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예병일의 경제노트

손님이 많은 날 일찍 퇴근하는 뉴욕의 택시 운전사

유앤미나 2011. 11. 25. 12:15

손님이 많은 날 일찍 퇴근하는 뉴욕의 택시 운전사  
예병일 이 노트지기의 다른 글 보기 2011년 11월 23일 수요일
택시 운전사들은 '바쁜 날'에 일을 덜 했다. 대신 '한가한 날'에는 일하는 시간을 늘렸다. 운전사들이 날씨가 우중충하거나 비오는 날(바쁜 날)에 쉬는 것보다 화창한 봄날(한가한 날)에 노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고 가정한다면 이런 현상은 더더욱 기존 경제학의 통념에 어긋난다. (133p)
 
딘 칼란 & 제이콥 아펠 지음, 신현규 옮김 '빈곤의 덫 걷어차기' 중에서 (추수밭(청림출판))
리차드 탈러 등 행동경제학자들이 뉴욕의 택시 운전사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해보았습니다. 그들이 자신의 근무시간을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였습니다.
 
택시 운전사들에게는 '바쁜 날'과 '한가한 날'이 있습니다. 전자는 날씨가 궂거나 해서 단거리 손님들이 많은 날입니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날이지요. 후자는 날씨가 화창하거나 해서 사람들이 택시를 잘 타지 않는 날입니다. 당연히 시간당 벌이가 전자에 비해 적습니다.
 
전통 경제학에 따라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선택은 명확합니다. '바쁜 날'에는 시간당 벌이가 많으니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반대로 '한가한 날'에는 시간당 벌이가 적으니 일찍 집에 들어가면 됩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뉴욕의 택시 운전사들은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바쁜 날'에 일을 덜 했고, '한가한 날'에는 일을 더 오래 했습니다. 아마도 '바쁜 날'에는 상대적으로 목표치만큼의 돈을 빨리 벌 수 있으니 빨리 퇴근을 하고, 반대로 '한가한 날'에는 목표금액 달성이 어려우니 그만큼 더 오래 일한 것으로 보입니다.
 
행동경제학자들의 조사 결과 '바쁜 날'에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한가한 날'에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 벌이가 10퍼센트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지 일하는 시간을 바꾸는 것만으로 수입을 10퍼센트나 늘일 수 있는 겁니다.
 
저자는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빈곤층에게 이런 '현명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어디 택시 운전사만 그렇겠습니까. 우리도 구체적인 상황은 각자 다르겠지만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면서 그런 사실 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손님이 많은 날에는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손님이 없는 날에는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정답입니다. 내가 혹시 '바쁜 날'에는 목표치만큼의 돈을 빨리 벌 수 있으니 빨리 퇴근을 하고, '한가한 날'에는 돈 벌이가 잘 안되니 그만큼 더 오래 일하고 있는건 아닌지 '일하는 방식'을 한번 돌아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