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아름다움
옛날에 보았던 흑백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햅번은 천사처럼
아름답게 나왔다.
큰 눈을 가진 그녀는
개미허리와 함께 사랑스러운 얼굴은
보는 사람마다 탄성(歎聲)을 자아내게 했다.
그녀는 분명 영화에서도 아름다웠지만
진짜로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내면(內面)이었다.
오드리햅번은 60세 바라보는 나이에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전장에서 전염병을 마다않고
아프리카에서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을
돌보았던 것이다.
그녀가 죽기 전
마지막 자식에게 물려주었다는 시(詩)는
평소 생각이 묻어있기에
아름다움을 넘어
존경이 우러나오게 한다.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결코 너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銘心)하라.
사람들은...
상처, 낡은 것, 병, 무지,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 된다.
기억하라...
만약 도움의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이렇듯 아름다운 인생은
외모만 보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위해
봉사(奉仕)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떠 오른다.
봉사단체 중 ‘아름다운..’이름이
들어가는 곳이 가장
많은 것도 아마 그런 이유가 아니겠는가.
왜 하고많은 이름 중
‘아름다운..’이름을 붙이고 싶었을까.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은
언제나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는
상대를 먼저 드러내게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상대가 원하는 일을 해 주는 사람이요,
그리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인생이 아니라
상대를 위해 사는 삶이
가장 자신을 위한 최선의 삶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기에
아름답게 보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고통(苦痛)을 이겨내는
사람들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마지막까지
반전(反轉)의 드라마로
계속 이어져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우리나라 어느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게 되면 방송에서는
대체로 그 선수가 어려운 환경(環境)을 딛고
메달을 목에 걸게 된
프로필을 음악과 함께 소개한다.
그런데 금메달을 딴 선수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거의 태릉선수촌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곳에서 가쁜 숨 몰아쉬며
굵은 노끈을 양손으로 불끈 잡아 쥐거나,
산 정상을 향해 달려가며
땀을 흘리면서
고통의 세월을 보낸 결과로
메달을 땄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태릉선수촌은 그들에게
날마다 고통스런 특수 훈련을 받는
장소이었지만,
메달을 따기 위한 필수(必須)과정으로
인생의 여정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꿈과 희망의
장소였었다.
이스라엘에게 광야(曠野)는 고난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광야가 있었기에
그들은 가나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들은 광야를 지긋지긋하게
싫어했지만,
실은 이러한 고난의 터널을 지나야
축복이 오기에
광야는 신의 은총이라 할 수 있다.
삼국지 배경도
후한 말에 4천 만 인구가
1천만이 될 정도로
중국 역사상 가장 비참(悲慘)한 시기였지만,
이 고난의 시기가 오히려
가장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을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전쟁의 혼란기를 겪으면서
그들은 생존을 위해
과학, 정치, 법, 철학, 문학, 의학 등
모든 부분에서
급속한 발전을 이루면서
황금(黃金)기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담금질된 쇠가 좋은 쇠이듯
고난은 인생을 성숙하게 만들고
위대하게 만들어 준다.
함석헌 씨 말대로
고난은 죄(罪)를 씻어주고
인생을 깊게 하여,
이마 위에 깊은 주름이 갈 때
깊은 지혜가 생겨나고
살을 뚫는 상처가 깊을 때 영원에서
솟아오는 향기가 높으므로
인생에서 고난처럼
아름답게 하는 것도 없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셋째는 이웃에 대한 배려(配慮)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도쿄 시나가와 오사키에 있는
라면가게 중 하나인
로쿠린샤가 지난달에 폐점(閉店)했다.
이 가게는 이런 저런 이유로
잘 알려져 있어
장사가 너무 잘되면서,
많은 손님이 찾아와
주변 가게들이 문을 닫자 주인은
오로지 이웃을 생각해서
폐점을 결정(決定)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곳에서는 이 가게가 언제 다시
문을 열지 아직도
초미의 관심(關心)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이웃이란
이전과 사뭇 다른 존재(存在)가 되었다.
옛날 이웃은 일과 여가를
함께 했던 상부상조적 관계로
이웃사촌이란 말이 적절했듯 가족(家族)처럼
매우 가깝게 지냈던
사이였지만,
지금은
거리상의 이웃이 아니라
직장이나 취미, 종교생활 등 간접적(間接的)
협력 관계를 통해 만난 사이라
100% 타인으로 느껴지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현대사회는 물론
이웃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겠지만,
분업화(分業化)된 사회 속에서 이웃은
사실 이전보다
더 소중한 존재들이다.
개인(個人)화로 특징 지울 수 있는
현대사회는 이웃과
접촉이 끊기면서 마음 터놓고 대화할
상대도 없다보니,
군중 속의 고독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람도
사회적으로 문제겠지만,
그것보다도 더 엄청난 일은
이웃의 존재감이 없다보니 삶의 가장
중요한 원리 중 하나인
배려(配慮)심이 없어지면서
인간이길 포기하는
철면피까지 생겨나는 일이다.
하지만 일본 라면가게처럼
이번 연평도 주민을 위해 ‘인스파월드’에서는
일반 고객은 제한시키고
연평도 사람들을 위해 임시피난처를
제공해 준 모습에
국민으로서 감격하지 않을 수 없다.
알고보니 그들은
천안함 사건 때도 군인과 자원봉사자들을
무료숙박 해주었다고 한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혈안이 되어 남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 잇속만 챙기려는
세상에서 이렇듯
고통 당하는 이웃을 배려하는 모습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삶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우치게 되었다.
주여,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내적인 아름다움이
더 쉽게
감동(感動)이 되는 것은
저도 이제
나이가 드는 모양입니다.
봉사.
고통.
이웃.
...
머리로는 분명 알고 있고
가슴으로 백 번 천 번
동의하면서도
이 일이 쉽지 않음은
여전히
철없는 영혼(靈魂)이기 때문일까요.
남은 인생,
그렇게 살고싶은 것이
기도제목이라는
사실만이라도
감사(感謝)할 뿐입니다.
2010년 12월 5일 강릉에서 조금 늦게 피러한이 보냅니다.
사진허락작가ꁾ이요셉님, 갈릴리마을(우기자님), 포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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