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엘마 봄벡
조금만 말하고 대신 더 많이 듣겠습니다
카펫에 얼룩이 지고 소파가 낡아도
친구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하겠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거실에서 팝콘도 먹고
누군가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자 할 때에도
거실이 더러워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겠습니다
시간을 내어 할아버지가 당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말씀을 들어드리겠습니다
여름날, 머리손질 한 것이 흐트러질까봐
자동차 창문을 올리자고 고집부리지 않겠습니다
장미처럼 조각된 분홍색 양초 한 자루를
창고에 처박아 녹이기보다는 불을 붙여 태우겠습니다
아이들과 잔디밭에 앉아서 놀 때에는
잔디가 망가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겠습니다
텔레비전을 볼 때에는 덜 울고 덜 웃겠습니다
그러나 내 인생을 생각할 때에는
더 울고 더 웃겠습니다
남편이 짊어진 책임을 더 나눠 지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몸이 아파도
내가 결근하면 세상이 멈춰버릴 것 같아
억지로 직장에 갔지만
다시 인생을 산다면 침대에 누워 쉬겠습니다
실용적이라, 더러워지지 않아서, 평생 보증한다는
장사꾼의 말만으로 물건을 사지 않겠습니다
9개월간의 임신기간을 그냥 보내기보다
매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내 몸 안에서 자라는 놀라움이
하느님을 도와 기적을 일으키는 것이라 생각하겠습니다
내 아이들이 나에게 키스를 하자고 덤비면
"나중에 하자. 어서 씻고 밥 먹자"라는 말로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이런 말을 더 많이 하겠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다시 인생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순간을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리고 결코 과거를 뒤돌아보지 않겠습니다
Mozart (1756-1791)
Le Nozze Di Figaro, Che Soave Zeffiretto
휘가로의 결혼 중 편지 이중창 ,저녁 산들바람 부드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