젠 조용히 앉아 침묵 속에서 그대의 말을 들으렵니다
내 가슴의 어두운 밀실로부터 얼굴을 돌리지 마시고,
어두운 밀실이 그대의 불로 불이 붙을 때까지 태워 주세요.
그대가 나를 도와 주실 때면,
그대의 세계를 거닐 때면,
발걸음이 더 가벼워집니다.
내 가슴에서 얼룩이 지워질 때면,
내 가슴은 그대의 태양빛을 밝게 합니다.
내 생명 속에 봉오리가 활짝 꽃피지 못해
창조물의 가슴에는 슬픔이 깃듭니다.
어둠의 수의가 내 영혼에서 거두어질 때면,
내 영혼은 그대의 미소를 쫒아 노래를 부를 것입니다.
|
출처 : 50-70대의사랑과 추억
글쓴이 : grace 원글보기
메모 :
'그룹명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어쩌면 삶이란 시와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0) | 2012.06.28 |
---|---|
[스크랩] 물물교환/ 세러 티즈데일 (0) | 2012.06.28 |
[스크랩] 숲속 생활자의 충고 - 헨리 데이빗 소로우 (0) | 2012.06.28 |
[스크랩] 헤르만 헤세의 " 향수 " 中 (0) | 2012.06.28 |
[스크랩] 고독 (0) | 2012.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